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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사 사건 80주년 특별전 "양심과 종교, 국가가 보호 못해도 없어지지 않아"
  • 이판석 기자
  • 승인 2019.09.05 14:43
  • 댓글 2
3일 오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야외 광장에서 일제 강점기 양심적 병역거부 '등대사 사건' 80주년 맞아 기념식을 갖고 있다.

[시사코리아저널=이판석 기자]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한국 최초 양심적 병역거부‘등대사 사건 80주년 기념 특별전시회’가 열렸다. 

'변하는 역사, 변하지 않는 양심’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특별전시회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소장 중인 6000쪽 분량의 재판 관련 기록, 옥사자 사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가해진 고문 사례 등이 공개됐다.

등대사 사건이란 1939년 6~8월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일왕 숭배와 징병을 거부한 등대사원(현 여호와의증인 신도를 지칭하던 용어)을 체포·수감한 사건으로 최소 66명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기소돼 평균 4년이상 옥고를 치렀다.
 

홍대일 워치타워 성서책자 협회 이사.

한편 홍대일 워치타워 성서책자 협회 이사는 개막시 인사말에서 "6,0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등대사 자료를 번역했다"며 "이번 특별전의 주제는 '변하는 역사, 변하지 않는 양심'이다. 80년 전에 있었던 등대사 사건을 재조명하는 전시회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많은 사람들은 한국의 양심적 병역 역사가 최근에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8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며 "등대사 사건은 천황숭배 거부,전쟁 반대 사상 유포로 체포되었던 66명의 이야기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번 특별전은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이다"며 "이 전시회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가 시대나 국가적 상황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승선호 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이사장은 축사에서 "등대사 80주년 특별전 개막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일제 강점기에 강제적인 일황 숭배와 징병에 맞서서 양심을 지키기 위해 거부하며 투쟁하신 분들에 대한 전시를 맞이하여 뜻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 이사장은 이어 "그간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과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오늘 개최되는 이 전시도 그간 역사의 전면에서 잘 비추어지지 않았던 사건에 대한 전시이다. 오늘 이러한 뜻 깊은 전시를 그들이 투옥되었던 서대문 형무소에서 개최하게 되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신윤동욱 기자도 이날 "일제 정권에서, 군사정권에서 양심에 따라서 신사 참배를 거부하고, 병역을 거부하는 신념을 한결같이 지켜온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하게 되어서 영광이다"며 "양심을 지키던 사람들이 쓰러진 자리인 서대문 형무소에서 같이 행사를 치르게 되어서 감명 깊다"고 지적했다.
 
정운영 워치타워 성서책자 협회 이사는 등대사 사건개요에서 "일본에서는 교토의 도시샤 대학의 전시하 저항 연구팀을 중심으로 등대사 사건이 재조명되었다"며 "그래서 이 사건이 일본에서는 과거 국가가 전쟁의 광기에 휩쓸리던 시대에 자신들에게도 군국주의에 맞서는 양심이 있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역사기록으로 여긴다.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전혀 조명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이어 "한편 등대사 사건이 국사편찬위원회에 의해 한민족 독립운동사로 분류되었다"며 "등대사 사건은 여호와의 증인들에게는 충절을 지킨 귀중한 기록인 동시에, 양심과 종교의 문제가 국가가 없어져서 보호를 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없어지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한국 사회에 보여준 사건이다"고 말했다.
 

홍영일 등대사 자료 조사연구 책임자가 진행한 등대사 후손  인터뷰.

홍영일 등대사 자료 조사연구 책임자가 진행한 등대사 후손  인터뷰에서 박현숙 여사(72세)는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옥고를 치뤘다"며 "장녀이긴 하지만 어머니는 22세에 임신 중에 체포되어 어려운 수감 생활 중에 유산하셔서 제가 장녀가 아닐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 여사는 이어 "어머니는 제게‘일제 시대 때는 우리가 천황 숭배를 거부한다고 온갖 악행을 겪었지만, 세상이 바뀌니까 존중을 받게되지, 지금 신념을 지킨다고 젊은이들이 감옥에 들어가지만 세상은 바뀔거야. 당장 눈앞에 있는걸 보지 말고 멀리 봐야지. 하느님 보시는 방식으로 봐야 그게 참된 믿음이지’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등대사로 투옥되셨던 박흥식 선생님의 장남인 박혁 선생(만 87세)은 "저희들이 5대에 거쳐서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그 와중에 저는 예비군 문제,아들은 2년 수감, 손자들은 2년 6개월의 수감 생활을 병역거부로 인해 겪게 되었다"고 말했다.
 
박혁 선생은 이어 "아버지께서는 병역 거부에 대해서 우리들을 대견스럽게 생각하셨다"며 "아버지께서 소신을 적어 놓으신 종이가 있다. 그 내용은 ‘우리는 인류 행복의 근원이 되시는 여호와 하느님께 충성을 다하도록 힘쓸 것이다 우리가 먼저 사랑하기에 힘쓰며 여호와의 뜻을 행하는 데 진력하자’라고 적으셨다"고 말했다.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수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등대사 사건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체 복무는 시기상조다라고 하지만 87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양심적 병역 거부를 해 왔는데, 이것은 시기상조가 아니라 만시지탄이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독립 운동가 중에 비전향은 드물고 매우 높이 평가 받는다"며 "그런데 여호와의 증인은 평신도인 모든 분들이 전향하지 않고 신념을 지키며 수감 생활을 마치거나 옥사한 것은 대단한 역사적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증인들은 독립운동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한 것이지만 나는 그들이 독립운동 아닌 독립운동을 했다고 본다"며 "일본 제국주의가 가장 두려워했었던 사람으로, 일본 제국주의를 이 땅에서 무너뜨리는 것이 독립운동이라고 한다면 여러분들은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는데 가장 밑바닥에서 기여를 한 것이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여러분들은 우리가 양심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가장 본보기가 되는 사람들이다"며 "대한민국에서 양심이라는 것이 존중받는 사회가 올 때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사람들이 여러분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판석 기자  koreajnc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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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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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철영 2019-09-08 17:28:06

    [한겨레21 제511호]
    ‘여호와의 증인’ 앞에서 부끄럽다
    http://me2.do/FGlMTOS5   삭제

    • 하오지에 2019-09-06 02:34:33

      좋은기사 감사합니다.잘보고갑니다.
      알기쉽게 잘 설명 해주셔서
      금방 이해가 되었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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