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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에세이] 고정현 시인, 기쁨이 되어준 선물‘ㅣ’를 기역과 리을 사이에 세우면 길이 되고 눕히면 글이 되는 한글의 위대함
  • 강민주 기자
  • 승인 2021.04.2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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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코리아저널=강민주 기자] 글에 진정성이 묻어나는 작가가 있다. 오늘 소개하는 고정현 시인이다.

글을 쓰기 위해 붕어빵 리어카를 구입해서 붕어빵을 직접 구워 파는가 하면, 강원도의 일용직 노동자가 되기도 했다. 

대리기사에 대한 글을 쓸 때는 실제로 1년 간 대리기사로 일을 했다, 

젊은 시절 야학에서 활동했고, 지금도 장애인들을 위해 꾸준히 봉사하는 고정현 시인의 에세이와 시를 소개한다.

[기쁨이 되어준 선물]

2021년 구정을 앞둔 어느 날,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집에 와서 택배를 열어보니 떡국 떡 한 봉지였다. 아무리 보아도 모르는 곳에서 보낸 것이다. 

다음 날 오전에 박스에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경남 하동의 어느 떡집 사장이 받는다. 사정을 이야기 하면서 누가 택배를 보냈는지 알려주면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부산에 있는 지인의 이름을 알려준다. 

부산에 내려오면 꼭 연락하라고, 연락하면 자갈치 시장에서 선지국수를 대접하겠노라고 하던 지인이다. 모 단톡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몇 번의 통화를 했던 분이다.
 
떡집 사장은 그 떡은 새싹을 첨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해 보니 떡이라면 부산에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고, 맛있게 하는 떡집도 많을 텐데, 굳이 하동의 떡집에 주문해서 보냈다. 내게 좋은 떡으로 명절 아침을 맞이하게 하려는 그 분의 마음 씀이 감동이다. 명절 아침에 아들 손자에게 큰 소리 칠 건수가 생겼다.
 
전화를 드렸다. 그 분이 놀란다. 전화는 기대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볼일을 보기 위해 외출 중이라는 말에 간단한 인사를 전하고 끊으면서 글을 통해 알게 된 지인들, 여행 중에 만난 분들과의 교제가 이런저런 사연을 만들어 주고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 준다는 것에 기쁨과 보람을 얻으면서, 이 글을 쓴다.
 
그러고 보니 참 많은 분들이 내게 선물을 보내주었었다, 두 번째 시집을 내고 출판 기념회를 하던 날, 어느 분이 고가의 만년필에 내 이니셜을 새겨서 주었다. 만년필이 습관 되지 않아서 서재에 모셔두고 있고, 제피나물을 즐긴다고 했더니 보내주기도 했다. 중국의 해발 2천 미터 산에서 딴 덕은 허브 차, 치약과 비누 그리고 영양제를 보내주신 분도 있다. 절기 마다 전국의 토속주를 찾아서 보내주시는 분, 기장의 멸치 젓갈, 과일, 이런저런 선물을 다 기록할 수도 없는데, 이 모든 것이 길에서 만난 인연들이 내게 주는 추억들인 것이다.
 
가장 기억나는 선물이라면 박카스 한 병이다. 군에서 제대한 후 복학하고, 야학을 이년 간 했다. 지방에서 공업 도시로 올라와 직장 생활하는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이었다. 내가 그곳을 떠나는 마지막 날, 여학생이 내밀던 박카스 한 병, 당시 박카스 한 병은 2-30원 정도였다. 여학생이지만 나이가 20은 넘었는데, 허리 뒤로 박카스 한 병을 감추고 와서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모습으로 박카스를 내밀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런 고마운 마음을 받을 때마다 내 생각을 채우는 글, 그것은 기역과 리을 사이이다. ‘ㅣ’를 기역과 리을 사이에 세우면 길이 되고 눕히면 글이 되는, 이 아름다운 한글의 위대함이 나로 하여금 길에 서게 하고 글을 쓰게 하는 힘이 되어주며, 그렇게 쓰는 글이 이런 고마운 인연을 맺도록 해 주고 있으니,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며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한글을 위해 존재하는 자임을 되새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은 시간 있을 때 떠나라.  가용 가능한 돈으로만 하라.  가장 싸고 느리게 하라. 그러면 만 원으로도 가능하고, 어제 갔던 곳에서도 또 다른 글을 만날 수 있다.

                                                                                                           

삶을 삶다                                                                                                 
           
나는 오늘도
삶을 익히기 위해 
삶아가는 길 위에 선다

오늘 만나는 삶의
환경과 상황을 살펴본 후
경험과 관계를 계량하여
어울리도록 조합을 하고 
시간의 솥에 함께 넣은 후
적응의 물을 부어 삶기 시작한다

푹 익어있는 나의 삶
누군가 나를 보며
참 맛있게 살았다 말하면
그것으로 족하게 여길 삶
맛있는 삶을 위하여
나는 오늘도 삶을 삶으려 한다

< 고정현 시인•수필가 프로필>                                                                      

<고정현 시인, 수필가>

▲ 경기 연천 출생
▲ 문학21 시 등단
▲ 시서문학 수필 등단
▲ 문예마을 고문 
▲ 시와 창작 편집 자문위원
▲ 경기시인협회 이사 
▲ 한국미소문학 고문
▲ 착각의 시학 기획위원
▲ 한국가곡작사가협회 회원
▲ 한국문학발전상 
▲ 오산문인협회 공로상 
▲ 한국미소문학 대상
▲ 시끌리오 전국 시 낭송대회 대상 
▲ 해외문학상
▲ 2019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문학부문) 외
▲ 시집: 붉은 구름이고 싶다. 꼴값. 바다에 그늘은 없다. 기역과 리을 사이
▲ 가곡작사: 어머니. 간절곶 해변에서 등

 

강민주 기자  kshowa90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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