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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 칼럼] 스페인 지역정당 ‘바르셀로나 커먼즈’가 던져주는 것들​
  • 시사코리아저널
  • 승인 2022.04.1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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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 /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주지하다시피, 2008년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구촌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특히 남유럽의 국가들이 입은, 금융위기 이후에 찾아온 재정위기의 여파는 매우 컸다.

그중에서도 스페인의 상황은 참담했다. 경제위기를 맞은 스페인에서는 실업률이 이전과는 다른 수준으로 치솟았고, 특히 청년실업은 스페인 사회 전체를 요동치게 하는 그야말로 ‘대사건’으로 작용했다.
2008년 이후 스페인 청년층의 무려 30~40%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청년을 중심으로 하는 빈곤 문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08년 경제위기와 '분노하는 사람들'의 출현

이를 계기로 이전의 스페인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었던 ‘반(反) 빈곤’을 슬로건으로 내건 시민들의 매우 다양한 저항운동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급속히 심화되기 시작한 청년실업과 청년빈곤 문제를 계기로 스페인의 청년들을 비롯하여 이른바 ‘중도파’에서부터 극좌파에 이르는 폭넓은 스페인 시민들이 대규모 집회와 데모를 통해 경제위기 하에서의 격차, 양극화, 빈곤 문제에 대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던 기존의 중앙정당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집단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무려 1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반(反) 정부, 반(反) 재정긴축, 반(反) 신자유주의, 그리고 반(反) 기존 중앙정당을 외치는 대규모 데모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몇 년 전 우리나라의 ‘촛불시위’와 똑같은 양상이 스페인에서도 일어났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80대 민주화운동과 같이 스페인 역시 프랑코 독재정권에 국민 차원의 저항운동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 시민운동의 위세도 대단했지만 대규모 시민저항의 역사적 기반도 강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실업 및 빈곤 상태가 점차 심화되는 스페인의 상황 가운데, 2011년에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각각 시민 100만 명 규모의 데모가 일어났다.

두 도시에서 나타난 이 대규모 시민저항을 계기로 스페인에서는 ‘분노하는 사람들 (Indignados)’로 불리는 사회운동이 조직화되고 또 그 규모는 확대 재생산되기 시작했다.
스페인의 국가정책과 지역정책을 좌지우지해 온, 중앙정당에 몰린 기존의 정치세력의 담론 독점과 정책적 무능함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분노하는 스페인 시민들이 전국 각 지역에서 중앙정당이 아닌 ‘시민에 의한 광장에서의 직접정치’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자신들의 새로운 정치는 선거에서의 투표만을 통해 의회에 대리인을 보내는 기존의 대의제적인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는 대의제 프로세스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광장이나 거리에 나가 직접 생각을 발신하고 또 직접 담론을 형성하여 국정과 지역의 정책결정 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관여하는, 이른바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운동 그룹 ‘분노하는 사람들’은 스페인의 청년층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약자 그룹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스페인 시민들의 지향은 스페인판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쉽게 말하자면, 직접민주주의적인 정치방식을 전면에 내세운 그들은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들은 심지어 사회적 약자 전체의 편에 서지 못 하는 기존의 노동조합 운동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보는, 그러나 자본주의 그 자체가 초래하는 빈곤의 문제, 청년 등의 사회적 약자의 배제 문제, 나아가 신자유주의적인 긴축재정 기조를 거세게 비판하는 스페인 내 ‘새로운 좌파’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지역에 기반한 직접민주주의 정치 '포데모스'

​그러나, 이와 같은 스페인 전국 각지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분노하는 사람들’ 운동이 점차 거세졌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2011년에 있었던 스페인 총선거는 기존의 중앙정당들 간의 대결구조로 치러졌는데, 진보진영의 사회노동당이 대패하고 보수진영의 국민당이 압승했다.

