[시사코리아저널 정치부 종합] 국회가 최근 5개월여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한 무능 국회로 전락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정쟁에 묻혀 입법 의무를 잊은 지 이미 오래다. 현재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의안은 91개다. 이 중 87개는 여야가 사이좋을 때 이견 없이 상임위원회와 법사위원회를 통과시킨 법률안들이다. 하지만 정국 상황이 악화되자 여야가 본회의 처리를 합의한 법안까지 발목이 잡혀 있다. 이 가운데서도 주택법의 경우 여야가 매일 같은 얘기를 반복하며 지루한 입씨름만 펼치고 있어 본회의 통과는 기약이 없다.

▲ 수요에 맞는 다양한 주택공급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주택법 2년여 동안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전경.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12년 9월 19일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주택의 분양가상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시장여건에 따라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주택에 대하여는 예외적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도록 하는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주택시장의 공급 질서를 유지하면서 주택 전매에 대해서 신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주택 전매를 허용하되 예외적으로 전매행위제한주택 지정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정부 법안에 따르면 일반인에게 공급하는 공동주택에 대해 지금까지 원칙적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던 것을 앞으로는 사업주체가 일반인에게 공급하는 공동주택 중 보금자리주택,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건설·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 외의 주택 또는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의 주택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지역의 주택을 국토해양부장관이 시·도지사의 의견을 듣고 주택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으로 지정한 경우에만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도록 했다.

국토해양부장관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 지정 시 지체 없이 그 지정사실을 공고하고 시장· 군수·구청장에게 통보하며, 시장·군수·구청장은 사업주체로 하여금 입주자 모집공고 시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인 사실을 공고하도록 했다.

국토해양부장관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으로 계속 지정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주택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 지정을 해제하도록 했다.

정부는 또 주택 전매행위의 원칙적 허용 및 전매행위제한주택 지정·해제 제도 도입도 내놨다.

지금까지 투기과열지구에서 건설·공급되는 주택 등에 대해 원칙적으로 일정기간 전매행위가 제한되던 것을 앞으로는 국토해양부장관이 시·도지사의 의견을 듣고 주택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전매행위제한주택으로 지정한 경우에만 일정기간 전매행위를 제한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주택공급질서 유지를 위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과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으로 지정되지 아니한 주택 중 수도권 지역의 공공택지·민간택지, 수도권 외의 지역의 공공택지에서 건설·공급되는 주택 등과 그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의 전매행위에 제한을 뒀다.

국토해양부장관은 전매행위제한주택 지정 시 그 지정 사실을 지체 없이 공고하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통보하며, 시장·군수·구청장은 사업주체로 하여금 입주자 모집공고 시 전매행위제한 주택인 사실을 공고하도록 했다.

국토해양부장관은 전매행위제한주택으로 계속 지정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주택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전매행위제한주택 지정을 해제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법안의 경우 여당은 재건축 조합원 부담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분양가 완화로 분양가가 오를 우려가 있고 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내면서 논쟁의 대상만 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새누리당은 분양가상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내놓고 우선 처리키로 의견을 모았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법안 심사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위는 지금까지 임대주택법 개정안, 건축법 개정안 등 94건의 법안을 심사했지만, 분양가상한제 탄력운영을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은 안건에서 제외됐다. 현재 국토위는 이후 국토법안소위 일정을 정하지 않고 있어 주택법 개정안 논의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위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탄력운영의 경우 여야가 당론을 정하고 있는 사안이라 당 지도부 선에서 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여야 지도부의 합의가 있을 경우 극적으로 통과할 가능성도 있지만 해당 법안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커 이 또한 불투명하다.

분양가상한제는 집값상승기에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택지조성비와 국토교통부가 정한 기본형건축비 등을 반영해 일정 수준 이하로 공동주택을 공급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침체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여야 간의 의견차이로 법개정안이 벌써 2년째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분양가가 올라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 분양가상한제 폐지 및 탄력적용을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전월세 안정화 대책으로 전월세 상한제 도입,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 임대주택등록제, 표준임대차계약 등을 주장하고 있어 여야 간 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여당 지도부도 주택법 개정안 처리에 미온적인 반응이다. 최경환 원내대표와 유일호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는 “민생경제법안 통과가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며 법안처리를 촉구하고 있지만 주택법 개정안 등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국토위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호 의원 역시 야당이 요구하는 전월세 가격 안정화 대책에 대해 “재산권 침해와 계약 자유원칙에 위배된다”며 도입을 반대했다. 강 의원은 빅딜설이 나왔던 전월세상한제에 대해서도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도 필요하지만 전월세상한제의 폐단이 더 많다”면서 “이 부분은 야당 내에서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분양가상한제를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할 경우 재건축 조합원들의 부담금이 평균 9.7% 감소해 수요에 맞는 다양한 주택공급이 가능해지지만 여야는 이런 법률안조차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택법은 여야가 정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세월호 특별법 합의만큼이나 진통이 예상되고 있는데, 현재는 국회 파행으로 심사는커녕 ‘발의’ 상태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한 상태다.

주택업계에서는 이 법안이 올해 정기국회 문턱마저 넘지 못할 경우 시장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다 분양가상한제 완화 법안 등은 2012년 발의된 이후 2년째 안건 채택조차 못하며 표류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폐지안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수개월째 계류 중이다.

재건축업계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세월호특별법과 다른 법안 연계처리를 고수하면서 부동산대책이 또 국회에서 발목 잡혀 시장 회복 시기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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