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아 미안해' 27일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 마련된 故 구지인 양 추모식에서 대구시민들이 종교차별 금지법 제정을 호소하는 지지서명을 하고 있다.

[시사코리아저널=정은진기자] "추운 겨울에도 늘 푸른 소나무 같던 지인아. 옳은 것을 옳다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하는 정신과 용기 있는 생전의 모습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거야."

27일 오전 11시께 대구의 중심지 대구백화점 앞 광장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떠나보낸 故 구지인 양의 합동 추모식에는 분노와 침통함이 가득한 시민들이 몰렸다.

이들의 분노함은 20대 여성의 인권을 잔혹하게 짓밟은 개종 목사에 대한 것이요, 침통함은 개종 장사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조치조차 없는 개탄스러운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게 천사 같던 구지인양이 50일 전 편협한 종교 이기주의자들에 의해 희생됐다. 강제개종을 용납하는 한국기독교총회야말로 사람을 죽이는 '종교 IS'가 아닌가?"

'눈시울 붉히는 사람들' 27일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 마련된 故 구지인 양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추모사를 하는 최강미 (사)세계여성평화그룹 대구지부장의 목소리가 한없이 떨렸다. 생전에 대통령에게 탄원서까지 올렸음에도 꽃 한번 피우지 못한 지인양에 대한 안타까움에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렸다.

(사)세계여성평화그룹이 주최하고 세계여성평화인권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故 구지인 합동 추모식'은 전국적으로 동시에 열렸다.

사고 발생 50일째인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국에 설치된 합동 분향소를 방문한 누적 조문객은 총 12만여 명이다. 분향소는 대구는 물론 포항과 구미, 경주, 안동 등에도 설치됐다. 같은 시간 서울 보신각을 비롯해 부산과 광주, 전주 등 전국 주요 도시 40여 곳에도 추모식이 거행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7시간동안 추모객의 행렬이 이어졌다.

"제2의 제3의 구지인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강제 개종 목사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구지인, 잊지 않겠습니다' 27일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 마련된 故 구지인 양 추모식에는 주최측 추산 5000여명의 시민들이 추모행렬에 동참했다.

세계여성평화인권위는 故 구지인양이 지난해 6월 청와대 신문고에 직접 올렸던 ▲한국이단상담소 폐쇄와 강제개종목사 법적처벌 ▲종교차별 금지법을 제정을 호소하는 지지서명을 받고 분향소를 중심으로 청원서 전문 전단을 배부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김예진(20,여,경산)씨는 “종교는 다를 수가 있는데 다르다고 사람을 죽인다면 기독교인이 불교를 죽일 수 있다는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범한 것 같아 안타깝다. 저희 집도 종교가 모두 다르지만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준다”고 말했다.

또 신명희(56,여,남구)씨는 “부모로서 평생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겨 마음이 너무 아프다. 부모입장에서 자녀의 인격을 존중해줘야 하고 내 자녀라도 부모가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 한 개인의 죽음이지만 이간질 조성한 개종목사 때문에 한 가정이 파탄이 되고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며 가정을 파탄 시키고 이간질을 조성한 개종목사도 꼭 처벌을 받아야 된다고 했다.

한편 故 구지인양은 지난해 12월30일 강제 개종 장소로 추정되는 전남 화순의 한 펜션에서 탈출하려다 이를 막는 부모의 제압에 의한 질식사(1월9일)로 숨졌다. 이러한 강제개종 사망사건을 계기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대규모 인권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6일 뉴욕에서 진행된 강제개종 관련 궐기대회는 미국 메이저 언론사 ABC, NBC, FOX News 등 230여 곳의 외신에서 잇달아 보도됐다. 미국 언론 외에 독일, 프랑스, 쿠웨이트, 필리핀 등의 언론에서도 관련 기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어 세계적으로 강제개종 피해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정은진 기자  cosmosjej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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