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리에 취해 황홀한 여름밤이었다.
3일 오후 7시 창원시 의창구 중앙대로에 있는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
장마철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데리고 온 30대 주부에서부터 70~80대에 이르기 까지 1천여 명의 관객들이 공연장에서 울려 퍼지는 우리소리와 하나 된 몸짓에 넋이 나가 있었다.
시사코리아저널이 통합 창원시 출범 1주년을 맞아 주최한 '하나 된 창원 우리 소리를 만나다'가 공연되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 '국악' 하면 고리타분하고 노인들이나 좋아하는 음악과 춤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날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날 공연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청년층들도 군데군데 보였고 40~50대 중년층도 많이 눈에 띄어 국악을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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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자 KBS무용단이 삼고무 공연을 하고 있다. | ||
이어 여성민요단 '아리수'의 단원이자 경기도무형문화재 31호 이수자인 윤현숙-견두리 사회자의 통합 창원시 1주년을 축하하는 멘트와 함께 조명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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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향 이생강 선생과 이관훈 전수조교의 대금 병조 | ||
대금의 음률은 애잔하게 심금을 울리다가 민초들의 애환을 노래하듯, 때로는 가슴을 후벼 파면서 젖어들었다. 공연장의 숨소리까지 멈추게 한 대금소리는 이내 격랑을 치며 영혼들을 휘몰아쳤다.
뻐꾸기 울음소리를 내며 하늘을 날아올랐다가 천길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공연의 주인공 격인 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인 죽향 이생강 선생과 이 선생의 전수조교인 이광훈 선생의 대금산조 병조가 느린 진양조로 시작해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휘모리, 단모리를 거치면서 객석을 매료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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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금 병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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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현숙-견두리-남은선씨가 경서도 민요를 열창하고 있다. | ||
사회를 맡았던 윤현숙-견두리씨가 직접 나서고 남은선씨가 가세한 경서도 민요가 불릴 때는 무대와 객석이 어우러져 마치 흥겨운 잔칫집 한마당을 연상케 했다. 숨 가쁘게 몰아치다 하강하는 창법을 구사하며 창원시민들을 이끌어가는 이들 공연자들을 향해 시민들은 "얼씨구", "얼~쑤", "잘한다" 등 추임새로 답하며 어깨춤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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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자 KBS무용단의 부채춤. | ||
무용단원들의 손에 쥐어진 각각 부채 2개가 포개져 나비되어 훨훨 나는 모습을 연상케 하다 사뿐히 내려앉았다. 이들 부채는 다시 꽃이 되어 활짝 피었다가, 이내 파도가 되어 일렁여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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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혜 씨의 심청가 공연 장면. | ||
고수 정명기 씨의 장단에 맞춰 이어진 박인혜씨의 심청가 중에서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의 한 소절이다.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에서 관객들은 박수로 환호했다. 박인혜씨는 남도민요인 '성주풀이'와 '남원산성'을 열창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며 호흡을 같이했다.
이날 공연에서 관심을 끈 대목에서 국악 퓨전그룹 '예성'의 공연을 빼놓을 수 없다.
대금 전수조교인 이광훈씨가 대금으로 무대 전면에 나서고 장구, 꽹과리, 가야금, 전자 오르간이 등장해 화음을 이뤘다. 여기에다 요즘 인기를 더하고 있는 아쟁까지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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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 퓨전그룹 '예성'이 중국영화 OST '첨밀밀'을 연주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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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민요를 열창하는 윤현숙, 견두리, 남은선씨. | ||
특히 윤현숙씨가 창을 하면서 우리 춤을 출 때 관객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발끝에서 손끝까지 이어지는 춤사위에서 '우리 춤이 이렇게 아름다운 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관객들은 저도 모르게 어깨춤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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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보가를 부르는 정상희씨. | ||
'스르렁 스르렁 톱질이야'를 시작해 '던져 놓고(정상희)…….받아먹고(시민들), 던져 놓고……. 받아먹고' 등 무대와 객석이 주고받는 대사는 한마디로 어우러짐 그 자체였다.
우리의 대금과 서양의 기타가 만나면 어떨까.
1960년대부터 유럽지역 40개국을 순회하며 "마치 수십만 마리의 꿀벌들이 꽃으로 날기 위해 날아다는 듯 한 소리"라는 극찬을 받았던 죽향 이생강 선생이 다시 출연해 클래식 기타의 대가 김광석씨와 음을 맞췄다. 우리 귀에 익숙한 대중가요 칠갑산을 비롯해 목포의 눈물 등이 동서양의 악기로 화음을 이루면서 객석에서는 콧노래가 절로 터져 나왔다.
객석에서는 앙코르 요청이 쇄도했고, 죽향 선생은 단소까지 들고 나와 데니보이를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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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생강 선생과 기타리스트 김광석씨의 연주. | ||
단소 연주는 마치 색소폰 소리와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 흐느낌과 절규가 섞인 음색으로 기타반주와 화음을 이뤘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간들거리다가, 찢어질 듯 절규하는 단소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밀려오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이날 공연의 피날레는 김중자KBS무용단이 맡았다.
무용단 4명이 소북을 들고 미끄러지듯 무대에 등장, 무대를 한 바퀴 휘감은 뒤 4명의 대북단을 끌고 나왔다. 이어 8명이 펼치는 대북 난타의 장엄함이 통합 창원시의 번영을 기원하면서, 1시간 40분의 무대와 객석의 잔치마당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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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자KBS무용단이 마지막 순서로 북춤 '북소리'를 선보이고 있다. | ||
이날 공연을 관람한 김연희씨(40.주부)는 "우리 국악 공연이 이렇게 흥겹고 황홀할 줄 몰랐다"며 "아들딸과 함께 왔는데, 아이들도 새로운 면을 봤다며 많이 좋아했다. 오늘 공연의 여운이 오래갈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학생 이소정씨(22)도 "국악 하면 고리타분하게 생각했는데, 공연 내내 흥이 절로 났고, 대금 연주 때는 알 수 없는 신비로움에 매료됐다"며 "앞으로 친구들과 국악공연을 자주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시사코리아저널 이환수 대표는 "이번 공연을 뒤늦게 기획해 시민들에게 많이 알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면서 "자치단체와 기업체 등이 우리 국악에 대한 중요성을 더 깊이 깨달아, 시민들이 오늘 같은 공연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종민 webmaster@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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