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아직도 우리지역은 구제역과 거리가 멀다는 뜻이 함축(含蓄)돼 있는지 모르지만 그동안 전국에서 가축 262만 마리가 매몰 처분됐고, 정부가 지불하는 보상비만도 1조7387억 원이 들어 갔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출한 비용까지 계산한다면 피해액은 3조 원이 넘는 금액이다.
지난 27일 김두관 도지사 주재로 처음 열린 '시장군수 정책회의'에서 얼토당토 아니한 '시군간 서열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이날 시장군수 정책회의는 도내 18개 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구제역 발생으로 경남전역이 초비상 상황에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뜬금없이 시군간 서열을 놓고 입씨름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발단은 구제역이 뜷린 김해시장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김해시 인구 50만이 넘어 창원에 이어 두번째인데, 경남에서의 서열은 5번째다"며 "수차례 건의했는데도 방치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창원시 다음으로 조정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주장에 양산시장도 "양산 인구가 27만이다. 순위를 조정해 달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통영시장이 "구제역으로 전 시군이 비상에 걸린 상황에서 이같은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일갈(一喝)했는데 통영시장의 발언은 아주 적절했다는 평가다.
진주시장도 "둘째 아들이 키가 작다해서 셋째 아들이 될 수 있느냐"며 부정적 논의를 지적했다.
사천시장도 "역사와 전통성을 무시하고 경제발전이나 인구순으로 순위를 바꾸는 것은 큰 혼동을 불러 올 것이다"라고 일침했다.
한참 듣고 있던 거제시장은 "행정편의상 정해진 시군 순위가 지역발전과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냐"며 " 시군간 화합하는데 불편과 갈등만 표출한다"고 논의 중단을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도내 시군 행정순위를 보면 1창원시 2진주시 3통영시 4사천시 5김해시 6밀양시 7거제시 8양산시 9의령군 10함안군 11창녕군 12고성군 13남해군 14하동군 15산청군 16함양군 17거창군 18합천군으로 돼 있다.
경남 도백이 첫 주관한 자리에서 당면(當面)한 구제역의 추가 확산을 막는 것 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인데 서열순위 잿밥에 눈을 돌렸다는 것은 이치(理致)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곧 다가올 설 연휴에 귀성객들이 축산농가 방문을 자제하도록 하고, 부득이 방문하더라도 차량과 사람에 대한 철저한 소독이 이뤄지도록 시장군수는 물론 축산 농가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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