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0시 15분경 창원시 용지호수 무빙보트 탑승객 다수가 풍랑으로 호수에 표류중이라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가 초등학생 등 탑승객을 구조하고 있는 모습. 흐리게 화면 처리. /사진제공=창원소방서

'사고인가 해프닝인가'...소방서·보트회사·창원시 판단 '제각각'

[시사코리아저널=임춘호 기자] 창원시가 명물로 자랑하고 있는 의창구 용지호수의 무빙보트 운항에 따른 보트회사 측의 안전불감증이 도마위에 올랐다.

일본열도를 강타한 태풍 '란'의 영향으로 지난 22일 경남을 비롯한 남해안에는 강항 강풍으로 인한 각종 사고가 잇따랐다.

경남지방을 비롯한 창원시에도 이날 오전 강풍이 예고됐다. 오후 1시에는 강풍경보와 함께 간판 등 부착물 고정, 선박 결박 등에 유의하라는 행정안전부의 안전 안내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창원 용지호수의 무빙보트를 운영하는 ㈜무빙보트는 평소와 다름없이 호수에 보트를 띄우고 정상적인 영업을 하면서 한 때 소동이 일었다.

창원소방서는 이날 오전 10시 15분경 용지호수 무빙보트 탑승객 다수가 풍랑으로 호수에 표류중이라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 신속한 구조 활동으로 보트 6대에 탑승해 있던 60여명을 안전하게 구조했다고 밝혔다.

소방서는 "사고발생 당시 강한 바람과 호수의 너울로 인해 무빙보트가 전복될 우려가 있었다"며 "수난사고 전문 구조요원을 포함한 소방대원 11명이 수난구조장비 등을 이용해 단 한 명의 인명피해 없이 안전하게 구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용지호수 무빙보트 운영자에게 강풍특보 해제 시까지 무빙보트 운영을 일시 중지하고, 수난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기상변화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구조사고와 함께 내려진 이 지시에 따라 무빙보트회사는 이날 영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같은 창원소방서의 발표와 ㈜무빙보트 관계자의 반응은 달랐다.

무빙보트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날 초등학생 단체 손님 등이 보트에 타고 있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속도가 잘 나오지 않았다"면서 "아이들이 떠들며 장난 식으로 ‘살려달라’고 해 지나가는 시민이 신고한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구조선도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라고 보기에는 좀 그런 부분이 있다"면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가 임의로 아이들을 빼냈다"고 답변했다.

당시 출동했던 소방관은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상예보 상으로 초속 6m정도 바람이 불고 있었으며 보트 6대에 아이들이 많이 타고 있었다"면서 "바람이 강하다 보니 보트가 조종하는데로 가지 않아 계류장 반대방향으로 밀려가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출동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소방관은 "(계류장이 아닌 곳으로)떠밀려 오는 보트를 인명구조용 로프 등을 던져 계류장 반대쪽 정구장 근처에서 탑승자들을 육지로 끌어 올려 구조했다"며 "이날 같은 강풍이 불 때는 모터 힘이 약한 보트는 밀릴 수밖에 없고, 구조선 한 대가 여러 대의 보트를 감당하기에는 무리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날도 결국 계류장이 아닌 반대쪽에서 아이들 등 승객을 끌어 올려 구출했다"면서 "바람이 강하게 불 때는 보트를 띄우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고 충고했다.

이날 무빙보트 회사가 수상안전을 위해 운영하는 구조선에 타고 있었다는 무빙보트사 직원은 "이날 바람이 많이 불어, 보트운전을 잘 하지 못하는 학생 인솔교사들의 보트는 (계류장과 다른 방향) 정구장으로 밀렸다"면서도 "구조선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어 보트끼리 충돌 우려가 있으면 밀어주기도 하는 등 구조를 요구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보트에 탄 승객 중에 멀미를 하는 승객이 있어 보트 한대를 계류장으로 유도해 주고 오던 과정에서 119가 출동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어린 아이들이 겁에 질렸다기 보다 장난식으로 ‘살려달라’고 해 호숫가를 지나는 시민에 의해 신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태풍으로 인한 강풍 속에서 벌어진 사고와 관련, 창원소방서와 보트회사의 판단이 서로 다른 가운데 강풍에 대비하고 감독해야 할 창원시의 해석도 또 달랐다.

창원시 관계자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 보트를 회수하고 있던 과정에 지나가는 시민 한 분이 관리가 안되는 줄 알고 119에 신고를 한 것으로 안다"며 "예약을 한 승객들이 미리 와 기다리는 바람에 보트를 띄웠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 보트를 회수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119 구조대와 보트회사 구조선 직원에게서도 나오지 않은 "강풍으로 인해 보트를 회수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창원시 공무원에게서 나온 것이다.

이 공무원은 이어 "구조선이 보트 옆에서 정상적인 보호활동을 하는 등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며 보트회사 측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바람이 많이 불면 모터 용량이 적은 보트는 안 띄우는 것이 맞은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창원시 용지호수 무빙보트는 시와 협약을 맺은 레저업체 ㈜무빙보트가 6억 원을 투자해 지난 9월 6일 운항을 시작,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2시간 15대를 운행하고 있다.

지름3m×높이2.5m×깊이0.8m 400kg 중량의 FRP 재질로 된 이 무빙보트는 다른 지역에서 운영되는 보트들과 달리 전기충전식이어서 최대 8명까지 한정적으로 탑승하고, 한번 운행하면 30분 이상 걸린다.

이용요금은 탑승인원 4인 이하 30분 2만 원ㆍ1시간 3만 원이며, 4인 초과 시 1인당 5,000원의 요금이 추가된다.

창원시가 관광사업으로 도입한 무빙보트가 야간 운항을 하고 있는 모습.

임춘호 기자  8035ok@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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