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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 앤 본(rust and bone)' "재와 뼈"(우리말)-삼류 싸움꾼과 고래 조련사의 '애절한 사랑'-
  • 김용수 기자
  • 승인 2013.05.0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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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코리아저널=김용수 기자]남자는 무엇에도 상관이 없었다. 복서 출신의 건장함을 내세워 몸을 쓰며 일했고, 몸으로 사람을 만났다. 마음은 아무래도 좋았다.

여자는 모든 걸 신경 써야 했다. 범고래를 조련하는 일은, 자신의 몸과 누군가의 몸을 절제하는 일이었다. 몸을 절제하니 마음이 하는 소리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모두 몸을 쓰며 살아갔지만 삶의 방식은 정반대였다. 남자는 본능 이외의 것을 알지 못했고, 여자는 몸을 벗어난 자유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이들 삶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남자에게는 '아들' 이라는 절제 이유가, 여자에게는 '다리 절단'이라는 굴레가 다가왔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육체 속에 갇혀 있던 이들은 시련을 겪으면서 오히려 몸과 마음의 자유를 얻게 된다.

'러스트 앤 본(rust and bone)' 은 우리나라 말로 `재와 뼈`라고 번역된다. 육체의 굴레에 갇혀 살던 주인공들이 시련 속에서 서로를 구원하는 과정을 뼈와 살이 끊임없이 부딪히며 표현하는 영화다. 다리가 잘리고 피 튀기는 싸움을 하며, 질퍽한 정사를 하는 장면이 이어져도 그 육체의 부딪힘에서 나오는 고통과 환희가 그대로 전달되기에 불편하거나 선정적이지 않다.

영화는 한때 복싱을 했던 삼류 싸움꾼 알리(마티아스 쇼에나에츠)와 범고래 조련사로 일하는 미모의 여성 스테파니(마리옹 코티야르)의 일상을 비추며 시작한다. 남자는 한때 복싱을 했던 경력을 발판 삼아 경호원과 경비 등 일을 하며 살아가고, 여자는 고래 조련사로서 관객들 앞에서 화려한 무대를 펼친다.

두 남녀는 건강한 신체로 돈벌이를 하고 육체적 매력으로 이성을 만난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분은 이 지점이다. 건강한 신체로 살아가던 이들이 몸을 잃으면, 혹은 건강한 신체가 필요없는 상황에 이르면 어떻게 될까.

스테파니는 갑자기 고래가 무대를 덮치는 사고로 두 다리를 잃는다. 자신의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했던 스테파니는 과거 잠깐 스치듯 만났던 알리가 떠올라 그에게 연락한다. 즉흥적이고 단순한 알리를 보며 스테파니는 몸의 굴레를 벗어나며 조금씩 치유를 받는다.

알리에게도 전환점이 온다. 하루하루를 때우듯 살아가는 그에게 5세짜리 아들이 나타난 것이다. 아들을 대하는 법을 잘 모르는 그는 서툴게 아이를 돌보다 위기에 닥친다. 자신의 건장한 몸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닥쳤을 때 그는 마음을 채우는 스테파니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된다.

두 다리를 잃은 마리옹 코티야르 모습은 컴퓨터 그래픽이다. 하지만 연기가 워낙 훌륭해 관객도 함께 그 고통을 느낄 듯하다. 화장기 하나 없는데도 당당하고 아름다운 그의 모습에 시종일관 시선을 떼기 어렵다.

프랑스와 벨기에가 예술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제작비 220억원을 투입했다. 2009년 '예언자' 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자크 오디아르 감독 영화다.

김용수 기자  yskim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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