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 LH 이전. 과학벨트 입지 선정 '파노라마'
"전방위 지역 갈등은 이 정부의 리더십 부재로 인한 것"

[시사코리아저널/이환수 기자]정부가 최근 잇따라 국책사업을 발표하면서 강원을 제외한 전국이 이명박 정부를 연일 성토하며 들끓고 있다.

심지어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목종 운동'까지 벌어지면서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6일 과학벨트위원회(위원장 이주호 교과부 장관)가 이날 오전 9시부터 회의를 열어 과학벨트 거점지구 입지로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단지) 내 신동·둔곡 지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토해양부는 지난 1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본사를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일괄 이전하고 이전지 경쟁에서 탈락한 전북 전주혁신도시에는 당초 진주 혁신도시로 이전이 예정됐던 국민연금관리공단을 대신 배치하기로 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지역별 유치 전쟁이 벌어졌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 밀양과 가덕도 등 두 후보지가 모두 부적합하다는 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를 수용해 건설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17일만에 영남.충청.호남권의 최대 관심사였던 대형 국책사업 선정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광역.지방 지자체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죽기 아니면 살기'식으로 반발하고 있다.

16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를 대전 대덕지구에 유치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무총리의 담화까지 발표했지만 지역 유치를 공동으로 추진해온 경북도(G)와 울산시(U), 대구시(D)는 "이번 결정은 원천 무효"라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3개 시도는 이날 성명에서 "정부의 공정한 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기다려왔으나 정치논리와 지역 이기주의에 밀려 지역 안배 차원의 나눠먹기식 결정이 이뤄졌다"며 "부적정한 평가지표와 불공정한 입지평가방식 등으로 원천무효인 결정을 수용할 수 없으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3개 시도는 이런 요구가 묵살될 경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지난 13일 교과부의 입지 선정기준 개선 등을 촉구하며 집무실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 4일째 단식을 하는 등 사생결단을 하고 있으며, 지방의회와 시민단체의 항의성명 발표와 삭발 등 항의도 잇따르고 있다.

광주시의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역시 "정부가 과학벨트 거점지구를 대전 대덕으로 확정한 것은 선정절차에 있어 객관성과 투명성을 상실한 것이다"며 "광주시가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고 있는 지반안정성과 부지 확보 등을 배점에서 배제한 것은 절차상에 중대한 하자를 낳은 것이다"고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한 과학벨트 거점이 충청권으로 결정됐지만, 원안과 달리 과학벨트의 세종시행(行)이 배제되면서 대전과 세종시가 위치한 충남ㆍ북간 지역민들간에 약간의 온도차도 감지되고 있다.

이날 청와대 앞에서는 지난 13일 발표된 LH 본사 일괄 경남 진주 이전과 관련해 김완주 전북도지사와 전북도민 300여명이 LH공사를 경남에 일괄 배치하기로 한 정부 결정은 "누가 보더라도 승자 독식이며 지역 차별"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 및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 회견에는 김 지사와 정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 등 전북 출신 국회의원과 도의원, 14개 시ㆍ군 의원 등 전북지역 선출직 공직자, 4대 종단 성직자, 시민단체 회원 등이 참석했다.

특히 전북 지역민들은 "정부가 스스로 원칙과 공정의 잣대를 저버리고 국민의 신뢰를 등진, 부끄러운 '13일의 국치일'이 되었다"며 "분산배치 원칙을 고수할 때까지 정권퇴진 운동, 정부 불복종 운동 등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주장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LH 본사 일괄 경남 진주 이전과 관련해 환영의 쌍손을 들어야 할 경남지역도 반발하고 있기는 마찬가지.김두관 경남지사와 경남도의회는 "LH 진주혁신도시 일괄 이전은 환영하지만, 국민연금관리공단 전북 전주혁신도시 조정 배치는 수용 못한다"고 반기를 들었다.

신공항 백지화가 발표된 지난달 경남과 부산은 동시에 정부를 규탄하고 나서는가 하면, 지역민들의 불만과 정부 결정 반발 움직임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밀양지역 13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신공항밀양유치범시민연대’는 밀양 신국제공항 재추진을 위해 ‘밀양신공항 재추진위원회’로 단체이름을 바꾸고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다시 밀양신공항 유치 활동에 돌입했다.

부산시는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의 백지화에 맞서 김해공항의 독자 이전을 추진하기 위한 첫 시동으로 김해공항 이전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을 발주키로 하는 등 신공항 독자추진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다．
　
부산일보는 '국책사업 지역 갈등, MB정부가 자초한 것'이라는 사설에서 "이명박(MB) 정부 들어 세종시 정부부처 이전 문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 문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건 숫제 시리즈이고 파노라마이다"면서 "앞선 시대의 동서(東西) 갈등이 정치인들의 농간에 의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전방위 지역 갈등은 이 정부의 리더십 부재로 인한 것이다"고 꼬집었다.

또한 "잇단 말바꾸기와 조정·설득력의 부재, 돌려막기 식의 어설픈 정치적 결정 탓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대적 대세가 되었던 지역균형발전은 이 정부 들어 갑자기 뒷걸음질을 쳐 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각 지역은 파이가 큰 국책사업 유치의 '한판승부'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며 " 거기에 얄팍한 선거 표 계산까지 끼어들어 이 나라를 갈지자걸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형국이다"고 화살을 현 정부에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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