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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이재명 후보의 청년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 시사코리아저널
  • 승인 2021.08.3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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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장, 제주대 교수

나는 기본소득을 반대한다. 기본소득은 220년이나 된 낡은 ‘무차별적 획일주의’ 담론이다.
기본소득은 20세기 이후에도 간간히 제기되었지만 주류 담론의 반열에 들지 못했으며,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보편적 사회보장을 기반으로 하는 복지국가 담론의 정립으로 인해 정치사회적으로 완전히 밀려났다.

나는 장차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활짝 열리더라도 기본소득은 경제·복지 체제의 대안적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기본소득 자체가 ‘무차별적 획일주의’ 방식의 낡은 담론이기 때문이며, 더 중요하게는 지난 70년 동안 변화·조정·발전을 거듭해온 ‘보편적 복지국가’의 심화·발전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시대의 요구들에 잘 부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의 청년기본소득 공약

지난 7월 22일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했다.
당장, 임기 개시 다음 연도인 2023년부터 국민 모두에게 1인당 연간 25만 원씩(월 2만8백 원)을 지급하고, 19세부터 29세까지 청년 약 700만 명에게는 보편적 기본소득 외에 연간 100만 원씩(월 8만3천 원)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래서 2023년에 필요한 기본소득 재정은 전 국민 대상의 기본소득 지급액 13조 원(1인당 25만 원 곱하기 5천2백만 명)과 청년 700만 명 대상의 기본소득 지급액 7조 원(1인당 100만 원)을 합한 금액인 20조 원이다.

또, 이재명 후보는 임기 말까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연간 100만 원씩(월 8만3천 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니까 임기 말에 소요될 연간 기본소득 예산은 다음 두 항목의 합계가 된다.
첫째, 연간 100만 원씩(월 8만3천 원)을 5천2백만 명에게 지급하기 위해 52조 원이 필요하다.
둘째, 청년 700만 명에게 추가로 연간 100만 원씩(월 8만3천 원)을 지급하기 위해 7조 원이 필요하다.
결국, 임기 후반기에 지급해야 할 기본소득 예산은 연간 약 59조 원이다.

정부재정에서 빼내든 증세로 마련하든, 기본소득 도입에 투입될 예산은 우리나라가 OECD 평균 수준의 보편적 복지국가로 확대·발전하는 데 쓰이도록 이미 예정돼 있던 것이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GDP의 20.1%이고 OECD 37개 회원국 평균은 24.9%이므로 우리나라가 OECD 평균 수준의 복지국가로 가려면 GDP의 4.8%포인트만큼 증세 등을 통해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
지난 수년간의 조세부담률 증가 추세로 볼 때, 우리나라는 향후 5년 이내에 OECD 평균 수준의 복지국가로 가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우리 국민은 그만큼 조세부담을 더 감당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니까 이재명 후보는 보편적 복지국가의 확대·발전에 투입돼야 할 예산의 상당부분을 청년 700만 명에게 현금으로 나눠주겠다고 공약한 셈이다.
임기 초반에는 청년 1인당 월 8만3천 원씩을, 그리고 임기 후반에는 월 16만6천 원씩을 국가 재정으로부터 아무 이유나 조건도 달지 않고 ‘무차별적 획일주의’ 방식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거대한 정치 포퓰리즘이자, 보편적 복지국가의 성숙·발전을 망치고 청년들을 현금으로 현혹하려는 망국적 정치 기획일 뿐이다.

청년기본소득의 정치적 경과와 주요 특성

우리나라에 청년기본소득과 관련된 제도를 처음 도입한 사람은 성남시장 시절의 이재명 후보였다.
그는 2016년 당시 재산·소득·취업 등과 무관하게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만 24세 청년 모두에게 분기별로 25만 원씩(연간 100만 원)을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성남시 ‘청년배당’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것은 ‘무조건적’ 현금 지급이라는 청년배당의 핵심적 특성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정책적·정치적 사건이 되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것은 ‘무조건적’ 현금 지급이라는 특성을 제외하면 기본소득의 다른 중요 원칙들을 지키지 못했으므로 가짜기본소득이다.

