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15공구 준설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건설이 이동식 크라샤를 이용해 야적해 놓은 폐기물을 현장에서 처리하고 있다. 이 폐기물은 사실상 모래흙에 가까웠다.

［시사코리아저널/ 정종민 선임기자］정부의 4대강 사업이 시작되던 지난해 낙동강 15공구에서 대규모 폐기물 매립 사실이 드러나 공사가 한때 중단됐었지만, 이 폐기물 처리와 관련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해 조사된 매립폐기물량의 5% 정도만 정상 처리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토해양부가 공신력 제고를 위해 의뢰했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조사가 엉터리였는지, 아니면 공사를 맡고 있는 현대건설이 제대로 처리를 하지 않았는지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김해 상동구간을 포함한 8.9.15공구에 폐기물이 매립됐다는 논란과 관련,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해 매립폐기물량을 조사했다.
국토해양부는 낙동강살리기 사업 15공구인 경남 김해군 상동면 낙동강 폐기물 매립과 관련, 지난해 12월 7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매립된 폐기물처리의 공법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했다"고 배경설명을 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이에 따라 이들 낙동강 구간에 대한 폐기물매립 조사를 실시, 15공구에 7만1,000여톤이 매립된 것으로 조사.보고했다.
국토부는 이같은 조사결과에 따라 폐기물 처리예산을 확보,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적법처리를 지시했던 것.

준설폐기물 5%만 정식 처리한 현대건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공개입찰을 통해 폐기물처리회사인 한맥(주)와 혼합건설폐기물 7만1,500톤을 처리하기로 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현대 측은 이 계약서에서 1일 처리량(500m³-약 1,000톤)까지 직시하면서, 한맥(주)에게 운반에 문제가 없도록 차량배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운반차량 부족시 적치비를 공제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등 적극적인 처리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도 전체 계약물량의 5%정도에 해당하는 3,000톤 가까운 폐기물만을 한맥(주)에 처리하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다.
불과 몇 개월만에 처리업체와 계약했던 폐기물 6만8,500톤이 증발한 셈이다.

현대건설 현장 관계자는 "준설된 폐기물 상태가 양호해, 60mm 스크린을 통해 걸러낸 다음, 아래로 빠진 흙을 제외하고 남은 폐기물만 처리하다 보니 처리량이 줄어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스크린을 통과한 모래 처럼 된 흙은 야적해 놓았다가, 이동식 크라샤를 이용해 다시 작업을 해 매립토로 재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 감리 관계자도 "육지에 매립된 폐기물이 강에 잠기면서, 세월이 흐르면서 흩어지는 바람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조사과정에서 정밀도가 떨어진 것 같다"며 "실제 준설을 해 보니 혼합폐기물량은 미미했고, 상태가 양호한 모래가 대부분이었다"고 혼합폐기물 처리량이 줄어든 이유를 해명했다.
한마디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매립폐기물 조사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폐기물 처리회사의 시정.적법처리 요구 '무시'

그러나 폐기물처리업체의 판단은 현대건설 측과 확연히 다르다.
"준설한 혼합폐기물을 공개 입찰할 때, 준설돼 있던 폐기물 상태는 분명 혼합폐기물이었는데도 현대측이 공사 방식에도 없는 60mm 스크린을 통해 걸러내는 바람에 폐기물량이 턱도 없이 줄어든 것"이라는 설명이다.

폐기물 처리회사인 한맥 측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현대건설과 부산국토청에 적법한 폐기물처리를 요구하는 공문을 여러차례 보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불법처리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공문에서 한맥은 “작은 비닐과 콘크리트 조각 등이 혼합되어 있는 혼합폐기물로 판정받아 입찰공고까지 마친 폐기물을 60mm의 자체 선별기를 사용해 폐기물을 분리하는 것은 적법하지 못하다”며 "시정요구와 적법처리, 관리감독 등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번번이 묵살 당했다"고 덧붙였다.

폐기물처리업체인 한맥(주)가 폐기물 처리에 대한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자, 현대건설측은 4월 18일 이 문제를 환경청에 질의했다.

현대 측은 이 질의 공문에서, “(자신들이 공사하는)수중 준설토의 경우 대부분 모래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현장에서 이미 60mm 스크린으로 선별했다”면서 “별도의 중간처리과정을 거칠시 국가적 예산낭비와 중간처리비용이 폐기물처리비용 보다 과다하니 중간처리과정을 생략하고 현장 자원으로 재활용 할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기 바랍니다”며 월권적인 요청을 하기도 했다.

