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정치부 종합] 5개월째 여야 합의로 법사위까지 통과시킨 91건의 법안을 포함해 단 한 건의 법안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갈 길 바쁜 대한민국 전체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고,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보이는 반(反)국가적 행태다. 특히 여야가 말하는 ‘민생 법안’이 달라 또 다른 ‘입법 전쟁’을 예고하면서 우리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열린 ‘의료민영화저지! 공공기관 가짜 정상화 분쇄!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여야가 의사의 환자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당·정·청이 주요 법안으로 꼽은 의료법 개정안은 원격진료 허용을 비롯해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활동 허용, 외국 관광객이 이용하는 장소(공항 등)에 외국어 의료광고 허용 등 3가지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원격의료다. 야당은 원격진료 허용은 의료영리화의 전초 단계라고 주장하며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여당은 환자들의 편의와 건강을 위한 방안으로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복지위 새누리당 관계자는 “원격의료와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복지위에서의 양당의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야당 측에서는 수위가 강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협의를 통해서 접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이 보험설계사에 대한 산재보험 의무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제동이 걸렸다. 보험설계사는 개별사업자로 분류돼 법리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현재 보험설계사들이 가입한 민간보험의 경우 보상범위와 금액이 산재보험에 비해 현저히 낮은 만큼 원안대로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복지 관련 법안 처리에 최근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입법예고한 시행규칙 개정안의 강행 여부가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포하는 절차만 남아 있다.

여당은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이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안에 해당되는 상급종합병원이 1곳에 그치는 등 의료영리화와 관련성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고시 등 간단한 행정조치만으로도 규정 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의료민영화의 물꼬를 트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처럼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개정안 시행을 몰아붙일 경우 복지위에서의 여야 간 논의가 ‘올스톱’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복지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복지부가 강행하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정부가 원만한 국회와의 논의의 장을 스스로 걷어차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후속 처리도 일부 법안 처리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개정안의 경우 해당 상임위인 환노위를 이미 거쳤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쟁점사항인 보험설계사의 가입 의무화 여부만 수정해 반영하면 된다.

하지만 법사위는 물론 국회 전체가 세월호특별법과 국정조사 증인 채택문제로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결론이 나야만 법사위 심사소위에서 다른 법안들의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는 이런 국회를 바라보며 한숨만 짓고 있다. 보험회사의 해외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 기간에도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해외환자 유치업의 대형화, 산업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은 물론, 보험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2년째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은 정부가 19개 중점처리법안에 포함시키며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다.

복지위에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외국인환자 유치업을 허용하는 내용과 외국인 유치업 등록취소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여전히 국회가 공전하고 있는 데다 야당에서 소수 재벌 보험사를 위한 특권법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이 법안의 국회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연간 약 6만 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등 해외환자 유치산업의 건전한 발전 등을 이뤄낼 수 있다며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보험업계는 야당에서 제기하고 있는 보험사 특혜 부여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료법 개정안에는 보험사가 외국인 환자를 유치만 할 수 있지 숙박이나 관광은 할 수 없게 해놨다”면서 “오히려 인지도가 있는 국내 보험회사가 해외환자를 유치하면 관광 등의 연계로 내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가 가능해지면 금융기관인 보험회사의 인지도와 고객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환자 유치업의 대형화, 산업의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관련 전문지식 및 국외 인적·물적 네트워크 등을 보유하고 있는 갖춘 보험사가 해외환자를 유치하게 되면 불필요한 민원도 줄어들면서 의료관광의 활성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외국인을 대상으로 민영 건강보험시장을 통한 새로운 수익기반 확충, 시장 확대에 따른 국내 보험사의 해외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회사의 해외환자 유치가 가능해지면 중국이나 베트남, 태국 등에 진출한 보험사들의 현지 영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보험업계는 해외 현지에서 영업할 때 한국에서 치료를 해준다는 보장내용을 반영해서 보험상품을 팔 수 있어 해외현지 영업이 더 수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동남아지역의 경우 급격한 경제성장과 보험침투도(국내총생산에서 수입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 등의 지속증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의료서비스 지역으로 국내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 시 전략적 대상지역으로 평가돼 해외환자 유치효과는 이 지역에서 가장 두드러질 전망이다.

연간 약 6만 명의 외국인 환자 유치로 1,116억 원의 진료수입이 기대되는 이 법안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짜 민생법’으로 분류하면서 저지키로 해 논쟁의 희생양이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과는 또 다른 ‘민생 법안’을 내놓고 당 차원에서 중점 추진키로 했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둘러싸고 5개월째 단 한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여야가 민생 법안을 두고서도 시각차가 커 국회가 정상화돼도 ‘민생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어서 국민들의 시름만 더욱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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