그리고 그는 2017년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기본소득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지방선거를 통해 경기도정을 장악한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 청년배당 지급 조례’(2018년 11월 13일 제정)를 만들어 청년배당을 경기도 전체로 확대키로 결정했고, 이후 ‘청년배당’이라는 기존의 명칭도 아예 ‘청년기본소득’으로 바꾸었다.
2019년 6월 18일, 경기도의회가 ‘경기도 청년배당 지급 조례’를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지급 조례’로 개정했기 때문이다.
이 조례에 따라 경기도는 청년기본소득이란 명칭으로 만 24세의 청년들에게 분기별로 25만 원씩(연간 10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만 24세 청년들에게 1년 동안 ‘월 8만3천 원’씩 지급하는 것을 기본소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당장, 이것은 기본소득의 ‘충분성 원칙’에 어긋난다.
‘월 8만3천 원’은 완전기본소득(월 80만 원씩 지급)은커녕 부분기본소득 지급액(월 30∼50만 원씩)에도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의 청년기본법에서 정한 청년의 연령이 19세부터 34세까지인데, 24세 때만 일시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주기적으로 계속 지급해야 한다는 기본소득의 ‘정기성 원칙’을 위반했다.
그러므로 이것은 개념적으로 청년기본소득으로 보기 어렵다.
게다가 원칙적으로 기본소득이라는 용어 앞에 ‘청년’을 붙이는 것 자체가 형용 모순인데, 이는 기본소득의 ‘보편성 원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지사의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은 만 24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의 ‘무조건성 원칙’을 지켰다.
또 청년이 포함된 개별 가구의 소득 수준 등에 따라 현금 지급의 대상과 지급액에서 차별을 두지도 않았다.
즉, 어떤 조건도 없이 경기도의 만 24세 청년들 모두를 현금 지급의 대상으로 포괄했다는 점에서 이후 다른 곳에서 제시된 청년수당 혹은 청년기본소득 정책들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이것은 이재명 후보가 실시했던 성남시 청년배당과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이 가진 ‘무차별적 획일주의’ 특성 때문이다.

먼저,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살펴보자. 이는 엄격하게 지급 조건이 달렸기 때문에 ‘무조건성’을 핵심 특성으로 삼았던 이재명 후보의 청년배당이나 청년기본소득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2016년부터 서울시는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만 19~29세의 ‘사회 밖 청년’ 3천 명을 선발해 최소 2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월 50만 원의 사회참여 활동비(2016년 예산 90억 원)를 지원했다.

지원 대상의 선정도 엄격하게 조건이 달렸다.
정기 소득이 없는 미취업자로 사회활동 의지를 가지고 있고, 전셋집 등의 자산을 소득으로 환산했을 때 중위소득의 60% 이하 청년이라야 했다.
게다가 해당 청년이 활동계획서를 제출하면 소정의 심사를 통해 지원 대상을 선발했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달리 저소득 청년에 대한 ‘조건 달린’ 현금 지원 정책이었다.
당시 서울시 청년수당에 대해 찬반논란이 뜨거웠지만,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던 상황에서 처음부터 고용되지 않았던 청년들은 고용보험의 대상도 되지 않는 만큼, 이들에 대한 최후의 안전망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명분에 힘이 실렸다.
게다가 이런 성격의 ‘청년 부조사업’은 유럽 복지국가들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널리 시행되고 있었다.
이에 더해, 광역 지자체가 시범적으로 이런 정책을 먼저 시작해보고, 이후에 효과가 인정되면 중앙정부 차원으로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다음으로, 여의도 정치권에서 더러 언급된 청년기본소득을 살펴보자. 청년층의 지지를 의식해 무책임·무분별하게 청년기본소득이란 용어를 오·남용한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기본소득의 핵심 요건인 ‘무조건성 원칙’을 어긴 정책조차 청년기본소득이라고 언급하고 홍보했던 것이다.
즉, 취업이 안 된 청년이나 사회안전망에 들지 못한 취업 청년들을 찾아내고, 이들에게만 한시적으로 현금을 지원하는 조건부 청년 소득 지원 프로그램을 청년기본소득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또 어떤 정당과 정치인들은 청년이 속한 가구의 소득이 하위 70%에 속해야 한다는 식으로 소득 조건을 걸어놓고, 이것을 청년기본소득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것들은 기본소득의 ‘무조건성 원칙’을 위배했기 때문에 아예 기본소득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서울시의 ‘조건부 청년수당’이나 여의도 등에서 언급된 ‘조건부 청년 소득 지원 프로그램’은 정책의 정당성이나 가성비 측면에서 볼 때 이재명 후보의 무조건적 청년기본소득에 비해 월등하게 우월하다 하겠다.
이것은 보편적 복지국가의 ‘필요에 기반을 둔’ 조건부 수당 정책이 무차별적 획일주의 방식의 기본소득 원리에 비해 크게 우월하기 때문인데, 이 내용은 이하의 글에서 상술하기로 한다.

