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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민 칼럼] "대한민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입니까"저급한 면피 · 눈치보지 말고 "모든 안전 주체는 정부다"고 답할 차례다
  • 시사코리아저널
  • 승인 2022.11.02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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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민 /시사코리아저널 편집국장(선임기자)

대명천지에서 어찌 이런 참사가 일어날 수 있을까. 그것도 OECD 회원국인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말 억장이 무너지고, 아무리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인근에서 일어난 압사 참사 희생자가 11월을 시작하는 1일 현재 156명, 부상자가 157명으로 집계돼 3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일부터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꽃다운 젊은이들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내는 눈물바다의 발인이 시작됐다.

이같은 아픔 속에서도 현 정부 책임자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태도는 국민들의 아픔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는 것 같다.

국가 안전의 주무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 다음날인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 후 브리핑에서 “경찰·소방인력 배치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면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참사가 발생한 서울시 용산구를 책임지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31일 이태원 사고 사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를 찾은 뒤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 사망하신 분들과 유가족들에게 심신한 조의를 표현다"고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도 책임론에 대해서는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다.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했다. (인파 예상을)못한다. 작년보단 많을 거라고 예측했지만 이렇게 단시간에 많을 거라고는(생각 못했다)"라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특히 이태원 할로윈 행사의 명확한 주최자가 없었다는 점을 꼬집으며 "이건 축제가 아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로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되겠다"고 주장했다.
용산구청의 책임이 없다는 답변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태원 핼로윈 축제를 앞두고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이 간담회를 열었지만 별다른 안전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당수의 언론은 정부 측과 해당 지자체가 주장한 '주최측 없는 행사 및 현상'에 대해 대응할 수 없었다는 면피용 발언 등을 큰 지적 없이 보도해 일반 국민들이 당연하게 인식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면피성 발언이 이어진지 사고 사흘만에 행안부장관과 경찰청장, 서울시장, 용산구청장 등이 일제히 사과하며 머리를 숙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 출석해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면피성 발언으로 국민들이 질타가 이어진 지 이틀만이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입장표명 기자회견을 열어 참사 전후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태원 참사 사흘 만에 고개를 숙이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특별시장으로서 이번 사고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다"면서 20대 사망자 유족의 사연을 언급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이날 공식 입장문을 배포하고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대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들의 뒤늦은 사과 뒷면에는 국민들의 높아지는 비난의 목소리와 함께, 경찰의 부실 대응이 서서히 드러난 것도 한몫 한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공영방송인 KBS는 1일 밤 9시 뉴스를 통해 '이태원 참사' 발생 4시간 전 "사람들이 골목을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다.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신고가 들어왔다고 경찰과의 통화 녹취를 근거로 보도했다.
이에 경찰관은 "압사, 밀려서 넘어지고 그러면 큰 사고가 날 것 같단 거죠?"라고 되묻는다.

이같은 위험을 알리는 신고는 사고 발생 전 11건이나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전화를 걸어온 장소는 정확히 참사가 발생한 그 골목이었다.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이미 시민들은 '압사 위험'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경찰에 'S.O.S'를 친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해결되지 않았고, 저녁 8시가 넘어서면서 다시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8시 33분, "사람들이 쓰러졌다"는 신고까지 들어오고, 신고자가 직접 촬영한 영상도 경찰에 보내겠다고 했다.
20분 뒤 또 다른 신고는 "사람들이 압사를 당하고 있다, 거의 아수라장이다"였다.

신고 내용은 더 다급해진다.
밤 9시부터는 "대형 사고 나기 일보직전이다" "진짜 사람 죽을 것 같다"는 등 참사가 다가왔음을 알리는 신호가 줄을 이었다.

한 시민은 "골목 내 일방통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통제 좀 부탁드린다"며 구체적인 해결책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여기에도 압사, 대형사고란 단어와 함께 통제가 필요하다는 다급함이 담겨있다.

시민들의 112 신고 및 요청이 잇따랐는데도 경찰과 지자체가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시민들이 우려했던 사전 신고 및 요청 내용은 불행하게도 이날 밤 10시 15분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가 애도기간을 선포하는 등 애도 분위기를 의식해 현장 보도에 치중하는 한국 언론에 비해 외신은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1일 정부를 대표해 외신기자들 앞에 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거침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사고 원인이 뭐냐는 질문에 한 총리는 "군중 관리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게 주요 요인"이라고 답했다.
한 총리는 "현지에 그런 치안을 담당하는 인력을 많이 투입을 만약 했더라도, 그런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조금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한 총리의 제도적 미흡을 탓하는 취지의 답변과 정부와 지자체장들의 면피성 발언을 지적하듯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하느냐", "경찰이 초동 조치를 하지 않은 게 문제 아니냐"는 등 따끔한 질문이 잇따랐다.

한국 언론들이 국민 애도기간을 이유로 정부의 대응 및 문제점 지적을 자제하고 있는 시점에 외신기자들이 매서운 객관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스텔라 킴 NBC 뉴스 기자는 "애초에 젊은이들이 그곳에 있었던 것이 잘못이었느냐? 이렇게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하는데,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냐?"고 정곡을 찌르는 비수를 날렸다.

한 총리는 "젊은이들의 잘못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주최자가 있건 없건 지자체장이 통제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식 사과를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안전정책 주무 부처인 이상민 장관이 사과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행안부장관과 용산구청장 등이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주최측 없는 행사'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은 반박하고 나섰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위험 발생의 방지 등)의 각 조항을 종합하면 이번 참사와 같이 다중 인파가 몰렸을 경우, 경찰이 다양한 위험을 막을 조치가 가능하도록 법에 뚜렷하게 명시돼 있다.

정부와 경찰은 이런 '주최측 없는' 행사에는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지침, 매뉴얼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핼러윈처럼 주최 측 없는 자발적 모임이라면, 아무리 많은 인파가 모여도 경찰력 동원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논리였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도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는 경우가 거의 사실은 상황이나 유례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침이나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경찰 업무를 정한 법률에는 '극도의 혼잡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은 모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경고를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피난을 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최자가 있건 없건 경찰의 적극 대응 의무가 뚜렷하게 현행법에 명시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정부나 경찰 스스로가 그동안 이 법 조항을 '의무'로서 인지하지 않았고, 따라서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주최 측의 유무를 떠나 혼잡 상황은 그 자체로 '재난'이 될 수 있음을, 온 국민이 뼈아프게 목격했다.

이제 남은 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책임'과 '규정'을 더 명확히 다듬는 일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제, 면피와 국민 떠보기에 시간을 보내기 보다 "정부의 (안전)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입니까?"라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과 대책을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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