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이환수 기자] 헌정사상 최초로 영부인 검찰조사에 이어 대통령의 안방인 청와대 뒤짐이라는 초유의 치욕까지 당했던 이명박 정부가 이젠 아들의 기소여부를 지켜봐야 하는 초라한 신세에 놓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오는 14일 그간의 특검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수사기간 연장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특검팀 수사는 30일이라는 역대 최단 기간에 종료하게 됐다.

최금락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은 13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은 관계 장관과 수석비서관 등의 의견을 들어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특검의 수사 연장 요청을 거부한 것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 의혹 사건 특검팀의 요청을 거부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최 수석은 “필요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다. 더욱이 최근 사저 터가 국가에 매각돼 사실상 원상회복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최 수석은 “수사가 더 길어질 경우 임기 말 국정운영에 차질이 우려되고, 특히 엄정한 대선관리에 악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로서는 국익을 위해 이를 방치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청와대의 특검 수사기간 연장 거부는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부실하게 임하던 청와대 측 태도에서 이미 예견됐다.

사전에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특검팀은 지난 12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의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영장의 집행에 착수했다.

청와대 현장을 직접 압수수색하는 대신 청와대 측이 이곳에 옮겨온 자료를 확보하는 걸로 절충했는데, 하지만 이 방식의 압수수색은 한 시간 반쯤 지나 특검팀의 ‘집행 불능’ 선언과 함께 중단됐다.

경호처와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씨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사항 전반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받은 청와대가 부실하고 불충분한 자료만 가져왔기 때문이다.

특검팀도 그대로 물러서지는 않았다. 특검팀은 청와대 측에 “청와대에 대해 영장 집행을 실시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이 “허가 없이는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내세우며 “승낙할 수 없다”고 완강히 버티면서 초유의 압수수색은 이렇게 허탕으로 막을 내렸다.

청와대가 내세운 규정은 형소법 110조(군사상비밀과 압수)와 111조(공무상비밀과 압수)로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이거나 공무원이 소지·보관할 물건 중 직무상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는 소속기관 또는 감독관청의 승낙 없이 압수하지 못하게 돼 있다.

여기다 이 대통령마저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함에 따라 특검팀은 모든 수사를 현 시점에서 종결내리고, 그간 수사를 토대로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를 비롯해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에 고심 중이다.

지금까지 특검팀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사람은 모두 7명이다.

시형 씨를 비롯해,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내곡동 부지 매입 실무자 김태환 씨, 그리고, 청와대 경호처 직원 3명이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단연 관심사는 현직 대통령의 아들인 시형 씨의 기소 여부다. 시형 씨는 아버지가 땅을 사는데 자신의 명의를 빌려준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인종 전 경호처장과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에게는 배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청와대 경호처가 돈을 더 내서 대통령 일가에 이득을 주고, 결과적으로 국가에는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다.

시형 씨가 내야할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국고에서 꺼내 대납했다면 횡령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또 특검팀이 시형 씨를 배임의 공범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몇 명이 재판에 넘겨질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관련자 모두를 무혐의 처리했던 검찰 수사 결과와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광범 특검은 “연장 여부는 전적으로 결정권자의 의사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특검에서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다”면서 “연장이 안 될 경우도 대비해 왔기 때문에 시나리오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환수 기자  naewoe4560@hanmail.net

<저작권자 © e시사코리아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