보편적 복지 원리와 기본소득 원리의 본질적 차이

먼저 보편적 복지의 개념과 작동 원리부터 살펴보자. 보편적 복지(보편주의)는 사회구성원 누구라도 실업·질병·산재·은퇴·출산·육아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 소득이 단절·급감하거나 생애주기에 따라 각종 복지(사회서비스)가 필요할 때 국가의 사회안전망과 복지체계로부터 ‘필요에 상응하는’ 적절한 지원을 받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보편적 복지는 소득과 사회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사회보장 체계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편적 복지 체계가 ‘보편적 방식’과 ‘선별적 방식’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득보장을 위한 보편적 복지를 살펴보면, 실업자를 위한 사회보험인 고용보험의 실업급여는 보편적 방식으로 제공된다.
그러나 취약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실업부조(국민취업지원제도)는 선별적 방식으로 제공되고, 절대 빈곤자를 대상으로 삼는 공공부조(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도 선별적 방식으로 제공된다.
그런데 사회서비스 보장을 위한 보편적 복지는 대부분이 보편적 방식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그러니까 보편적 복지국가들은 임신·출산·보육·육아, 교육, 의료·요양, 주거, 직업훈련,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을 보편적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복지국가의 보편적 복지는 사회구성원 ‘누구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다만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복지 필요(욕구, needs)가 발생했을 때라야 복지의 제공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복지 필요’가 존재하지 않으면 정부의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것이 보편주의(universalism)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보편적 복지국가에서는 ‘복지 필요’의 존재 여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정부의 한정된 재정을 형평·효과·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생각에 가장 잘 부합한다.

이번에는 기본소득의 개념과 작동 원리를 살펴보자.
기본소득 옹호자들은 완전기본소득(1인당 GDP의 25% 이상을 지급, 현재 월 80만 원 정도)에 도달하길 희망한다.

그런데 재정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그들은 완전기본소득에 도달하기 위한 중간 단계로 부분기본소득(1인당 GDP의 10∼15% 지급, 월 32∼50만 원 정도)을 설정했다.
완전기본소득과 부분기본소득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실질적 자유를 보장 하겠다"는 기본소득 담론의 비전 또는 목적에 대체로 잘 부합한다.
그럼에도 나는 기본소득 담론 자체를 반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본소득은 작동 원리가 너무 낡았고 비효율적(낮은 가성비)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보편성) 개인적으로(개별성) 조건 없이(무조건성) 매달(정기성) 기본적 생활이 가능할 만큼의(충분성) 금액을(현금성) 지급하는 국가 체제를 말하는데,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무차별적 획일주의’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재정 지출의 복지·경제·소득재분배 효과가 모두 열등하다.
즉, 기본소득은 상대적으로 소액을 지급하므로 필요 충족의 복지 효과가 작고, 한계소비성향이 큰 것으로 알려진 하위 소득 계층에게 두텁게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 진작의 경제 효과가 작고, 한정된 재원을 부자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지원하므로 소득재분배 효과도 열등하다.

