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 외동에 위치한 김해여객터미널 부지 개발을 둘러싼 특혜 논란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터미널 부지는 '박연차 게이트'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소유했다.
박 전 회장은 측근의 부인으로 알려진 안 모 씨와 공동명의로 지난 2002년 10월 14일 토지공사로부터 경남 김해시 외동 1264번지에 소재한 시외버스터미널 부지(7만 4331㎡)를 340여억 원에 매입했다. 평당 125만 원꼴로 주변 시세보다 1/3 정도 싼 가격이었다.
박 전 회장 측은 잔금 3억 원을 납부하지 않고 등기이전을 미루다 2009년 12월 잔금을 치르고 등기를 마쳤다. 문제는 박 전 회장 측이 등기 이전을 마친 뒤 한 달여 만인 지난 2010년 1월 22일 이 부지를 신세계 측에 899억 원에 되팔았다는 점이다.
8년여 만에 600억대의 매각 차익을 남긴 셈이다. 지역 부동산업계 주변에서는 드러난 액수가 899억 원이지 실제 매매 금액은 1000억대를 훨씬 상회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었다.
이 부지는 도시계획법상 '자동차정류장' 부지로 지정돼 있어 지구단위계획 변경 없이는 대형유통점 등 복합상가 건축이 불가능한 데도 신세계가 거금을 투자한 배경에 의혹의 시선이 쏠렸다.
특혜 논란 등 각종 의혹이 증폭되자 김해시는 지난 2010년 3월에 '용도변경 불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 관련 의혹은 점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8개월여 후인 지난 2010년 11월 23일 김해시가 갑자기 내년 7월에 김해터미널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재 점화되고 있다.
특히 터미널 사업은 부지 매입비용만 1000억 원대에 달하고, 대형유통단지가 들어설 경우 막대한 개발 이익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혜 논란 및 커넥션 의혹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실세로 김해여객터미널 부지 및 개발 사업을 둘러싼 특혜 논란과 각종 의혹이 불거진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연차 전 회장이 이 부지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진 지난 2008년 말부터 특혜 시비가 끊이질 않았고,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문제는 이 부지가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자동차정류장)으로 지정돼 있어 버스정류장과 그 외 편의시설만 들어설 수 있는 곳으로 제한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박 전 회장이 이 부지를 싼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었던 것도 '개발제한구역'이라는 꼬리표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이 터미널 부지를 매입한 이후 김해시가 '터미널 이전'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고,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터미널 이전에 따른 개발이익으로 터미널 부지는 1000억 원을 상회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터미널 이전은 추진되지 않았지만 당시 김해시장이었던 송은복 씨는 재임 시절(1995~2006년) 박 전 회장이 추진한 각종 사업에 대해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5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009년 3월에 구속되기도 했다.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종결되면서 터미널 부지를 둘러싼 부동산 투기 의혹 및 특혜 논란도 서서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당시 도시계획법상 대형유통점 등 복합상가 건축이 불가능한 터미널 부지를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인 신세계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 매입한 배경을 둘러싼 궁금증과 의혹도 증폭됐다.
여러 정황상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1000억 원대의 부동산 거래 이면에는 분명 매매 당사자와 개발 인허가 관청 간에 용도변경을 통한 개발사업 등 검은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의혹의 시선이 끊이질 않았다.
특혜 시비 및 개발 이익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증폭되자 김해시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지난 2010년 3월 3일 최재목 당시 김해시 도시관리국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 이 부지는 도시계획시설상 내외지구 제1종지구 단위계획에서 자동차 정류장만 건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대규모 점포의 건축 및 개설등록은 불가능하다"며 "2014년 지구단위계획 변경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박 전 회장 측도 터미널 부지 매각을 둘러싼 투기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공동명의자인 안 씨가 부지 매입 당시 자금 절반을 실제로 투자했는지, 또한 매도 금액 중 절반이 그의 몫으로 실제로 돌아갔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터미널 부지 전체 매도 금액은 899억 4000만 원(안 씨 지분 포함)으로 추정되고 있고, 그에 따른 시세 차익은 617억여 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역 사정당국 주변에서는 안 씨는 명의만 빌려줬을 뿐 박 전 회장이 매입 자금을 모두 충당했고, 시세 차익 또한 전적으로 박 전 회장이 챙겼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김해시의 대형건축사업 불가 입장과 박 전 회장 측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김해터미널 부지를 둘러싼 논쟁은 다시 소강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11월 23일 김해시가 현 터미널 부지에 현대식 시외버스터미널 건립사업을 추진 계획을 밝혀 논란이 재점화었다.