환경청은 이에 대해 “매립된 폐기물은 입자와 관계없이 건설폐기물(건설폐토석)으로 봐야 한다”면서 “다만 건설폐재류, 폐토사 등이 혼합되어 분리.선별이 곤란한 혼합폐기물은 건설폐기물(혼합건설폐기물)로 분류해 허가받은 건설폐기물처리업체에 처리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분리.선별시설은 건설폐기물처리시설이 아니므로 폐기물을 분리.선별한 결과 발생한 선별토사가 중간처리기준에 적합하더라도 건설폐토석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회신했다.
김해시청도 비슷한 시기에 질의 공문을 받고 비슷한 답변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갑자기 등장한 60mm 스크린 선별… 검증방법 모호

여기에서 현대 측이 60mm 스크린을 통해 임의 선별 처리한 폐기물이 과연 혼합폐기물인지, 아닌지에 대한 검증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 측은 현재까지 준설한 준설토 4만여톤(나머지는 이미 처리)이 대부분 모래 성분이어서 현장에 보존돼 있으며, 이동식 처리시설을 통해 현재 처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보존 폐기물이 폐기물로 추정돼 준설된 폐기물인지, 아니면 일반 준설토인지 정확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다 현대 측은 60mm 스크린을 통해 걸러내는 작업마저도, 폐기물처리업체와 관련이 없는 자신들의 건설 협력사를 통해 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건설이 낙동강 둔치 평지에 있는 모래성분의 흙을 준설폐기물이라며 2m 깊이로 다시 파내어 다시 야적한 다음, 크라샤를 이용해 선별 처리하고 있다. 사진은 평지 일부를 2m 깊이로 파낸 현장.

낙동강 공사장엔 폐기물은 온데간데 없고 모래흙만 남아

본지 기자가 지난달 말 현지 취재 결과 낙동강 둔치에 야적해 놓은 폐기물은 1만여톤 남짓이었다.
기자가 폐기물량이 적은 이유를 묻자, 현대건설 현장 직원은 평지의 모래를 2m 깊이로 파내는 현장을 보여주며 "4만톤 정도가 평지화 돼 있는 곳에 모아둔 상태여서 이를 다시 파내어 크라샤를 이용해 분리작업을 한 다음 재활용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직원이 설명하는 평지 폐기물은 모래나 다름 없었다.
본지 기자의 취재에 앞서 MBC 취재팀은 "5만7천여톤의 준설폐기물 물량을 맞추기 위해 폐기물 대신 (일반)준설토를 쌓아 놓고 중간처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업기관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당시 낙동강 8.9.15공구에서 조사된 폐기물은, 당초 도상에서 추정한 58만m³ 보다 11만m³가 적은 47만m³로서 140억원 상당의 처리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건설이 시행하고 있는 15공구를 제외한 나머지 8.9공구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추정한 폐기물량의 90%이상을 적법하게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8.9공구 정상처리…현대건설 현장 15공구만 폐기물 오차 커

그러나 유독 현대건설이 시행하고 있는 15공구는 추정량의 5%만 적법하게 처리하고, 나머지 90%는 재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조사대로 다른 공구는 처리하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현대건설이 시행하는 15공구에서만 폐기물처리량이 터무니 없이 차이가 나느냐는 문제도 의혹의 소지를 안고 있다.
만약 매립폐기물량이 현대건설 주장대로라면, 정부출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용역비만 축낸 채 부실조사를 했다는 결론이다.

그렇지만 이 연구원이 같은 공법으로 여러 공구를 조사해 폐기물 매립량을 추정했고, 다른 공구에서는 폐기물 추정량에 근접해 정상처리하고 있어 연구원의 조사만을 문제 삼기에는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한맥(주)의 관계자는 “현대 측이 7만1,500톤의 폐기물처리 입찰을 시작했을 때, 이미 준설 폐기물이 처리되고 실제 남은 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증언하면서 “현대 측이 준설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을 적당히 처리.매립 했다가, 문제가 되자 토사성분으로 돼 있는 다른 준설토를 재활용 형식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낙동강 15공구 현장에서 현대건설이 준설폐기물을 이동식 크라샤를 이용해 자체 처리하고 있는 장면.

현대측 폐기물처리 계약 실행관계도 '도마위'

현대건설의 계약 실행관계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현대건설은 폐기물처리업체인 한맥(주)와 정식 공개 입찰계약을 맺기 전에, 이미 다른 업체와 폐기물처리계약을 맺고, 김해시청에 폐기물처리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업체의 처리 폐기물 신고 사항에도 혼합폐기물. 폐아스콘 등으로 신고돼 있었다.

그러나 정부공사는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지침에 따라 다시 공개 입찰을 통해 한맥(주)와 계약이 체결된 것.

그러나 현대건설측은 계약 후 갑자기 60mm 스크린을 활용해 폐기물을 걸러내는 작업을 중간단계에 끼워 넣은 다음, 폐기물 처리와 관련이 없는 건설 협력업체인 ‘협성’에게 하도급을 줬고, 협성은 다시 ‘장건개발’에 재하도급을 줘, 폐기물 처리량을 줄이는 등 모양새가 이상한 공사 진행으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협력업체에게 공사를 주기 위해 다른 공사장에는 없는, 60mm 스크린 작업을 끼워 넣은 점이 바로 그것이다.

4대강 준설 공사 끝나가는 시점에서 낙동강 15공구의 매립폐기물 처리문제는 아직도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정종민  korea21c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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