이렇듯, 기본소득은 작동 원리가 보편적 복지와 완전히 다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재정을 놓고 기본소득은 보편적 복지와 경합한다는 사실이다.
즉, 기본소득과 보편적 복지는 상호 보완적 관계가 아니라 대체의 관계에 놓여 있다.
이하의 글에서는 이런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는 가운데, 내가 청년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를 살펴볼 것이다.

청년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기본소득은 ‘푼돈기본소득’이다.
이는 완전기본소득이나 부분기본소득과 무관한 것인데, 전형적인 가짜기본소득이다.

임기 초반에 월 2만 원짜리 전 국민 기본소득을 실시하려면 연간 13조 원의 정부재정이 필요하다.
임기 초반에 월 8만3천 원짜리 청년기본소득을 실시하려면 연간 7조 원의 정부재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의 이런 푼돈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보편적 복지국가의 확충·발전 전략을 포기해야만 한다.
모두에게 월 2만 원 또는 8만3천 원씩을 지급하기 위해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을 포기하려는 망국적 포퓰리즘 정치를 우리는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나는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청년기본소득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월 2만 원짜리 푼돈과 달리, 임기 말에 700만 명의 청년들에게 지급될 청년기본소득은 월 16만6천 원씩이다.
이것은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재임 당시에 실시하던 만 24세 청년 대상의 현금 지급에 비해 대상과 규모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즉, 700만 명을 대상으로 연간 14조 원이라는 막대한 정부재정이 지출된다. 용납되기 어렵다.
내가 청년기본소득을 반대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모든 청년들이 획일적으로 국가로부터 정기적인 현금 지원을 받아야 할 어떤 논리적 근거도 발견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동이나 노인처럼 청년도 경제사회적 약자일까.
만약 그렇다면 보편적 사회수당인 아동수당처럼 일정한 연령의 청년에게 청년수당을 지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누구도 청년 인구를 경제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세계 어느 나라도 보편적·무조건적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다.

청년은 중·장년과 함께 생산연령인구에 속하고, 복지국가의 성장과 발전은 이들 생산연령인구의 어깨에 달려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모든 청년들에게 경제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실질적 기회 균등’을 보장하는 일이다.
즉, 청년들의 능력 배양을 위한 보편적 기회의 보장뿐만 아니라 청년의 소득보장도 달성해야 하는 바, 이것이 바로 복지국가의 제대로 된 ‘보편적 청년 고용·복지 정책’이 중요한 이유라 하겠다.

이것은 보편적 복지가 제도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는 선진 복지국가 사례를 참고하면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청년들에게는 무상 대학등록금(보편적 사회서비스) 정책에 더해 학생수당을 지급하고, 여기에 무이자 학생대출까지 실시하면 된다.

실제로 스웨덴 등의 보편적 복지국가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대학등록금은 무료이고, 월 50만 원 정도의 학생수당이 모두에게 지급되고, 대학생이면 누구나 거의 무이자에 가까운 학생대출로 월 90만 원 정도를 받는다.
게다가 이 대출금은 졸업 후 25년에 걸쳐 상환하면 된다.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전선에 나서는 경우라면, 누구나 국가가 제도적으로 운용하는 ‘전 국민 고용안정망’의 지원을 받는다.
정부는 청년들이 취업할 때까지 직업훈련과 취업알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최저생계가 가능한 수준의 직업훈련·구직수당을 지급한다.

