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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적십자사를 이어온 판문점 경유 직통전화의 단절은 남북관계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971년 개통된 이후 남북관계가 무력충돌을 비롯해 온갖 우여곡절을 겪는 상황에서도 단절되지 않았던 판문점 직통전화가 처음으로 끊긴 것이다. 그 상징성은 매우 크다. 남북관계가 ‘잃어버린 10년’을 지나 이제는 <7.4 공동성명> 이전시기로까지 후퇴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현실인식은 너무나 안이하고 무책임하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대통령으로서 직무유기에 가깝다. 그렇게 한가한 상황도 아니려니와 마냥 기다린다고 뾰족한 무슨 수가 날 것 같지도 않다.
게다가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미국의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오바마와 같은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나 “두 나라가 한미동맹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는 오바마 당선자의 외교적 레토릭(수사)을 현실과 착각하고 있는 현 정부의 아전인수식 현실인식은 깊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파탄에 직면하게 되고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것은 상당부분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 통일외교안보팀의 무능과 무지 그리고 시대착오적인 사고에 기인한다. 지난 10년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고와 시각은 여전히 7,80년대에 머물러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처음 출발점에서부터 잘못되었다. 남북관계에서 이룩한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무시하고,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사고와 전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대북 강경정책을 구사했던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북한의 의도와 정세판단에서 대해 크게 오판을 했다. 수싸움에서도 북한에 완패했다. 이명박 정부 정책 담당자들은 북한이 식량과 비료 등 남쪽으로부터 얻는 대북지원 때문에 남한정부와 관계를 장기간 단절하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북한이 먼저 손을 벌릴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오판이다.
북한이 지금처럼 강공책을 구사하고 있는 데는 세 가지 점에서 전략적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자신들이 남한에 비해 전략적으로 우위에 서 있고, 시간은 자신 편이라는 자신감이 베여 있다.
첫째, 남측의 지원이 없더라도 북한체제가 충분히 버텨낼 수 있고 다른 대안 모색이 가능하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 정책 담당자들이 크게 오판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북한은 <2.13 합의> 등에 따라, 핵시설 신고와 불능화조치를 마치게 되면 중유 100만 톤에 해당하는 원조를 얻을 수 있다. 남한 정부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해주어야 한다. 게다가 이후에도 핵폐기 협상과정에서 그 댓가로 얼마든지 6자회담 참여국들이나 국제사회로부터 추가적인 지원을 얻어낼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은 굳이 남한정부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둘째,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다. <베를린합의> 등에 의해 이미 미국으로부터 테레지원국 해제와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약속을 받아낸바 있다. 게다가 북미 직접협상을 공언해온 오바마 후보의 당선은 북한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다.
셋째, 북한은 남북한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남한 정부에 불리하지 자신들은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해야 하는 남쪽 정부 입장에서 군사적 긴장의 고조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믿고 여유와 허세를 부리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양자간 직접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조기에 매듭지으려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과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 사이에서, 한국정부는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문제 등에 대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오바마 당선자의 전화통화 내용을 순진하게 굳게 믿고 있는 것인지 걱정이다. 납치자 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내세웠던 일본의 요구를 뿌리치고 부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해 주었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관계는 그 비중과 중요성 면에서 미일관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더구나 미국에는 이명박 대통령과는 철학과 인생관이 전혀 다른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외교적으로 ‘고난의 행군시기’가 될 듯하다. 대통령이 생각을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이 글은 「통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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