건립사업은 터미널 부지 소유주인 신세계가 주도하고 2011년 4월에 경전철이 개통됨에 따라 시외버스터미널이 복합환승센터 기능을 갖추도록 한다는 게 김해시의 방침이였다.이처럼 김해시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사업 추진으로 급선회하자 지역 상가를 중심으로 각종 소문이 무성하게 나돌았다.
김해시와 신세계 측은 대형 유통시설을 짓는 게 아니라 김해시민의 숙원사업인 현대식 터미널을 짓겠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개발 이익을 둘러싼 검은 커넥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역 상가와 여론을 의식해 단순한 현대식 터미널 사업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향후 터미널과 연계된 이마트 등 대형 유통시설을 건립할 개연성이 높다.
터미널 상가 주변에서는 여야를 망라하고 부산·경남 정치권에 마당발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박 전 회장과 이윤추구가 목적인 대기업이 900억 원대의 부동산 거래를 한 이면에는 분명 막대한 개발이익 등이 담보됐을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형유통업체인 신세계가 경남 김해여객터미널과 연계된 백화점과 이마트의 입점을 추진하자 지역 내 전통시장과 상가 상인들이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잇단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김해 동상동전통시장, 가락로상인회, 중앙번영회, 로데오번영회, 1번가번영회 상인들로 구성된 이마트 입점반대 추진위원회는 대기업 유통시설의 추가 입점을 저지하기 위한 전면전도 불사하는 형국이다.
추진위는 성명서를 통해 "최근들어 김해대로를 따라 홈플러스, 메가마트가 문을 연데 이어 부원동에는 복합상가인 아이스퀘어와 롯데마트가 공사 중이고,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마저 들어서면 기존 주변 상권은 그야말로 초토화된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김해대로를 따라 홈플러스 등이 문을 연 데 이어 부원역세권에 롯데마트가 공사 중이고,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마저 들어서면 김해지역 전통시장 상권은 완전히 초토화된다”며 “터미널 부지를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해 백화점이 들어선다면 감사원의 감사로 특혜 여부와 책임 유무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객터미널 부지를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해 백화점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특정 업체에 대한 지나친 특혜로, 지역상권을 짓누르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추진위는 중소상인을 말살하는 백화점 입점에 대해 김해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대기업 유통재벌의 점령으로 생계마저 막막해진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해시는 상인들의 반발에 여객터미널 건축허가를 15일까지 보류하기로 했지만, 백화점과 이마트의 입점을 사실상 바라고 있는 눈치다.
시는 인구 52만 대도시에 걸맞은 여객터미널과 백화점이 없어 많은 시민들이 현 터미널 부지에 터미널과 백화점 건립을 바라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김해시민의 52%가 백화점을 이용하고 있지만, 백화점의 부재로 인근 도시의 롯데 창원점 37%, 롯데 서면 8%, 롯데 광복 3%, 신세계 센텀.마산 4% 등으로 원정쇼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터미널과 백화점으로 신규 고용창출, 경전철 이용객 증가 등의 지역경제 활성화, 문화센터설치로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제공 등 시민들에게 편의와 혜택도 많다는 게 김해시의 설명이다.
대형마트는 생활용품, 백화점은 의류와 잡화, 전통시장은 신선가공식품 등으로 주 구매상품이 서로 겹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시민과 상인 모두의 입장을 고려해 유통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백화점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것으로 조사된 데다, 향후 60만 대도시 위상에 맞는 백화점 입점을 통해 상권 유출 방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져올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이마트 입점이 지역 숙원사업인 여객터미널 건설과 연계돼 있어 더이상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신세계 측은 일단 시의 건축허가가 보류된 만큼, 상인회와 협의를 거쳐 상생협약을 맺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 측은 그러나, 상인회와의 협상이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김해시가 정한 기한을 넘기더라도 상생협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사태 장기화에도 대비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역 여론이 좋지 못한 것도 언론을 통해 확인하고 있지만, 지역정서에 맞서 가며 백화점과 이마트 입점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며 "건축허가 신청과 관계없이 상인회와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 김해시내 중소상인들과 생계형 영세상인들은 김해터미널에 대형 할인점이 들어설 경우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상권이 대기업 독식구조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상동전통시장 인근에서 20년 넘게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영세·중소상인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대형할인점을 김해시가 앞장서 도시계획까지 변경해가며 허용한다면 누가 봐도 특정업체 밀어주기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김해시와 신세계가 편법을 동원해 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시민들과 상인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김해터미널 개발사업을 둘러싼 특혜 논란 의혹이 확전될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내년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경남지역을 달구는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진화 기자 sisa@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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