독일은 다른 유럽 복지국가들처럼 대학을 포함한 모든 교육이 사실상 무상이다.
독일은 무상교육에 더해 연방교육지원법에 따라 바푁(BAföG)을 지원한다.
BAföG은 학생들의 의·식·주 및 직업교육비용(교과서와 교통비 등)을 지원하기 위한 연방정부의 보조금이다.
대학교나 직업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모두 BAföG을 지원받을 수 있고, 사립 대학교나 사립 직업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도 지원 받을 수 있다.
대학교 및 직업학교의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정규학기가 끝날 때까지(최대 지원기간) BAföG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방학기간 중에도 계속 지원 받고, 임신·출산·육아·간병 등으로 정규학기 안에 학업을 마치지 못할 경우에는 BAföG 지원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또, BAföG의 절반은 보조금 형태로 지원되므로 전체 금액의 절반에 대해서는 변제할 필요가 없다. 나머지 절반은 무이자 대출금이다. 대출금의 상환은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빚더미에 앉을 걱정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런 저런 형태의 청년 고용·복지 프로그램들이 실시되고 있지만, 지원이 필요한 청년들이 수급에서 제외되거나 지원 수준이 낮아 실질적인 보장책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사각지대가 넓다. 대학생들에게 소득 수준에 따른 등록금 지원 정책이 실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학생 대출은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유럽 복지국가에 비해 이자와 상환 부담이 크다.
취업과 직업훈련 지원이 실시되고는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훈련·구직수당도 지원기간이 짧고 지급액이 작다.
우리나라의 청년 고용·복지 정책은 보편적 복지국가라기에는 여전히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왜 우리나라는 유럽의 복지국가들처럼 ‘실질적 보편주의’를 향해 성큼 나아가지 못할까.
그것은 정부 재정의 제약 때문이다.
정치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부 재정을 크게 확충(증세)해야 하고, 이렇게 마련된 돈을 푼돈기본소득이나 청년기본소득 같은 곳에 지출할 것이 아니라 유럽의 보편적 복지국가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처럼 제대로 된 청년 고용·복지 정책을 실시하는 데 써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이재명 후보의 연간 14조 원짜리(월 16만6천 원 지급) 청년기본소득 공약을 반대하는 이유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청년 정책 방향

보편적 복지국가는 필요에 상응하는 지원 방안을 정책화하는 국가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경제사회의 각 분야와 각계각층의 복지 필요를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선정하게 된다.
아무래도 청년보다는 아동·청소년이나 노인 등에 우선순위가 주어지는 경향이 강했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청년 정책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나라의 청년 정책은 선진복지국가들에 비해 그 내용이 매우 부실하기 때문이다.
8월 26일 문재인 정부는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청년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청년의 일자리·주거·복지문화·교육·참여권리 등 5개 분야의 87개 과제로 구성돼 있는데,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서 가져옴).

첫째, 청년 일자리 정책이다.
중소기업이 청년을 채용하면 14만 명의 인건비를 1인당 960만 원까지 지원하는 ‘청년 일자리 도약 장려금’이 신설된다.
중소기업 근무 청년들에게 적용되는 재직자 내일 채움 공제, 산업단지 중소기업 청년의 교통비 지원, 중기 취업 청년 소득세 5년간 90% 감면, 중기 재직 청년 전세자금 대출 등 일몰 예정 사업들은 일괄 연장된다.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초기·창업후·재도전 단계별로 아이디어 발굴, 멘토링, 자금·금융 등 맞춤형 지원을 확대한다.
고용증대 세액공제와 사회보험료 세액공제를 3년 연장해서 기업의 청년 고용을 독려한다. 아울러 기업의 인력풀을 활용해 취업상담·채용코칭·멘토링을 제공하는 취업-코칭 솔루션 지원사업도 신설된다.

둘째, 청년 주거 정책이다.
정부는 청년 맞춤형 주택 공급 확대와 청년 주거비 부담 경감을 통해 청년의 주거 안정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가구소득 기준 중위 100%와 본인 소득 기준 중위 60% 이하를 충족하는 15만2천 명을 대상으로 1년간 최대 월 20만 원의 월세를 지원한다.
월세 대출 소득 기준을 연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상향하고 무이자 대출도 신설할 계획이다.
행복주택의 계약금을 현행 10%에서 5%로 인하하고 재청약 요건을 완화한다.
청년우대형 청약통장의 가입기간을 2023년까지 연장하고 소득기준도 연 3000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완화한다.
청년·신혼부부 대상으로는 최대 40년 고정금리로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하기로 했다.

