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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민 칼럼] 신축년엔 '구맹주산(狗猛酒酸)'이 사라지기를···
  • 시사코리아저널
  • 승인 2021.01.0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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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민 /시사코리아저널 편집국장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나라에서 부쩍 '구맹주산(狗猛酒酸)'이란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됐다.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뜻이다.

송(宋)나라 사람 중에 술을 파는 자가 있었는데 그는 되(升, 양)가 아주 공정했고, 손님에게 아주 공손하게 대했으며, 술을 만드는 재주가 뛰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술은 팔리지 않고 모두 시어져 버렸다.

술집 주인은 그 이유를 이상히 여겨 평소 알고 지내던 마을의 어른 양천(楊倩)에게 물었다.
이 말을 들은 양천은 “당신 집의 개가 사나운가?”라고 물었다 한다.

양천은 "어떤 사람이 자식을 시켜 술을 받아 오게 했는데, 개가 달려와서 그 아이를 물었고, 이것이 소문이 나 손님이 오지 않는 바람에 술이 시어질 때까지 팔리지 않는 이유"라는 비유를 들었다.
“개가 사나우면 술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사나운 개 때문에 사람들이 이 집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한비자(韓非子) '외저설 우상(外儲說右上)'에 나오는 것으로, 간신배들의 농간에 현명한 선비가 등용되지 못하는 까닭을 설명하기 위해 든 비유이기도 하다.
한비는 이 이야기 후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나라에도 개가 있어, 도를 갖춘 선비가 법술을 품고 만승의 군주에게 밝히고자 해도 대신이 사나운 개가 되어 물어뜯는다면 이는 군주의 가림막이 되어 도를 갖춘 선비가 쓰임을 받지 못하는 까닭이 되는 것이다.(夫國亦有狗, 有道之士懷其術而欲以明萬乘之主, 大臣爲猛狗迎而齕之, 此人主之所以蔽脅, 而有道之士所以不用也.)」

한비자의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구맹주산’은 간신배가 있으면 선량한 선비들이 떠나게 되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20년의 해를 넘기면서 우리나라에는 유독 '사나운 개((狗猛)'가 여론을 뒤흔들며 정국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마도 지난해 초부터 언론에서 가장 많은 화두를 장식한 제목은 코로나19를 제외하면 '추-윤 갈등'이 아닐까 싶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에게 칼을 빼 들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윤 총장을 정조준했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의 임명권자는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이다.
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된 윤 총장과 추 장관의 행동들은 그야말로 거의 1년 내내 국민들에게 피로감만 쌓이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의 부추김도 한몫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이들은 지난 한 해 동안 끊임없는 갈등으로 비춰졌다.
이들의 갈등은 결국 진보와 보수의 편가름으로까지 비화됐다.

그러면 이들은 거의 1년 동안 갈등을 겪으며 무엇을 했는가.
추 장관은 검찰개혁의 시발점에 윤석열 총장을 찍어 내리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휘두른 윤 총장 한 명의 기세를 꺽는다고 해서 검찰개혁이 이뤄지는 것이냐고 묻고 싶다.
당연히 검찰개혁은 절대절명의 과제이지만, 방법론에 있어 윤 총장과의 갈등 이외에 이룬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윤 총장도 마찬가지다.
본의가 아닐 것으로 믿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이 '정치적 검찰' 올가미를 쓴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자신도 검찰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검찰권력을 유지하는데, 또는 자신의 인기와 자존심 · 아집을 지키는데 에너지를 쏟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과의 갈등에서 승자와 패자는 없다고 본다.
각자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논리가 아직 ‘진행형’이라고 애써 위로하겠지만 서로 으르렁 대기만 했을 뿐, 어느 것 하나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국민들에게 피로감만 주고, 임명권자인 대통령 주변은 물론 국민과 정치권을 각각 양분시키는 역할만 했을 뿐이라는 것이 상당수의 시각이다.
한마디로,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쳤으나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라는 뜻의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적절한 표현일 듯 싶다.

이제 곧 추 장관이 물러나고, 윤 총장은 2개월 징계 굴레에서 벗어나는 형국에서 새로운 법부부장관 후보자가 지명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2020년이 끝나고 2021년 신축년의 새날이 밝았다.
여전히 기세가 가실 줄 모르는 코로나19는, 중세의 흑사병, 20세기 초반의 스페인 독감에 이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3대 전염병으로 평가받으면서 인류사회의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이 유럽을 중세에서 근세로 이끈 것처럼, 코로나19 또한 새로운 문명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인가?
추사 김정희가 ‘세한도’에서 ‘날이 추워진 다음에야 송백(松柏)의 푸름을 안다’고 적은 것처럼,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지구촌 국가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나아가 전 세계적 인류사회의 미래 모습을 두고 다양한 담론이 오고 가는 가운데 새 날이 밝은 신축년에는 '사나운 개로 인해 술이 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을 '구맹주산'에 비유하는 것이 다소 과장됐다는 생각도 들고, 더욱이 간신배라는 뜻은 결코 아니지만, 온 나라를 사납게 시끄럽게 했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듯 싶다.

올해는 정치권, 정부는 물론 검찰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아닌 국민을 위한 일이 무엇인가를 되짚어 보기를 바란다.
올 연말에는 '구맹주산(狗猛酒酸)'이라는 말이 다시 회자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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