결국, 위에서 언급한,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청년층 등의 사회적 약자의 빈곤 문제를 자본주의의 본질적 문제로서 인식하는, 매우 새롭고 진보적인 정치 정세가 짙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시민의 정치적 열망은 실현되지 못 했다.
대의제 정치체제와 기존의 중앙정당 독점체제 하에서, 스페인 시민들은 그들의 정치적 지향과 그에 의해 구축된 ‘민중적’ 정세에 딱 맞는 ‘정치적 대리인’을 만나지 못 하는 불운을 겪게 되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분노하는 사람들’ 운동은 광장과 거리에 아무리 많은 시민이 모여 토론하고 공감하며 또 집회와 데모를 행하는 것만으로는 현실의 정치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즉 같은 문제의식과 지향을 가진 시민들이 이른바 ‘대리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정책을 구상하고 또 직접 담론을 구축하며 나아가 그런 정책과 담론을 갖춘 정치세력을 직접 육성하여 선택해내는 것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이러한 정치적, 역사적 맥락에서, 2014년 1월에 결성된 것이 바로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다. 의회에서 나라 전체 정책을 다루는 국정정당으로 기능하지만, 이 정치세력은 중앙정당과는 전혀 다른 스페인 각지 ‘지역정당의 연합’이다.

포데모스는 좌파적 성향의 젊은 세대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태어났고 이 정당의 활동가와 이론가 모두 평균 30대다.
‘포데모스’란 스페인어로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2016년 선거에서는 지역정당 간 연합체의 성격과 또 당의 정책과 강령 그리고 여러 담론들을 생산하는 과정에 있어서의 직접민주주의를 더욱 강화하면서 드디어 스페인 제3당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결국, 포데모스는 지역 차원의 사회운동적 에너지를 지역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시민이 직접 지역사회 변혁에 참여하는 것을 강조하는, 스페인 전국 각지의 시민사회 간 결사체(Association)로 볼 수 있다.
포데모스는 기존의 중앙정당 체제 또는 기존의 정치구조 하에서는 전혀 대표되지 않는 사람들을 대표하고, 기존의 주류 중앙정당이 발신하지 않는 담론을 발신함으로써, ‘정치’라는 공간에 보다 ‘대립적인’ 측면을 재소환했다.

​포데모스를 계기로, 스페인의 청년들은 정치에 직접 참여하게 되었고, 전국 각 지역에서 시민운동과 정치가 다원화되었으며, 나아가 활동가들의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네트워크가 강화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스페인 각지에서 더 급속하게 새로운 ‘지역정당’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포데모스 연합의 대표적인 지역정당이라 할 수 있는, 바르셀로나의 ‘분노하는 사람들’이 핵심주체가 되어 결성한 시민파 지역정당 ‘바르셀로나 커먼즈(Barcelona En Comú)’다.

이 정당은 애초 시민운동조직에서 출발했는데, 시민운동 당시부터 주로 도시 커먼즈 운동 및 민영화된 부문의 재공영화 또는 재지방정부화를 꾀하는 급진적인 단체로 바르셀로나에서는 잘 알려져 있었다.
이러한 시민운동조직이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분노하는 사람들’의 ‘불운’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지역정당을 결성하게 된 것이다.
즉 쉽지 않게 구축된 변혁적 정세를 다시는 기존의 대의제적 중앙정당에 ‘빌려주지 않겠다’라는 문제의식이 바르셀로나의 진보적 시민사회 전반에서 함양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바로셀로나 커먼즈', 지역정당의 모델을 만들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시가 최근 몇 년 전부터 도시 공간의 공유지화(commoning), 민영화되어버렸던 시 사업들의 재지방정부화, 협치적/반자본적/기본소득적 지역화폐, 지역 내 기업 간의 산업연관 강화, 체제변혁적 생태전환/에너지 정책, 대안적인 협동조합 육성정책 등 진보적인 정책들을 많이 펼치는 것, 그리고 그런 정책들을 추동해낼 수 있게 하는 '정치적 동력'이 바로 다름 아닌 포데모스 연합의 대표적인 지역정당 ‘바르셀로나 커먼즈’에 기인한다.

