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첛사 주지 만재스님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인과응보 설은 어느덧 불교의 핵심 중 하나가 되어 버린듯하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것은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옛 성인들의 가르침 중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모든 악을 짖지 말고, 선을 받들어 행하라), 이라 했다. 

백거이와 도림선사 이야기처럼 삼척동자도 다 알지만 팔십 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렵다. 누군들 악업을 짖고 싶겠는가, 어리석음이라는 무지(無智)에서 생길 뿐,……

어시장에서 노점에서 회집 하시는 할머니는 사람 좋기로 유명하시다. 시장에서 온같 궂은일은 모두 솔선수범하시는 어른이시다.

조그만 것이라도 나누려 하시고 성품도 온순해 보이시는 그런 분이시다. 장애를 갖은 아들 수발을 들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분이지만 명랑하신 성품이다.

한가지 흠이라면 술을 매일 드신다는 것이다. 할머니 사연을 아시는 신도분의 부탁으로 구병시식을 하시기로 하고 법당에 방문하셨다.

”내가 이리 사는 것은 내업보여“라며 "큰놈은 자살했제, 둘째 놈은 사고로죽었제, 막내 아들놈은 후천성 지체 장애 여, 그놈 때문에 죽고 싶어도 못 죽어 내가 죽으면 아들놈은 어째" 하며 담담하게 말을 하시는데 먹먹해진다.

"내가 젊어서 사람으로 해서는 안될 못된 짓거리를 한 죄여, 그 벌 받느라 이리 사는 거여, 시님" 하시며 눈물을 훔치신다.…

"술을 많이 드신다면서요?"라고 묻자 "아니 어찌 안 먹것소 속에서 천불이 나고 답답하니께 먹지,…"우문현답이다.

"죽은 영감이 젊어서 한량 짓을 많이도 했는데 첩년이 산달에 아를 낞아야 하는데 영감도 없고 산파도 없어 나가 가서 아를 받았제, 그때는 나가 뭐에 씬것이것지 암 뭐에 홀린 것이제.…"하며 "강보에 싼 아를 뺏어갖고 집에 오다가, 아가 죽은겨 순간 겁도 나고 밉기도 하고 해서 강물에 아를 버려뿌서 이 미친년이.… 무슨 천벌을 받으려고 말이제… 정신차리고 보니 때는 늦어버린 후였어"라고 하시며 그렇게 젊은 나이에 질투와 순간의 분한 마음 때문에 아이를 강물에 버리는 해서는 안될 일을 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세월이 흘러 흘러갔다. 그 일이 평생에 마음한켠에 자리 잡아 모진 세월 살면서 자식들이 단명하고 장애를 입은 게, 할머니는 아이를 물에 버린 그것 때문에 그랬다고 평생 마음에 새긴 것이다.

구병시식을 시작하자 평생의 원통함과 죄책감, 때문인지 할머니는 처절하게 울부짖으신다. 그렇게 그렇게 참회의 천도재를 올렸다.

강물에 버린 첩의 자식과, 자살해 죽은 큰아들 사고나 서 죽은 아들들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하신다. 한순간의 악심으로 너무도 가혹한 인생을 사셨다. 참회하여 금생에 업이 모두 풀리시길 기원해본다.…

어~어~흑흑 꺽 꺽 소리 내며 평생의 한 덩어리를 토해내고 또 토해내셨다. 그렇게 한풀이를 하고 나서야 숨을 쉬신다. "고맙소 고맙소 시님..."생전에 이렇게라도 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내 손을 꼭 붙잡으시며 우신다.…

누굴 원망할 수도 없는 인생이다. 평생을 죄책감으로 아들 둘을 보내고 남은 아들을 돌보아야 하는 삶을 말이다.

악인(惡人)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선(善)과 악(惡)이 공존한다” 어떤 마음을 쓰느냐에 따라 악인도 선인도 되는 것이다.

양을 괴롭히는 어린 손자에게 할아버지가 말했다. "아가 우리 마음속에는 늑대가 두 마리가 산단다. 한 마리는 아주 사납고 무서운 놈이고, 또 한 마리는 아주 온순하고 착한 늑대란다. 무서운 늑대는 사람의 시기 질투 탐욕을 먹이로삼아 살고, 착한 늑대는 사랑과 자비를 먹고산단다"라고 하자 "사나운 늑대는 싫은데 할아버지 어떻게 해요?"라고 하니 “사나운 늑대에게는 먹이를 안 주면 된단다”라고 말했다.

반가운 전화가 왔다. 대뜸 "시님 이사 갈란디 이짝에서 남쪽으로 가면 된당가요"라고 물으신다.

조금 큰 집으로 이사하신다고 연락이 왔다. 가끔 전복 오징어를 보내신다 이 정도는 자셔도 되지요 하면서 말이다.

요즘은 술도 안 드시고 기분이 좋으시다면서 너털하게 웃으시며 가끔 절 큰 행사 때마다 잊지 않고 동참해주신다. 선업은 선업대로 악업은 악업대로.…나는 지금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주는가...

시사코리아저널  webmaster@koreajn.co.kr

<저작권자 © e시사코리아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