셋째, 청년 복지·문화 정책이다.
청년의 자산 형성을 위한 정책은 소득수준별로 마련됐다. 연소득 2400만 원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내일저축계좌’ 도입하고 저축액의 1∼3배를 정부가 매칭한다.
연소득 3600만 원 이하 청년 대상의 ‘청년희망적금’은 시중금리를 적용한 이자 외에 저축장려금 명목으로 최대 4%를 지원한다.
연소득 5000만 원 이하 청년이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에 가입하면 펀드 납입액의 40%가 소득공제가 된다.
또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월 20만 원의 마음건강 바우처를 3개월간 지원한다.
모든 기초·차상위 가구의 청년들에게는 연 10만 원의 문화누리카드를 발급한다.
군 복무를 마친 장병을 위한 사회복귀준비금 지원 사업을 강화해 전역 시 1000만 원의 목돈을 마련토록 한다.

넷째, 청년 교육 정책이다.
서민·중산층까지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5~8구간의 국가장학금 지원 한도를 대폭 인상한다.
내년부터 수급·차상위 가구의 장학금 지원단가가 52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늘어난다.
5·6구간은 368만 원에서 390만 원으로, 7구간은 120만 원에서 350만 원으로, 8구간은 67만5천 원에서 350만 원으로 증가한다.
중위소득 200% 이하 다자녀 가구는 셋째 이상 자녀의 대학등록금 전액을 지원받게 된다.
학자금 대출의 지원 대상을 대학원생까지 확대하고 취약계층 학생 5만7천 명의 재학 중 대출금 이자면제 지원도 강화한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패키지 지원에도 나선다.

다섯째, 청년 참여·권리 정책이다.
정부는 정부위원회를 청년참여위원회로 일괄 지정하고 반기별로 청년 공론화장의 운영을 통해 청년의 정책 결정 주도권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청년권익증진에 관한 법률 제정 및 각종 관리자격 등 최저연령 하향, 공무원 응시수수료 반환 기간 연장 등 청년 권익 관련 타 법령 개정 추진 등을 통해 청년권리 보장을 위한 법적 기반도 강화한다.
실시간 통합정보 제공을 위한 온라인 청년센터 기능 개편, 거점 청년센터 조성 등 청년정책 전달체계도 정비하기로 했다.
또 제1차 청년의 삶 실태조사, 청년정책 전담연구조직 운영 등을 통해 청년정책을 체계적으로 기획해나갈 계획이다.

청년기본소득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복지국가 청년 정책 방해

보편적 청년 고용·복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선진복지국가들이 이미 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아직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장 대학등록금부터 사실상 무상으로 가야 한다.
일자리나 창업을 원하는 청년들이 도전하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청년의 주거복지는 정부재정 투입의 우선순위 사업이 돼야 한다.
결혼·출산을 준비 중인 청년들에게 안정적 주거는 가장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졸업 후 취업을 원할 경우, 누구나 체계적인 지원을 받아야 한다.
청년들은 취업할 때까지 직업훈련·취업알선과 함께 조건부 수당을 받고, 취업 후 실직하면 고용보험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청년 고용·복지 정책이 부실하다.
이유는 정부재정의 제약 때문이다. 장차 증세 등으로 마련될 재정은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푼돈기본소득이나 청년기본소득에 투입할 것이 아니라 ‘보편적 청년 고용·복지 정책’에 제대로 쓰이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연간 14조 원짜리 청년기본소득을 공약했다.
이 공약이 그대로 실현될 경우, 8월 26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청년특별대책’은 폐기될 수밖에 없게 된다.
무차별적 획일주의 방식의 청년기본소득과 보편적 복지 방식의 청년특별대책, 재정적 제약 때문에 이 두 가지 모두를 추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차별적 획일주의’ 방식의 청년기본소득은 민주당의 강령·당헌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인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을 방해한다.

※ 이상이 필자는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다. 2007년부터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2021년부터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상임공동운영위원장,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복지대타협위원회 공론화위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기본소득 비판
『이상이의 복지국가 강의』 『복지국가는 삶이다』 『복지국가가 내게 좋은 19가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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