포데모스 연합의 간판스타이기도 한 아다 콜라우(Ada Colau) 바르셀로나 시장이 이 지역정당의 리더다. 그는 여성시장이며, 지역정당 운동에 뛰어들기 이전부터 스페인 내에서 가장 급진적인 반(反) 빈곤 운동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특히 그는 도시 내 사회적 약자들의 ‘주거권’ 쟁취를 목적으로 하는 운동에 천착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살던 집에서 강제로 퇴거되는 일이 허다해졌을 때, 그는 그들의 주거 공간을 지키는 운동에 매진했다.

그 운동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분명한 계급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강인함과 카리스마는 그를 바르셀로나 지역정당을 리더로 만들었으며, 그는 그 결성 과정 전반을 주도했다.
그는 스페인 진보진영의 전국정당 사회노동당과는 인적 연결고리도 많고 서로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하기도 하지만, 지역정당 ‘바르셀로나 커먼즈’는 기존의 전국정당과는 달리 ‘ 그 지역에 관한 담론만'을 다룬다.

이 지역정당에서는 바르셀로나의 좌파들이 서로 수평적인 연합을 구축하되, 어떤 특정한 통일된 담론은 만들지 않는다.
그저 반긴축, 반중앙, 반차별, 반자본, 사회주택 공급, 협동조합적 생산,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민영화된 부문의 재공영화 등과 같은 공통분모로 서로가 '느슨한 연결고리'로 연대하되, 각자가 정치활동을 하는 바르셀로나 내 지역에서는 서로 다른 정책 담론을 발신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의 사정이란 각 지역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 커먼즈‘에겐 전국 차원의 모(母)정당이 없다. 해서, 시장이나 시의원 후보를 공천하는 주체는 오로지 지역의 시민들이다.
하향식 공천제도를 금기시해서일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바로 ’직접민주주의‘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아다 콜라우 바르셀로나시 시장은 지난 2019년 지방선거에서 바르셀로나의 '도시 사정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매우 구체화된 공약'을 무려 5,000개 이상이나 제시했다.
이 모든 공약들은 ’바르셀로나 커먼즈‘ 또는 포데모스 연합에 속한 활동가들과 분석가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그 배경과 정책내용 간의 인과관계를 중시하며 기획하고, 이를 다시 바르셀로나 시민들에게 회부하여 다듬고 보완한다.
타 지역 시장 후보의 공약과 싱크로되는 비율은 1%도 되지 않았다.

또 모든 공약은 시민들로부터의 상향식 전달과 시민들과의 ‘협치(co-production)’를 통해 만들어지며, 지금 현재 약 90퍼센트 가량이나 이행했다.
2019년 당시 바르셀로나시민들이 콜라우시장의 연임을 지지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그가 지역 담론에만 올인할 수 있는 정치적 상황에 있고, 지역의 문제들에 정통하며, 그 지역의 문제들에 정합적인 공약들을 지역 사람들과 같이 생산하고, 그리고 대다수 지역 시민들이 수긍하고 지지할 수밖에 없는 지역정책들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철저한 '지역주의'가 발 그의 정치적인 위상을, 또한 진보좌파의 약진을 견인하는 동력이었다.

한국의 지역정당 운동, 박정희의 유​산인 '정당법' 폐지부터

​바르셀로나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무슨 '정권 심판'이나 '정권 힘 실어주기' 또는 ‘윤심’이나 ‘반(反)이재명’이 지방선거에서 의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자기네 지역구에서 지방선거 후보 선출과 관련해서 무슨 마사지(?)를 하거나 장난칠 수가 없다.
지역 시민이 원하는 지방분권과 지역순환경제 그리고 지역민에 의한 직접민주주의에 관한 정책 비전을 내보이는, 지역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만을 생각하는 사람들만 지선에 출마할 수 있다.

이제 곧 지방선거다. ‘바르셀로나 커먼즈’와 같은, 그 연합으로서의 ‘포데모스’와 같은 지역정당 실험을 위한 우리 지역민들의 운동이 절실하다.
해서, 가장 먼저는 1962년 박정희가 만든 '정당법'을 폐지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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