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초현 작가가 자신의 작품 PNEUMA 시리즈 '지옥의 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코리아저널=정종민 기자] 서양화와 한국 궁중미술이 접목되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유화의 재료인 유채(油彩)와 동양회화의 전통 재료인 분채(粉彩), 여기에 먹물과 삼베가 뒤섞이면 어떤 감흥이 나올까.
이러한 시도에 작가의 사색(思索)의 세계와 인간 내면의 본질을 그려 넣는다면 또 어떤 작품이 탄생할까.

이러한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가 점철된 초대전이 열리고 있어 화단(畵壇)은 물론, 미술애호가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김해 신세계백화점 앞 나비프라자(분성로 228) 3층에 터를 잡은 미안갤러리는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29일까지 '박초현 초대전'을 열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박초현 비구상작가의 '나'라는 정체성을 알아가는 '잃어버린 시간'(Lost time)과 현재의 '나'와 존재하고 있는 '나'를 들여다보는 프뉴마( PNEUMA-靈)를 그린 작품 30점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숨이 막힐 정도로 느낌이 강한 '프뉴마' 시리즈에서부터 숫자의 조합이 영감을 주는 '잃어버린 시간' 시리즈가 어우러져 있다.
박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작품세계는 '지옥의 문'을 지목했다.
사색과 종교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박정수 미술평론가는 "박초현 작가의 작품은 사물의 재현이 아니라, 인물의 사상과 표현에 대한 기법 연구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면서 "시간과 흐름, 과거와 미래에 대한 요소를 숫자의 이미지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작가의 '프뉴마' 시리즈와  '잃어버린 시간' 시리즈를 두고 한 말이다.
박 평론가는 이어 "장례용으로 많이 쓰는 삼베를 소재로 등장시켜 죽음과 환생, 순환이라는 예술적 코드를 입혀내고 있다"면서 "예술가의 의도에 따라 재료들이 서로간의 관계성을 회복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특이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박초현의 작품은 이해의 영역이 아니라 바라보는 대상이다"면서 "세상을 살면서 느껴지고 이해되는 다양한 사건들과 함께 형성되는 생각의 가치를 찾아가며, 상황자체에 대한 관조(觀照)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세종대 회화과를 졸업한 박초현 작가는 "대학 전공 이외에도 2014년부터 동강 권오창 화백으로부터 한국 정통 궁중미술을 공부하면서 영정 등 인물화에 대해 3년 동안 사사받기도 했다"면서 "대학을 졸업한 뒤 10년 정도 학원업을 하던 중 평소 가까웠던 지인 여러 명이 한꺼번에 죽음을 맞으면서 죽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됐고, 전업 작가로 돌아서게 된 정신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따라서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고 그 존재가 육신인지, 아니면 영혼이지 궁굼하게 됐고, 그 존재를 탐색하기 시작해 작품으로 옮겼다"면서 "눈으로 보여지고, 손으로 느껴지는 것 이외에 작용하는 것과 내면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었으나 알지 못했던 그것을 이야기 했다"고 자신의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박 작가는 "전공은 서양화지만, 한국 정통 궁중미술을 사사 받으며 그때 쓰였던 재료 등 한국미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며 "여기에서 유화의 유채 장점과 한국 궁중미술의 분채를 접목시키는 미술재료의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초현 작가는 미안갤러리 초대전 이외에도 △헥사곤 파인아트 컬렉션 14 '노문리 548-1' 출판과 함께 서울 정수화랑에서 출판기념 초대전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아모이 아트페어(중국 하문) △서울아트쇼(COEX) △대구아트페어(EXCO)에 참가하기도 했다.

미안갤러리 장정혜 관장이 '박초현 초대전' 작품 PNEUMA-ONENESS를 소개하고 있다.

이번 초대전을 기획한 장정혜 미안갤러리 관장은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이지만 간결한 색 구성이나, 삼베나 금속 같은 상징적인 소재들을 사용해 보다 쉽게 주제가 우리에게 와 닿을 수 있도록 잘 표현하고 있다"면서 "거의 비구상(추상) 작품들로 구성되어진 이번 전시회는 미안갤러리가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전시공간으로 발전해가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6월 말 문을 연 뒤, 다섯번째 전시회를 열고 있는 미안갤러리 전시공간은 1·2관, 야외공간으로 나뉜다.  야외 공간은 주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조각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오후 6시다. 월요일은 휴관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지난 8월 29일 김해 미안갤러리 야외 전시장에서 '박초현 초대전'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김해 미안갤러리 야외 조각 전시장.

김해 미안갤러리 입구.

김해 미안갤러리 야외 조각 전시장.

정종민 기자  korea21c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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