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연학 기자] 보수 진영에서 촉발된 통합 회오리가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야 3당이 극심한 후폭풍에 휩싸였다. 특히 바른정당 분당 후폭풍이 거세다. 바른정당 의원 9명의 탈당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의 당내 갈등을 촉발하는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당은 ‘친박 vs 비박 충돌’이 심상찮다. 친박이 홍준표 대표 퇴진을 주장하며 반격을 시작하자 홍 대표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다. 국민의당도 ‘안철수 vs 호남중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호남 중진이 “안철수 초딩 수준”이라고 직격탄을 날리자 안 대표도 “투덜거림에 답할 필요 없다”며 맞받아치고 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야 3당의 추가 분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지난 1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개혁보수신당(가칭) 중앙당 창당 발기인대회에 참석한 발기인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의원, 김무성 의원,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구 정책위의장. (시사코리아저널 DB)

◇ 한국당, 친박 vs 비박 충돌

한국당에서는 친박과 비박 간 해묵은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한국당 이종길 부대변인 등 당원 152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조치 정지와 홍준표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6일 서울 남부지법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한 징계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 및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 조치에 대해서는 당 윤리위 규정 제21조 제2항과 제3항을 인용한 뒤 “징계의 결정권한을 갖지 못한 홍 대표가 윤리위 규정을 위반해 징계 결정을 내렸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홍 대표의 제명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홍 대표를 제1야당의 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 당헌·당규와 현행 법령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고 또 민심을 이탈시키는 일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또 ‘성완종 리스트’사건에 연루된 점을 설명하면서 “당 대표 지위에 관한 본안 판결 선고 시까지 당 대표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계는 또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탈당파를 향해 “복당에 앞서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 의원 등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고 보수 분열을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 탈당파가 복당하면) 몸집이 커지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생각을 달리하는 의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무너져 가던 한국당이 잘되니까 (바른정당에서) 온다는 것에 반감을 갖는 의원들이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바른정당 탈당파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해 복당 직후엔 전면에 나서지 않고 몸을 낮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다음달 원내대표 경선과 친박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징계, 내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친반의 거센 반격에 홍 대표도 맞받았다. 홍 대표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에 반발하는 친박계에 대해 “1993년 개혁에 저항하는 수구 세력에 일갈한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명언”이라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했다.

홍 대표는 “박정희 정권의 몰락을 초래한 단초가 된 사건이 1979년 8월 신민당 원외위원장이던 유기준 등 원조 사꾸라 3인방이 차지철 (전 경호실장)과 공모한 김영삼 총재 직무 정지 가처분 사건이었다”며 “정치 공작의 결과로 신민당은 정치적 당수와 법적 당수로 분할돼 정운갑 대행 체재가 등장했으나 내분에 휩싸였고, 이후 YH 여공 추락 사건, YS 국회의원 제명 사건, 부마사태, 박정희 피격으로 박정희 정권은 종식된다”고 했다.

최근 홍 대표 비판에 앞장섰던 유기준 의원과 동명이인의 정치인을 언급하고, 정우택 원내대표 부친인 정운갑 전 의원을 거론하며 친박계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홍 대표는 이어 “‘잔박(잔존 친박)’들은 뒤에 숨고 이름 없는 사람들을 내세워 YS 사건을 재연하려고 한다”며 “(그러나 이런 행태는) 신민당 원조 사꾸라들처럼 숨어서 공작하고 있는 잔박들의 정치 생명만 단축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천명한다”고 했다.

◇ 국민, 安 vs 호남중진 갈등

국민의당 내부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바른정당 분당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국민의당의 내부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바른정당과 중도 통합에 뜻을 두고 있는 안철수 대표와 이에 반대하는 호남 중진들 간 대립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상돈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의 리더십이 추락하면서 지역구 의원 절대다수가 현 지도체제와 같이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심정적으로는 (당이) 쪼개졌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안 대표가 추진한 제2창당위원회에 대해서도 “뭘 하는지 알 수 없어 냉소적으로 보고 있다”며 “(안 대표가) 리더십을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유성엽 의원은 “함께할 유력 인사를 한 사람이라도 더 불러야 할 상황인데 (안 대표가) 당내 중진 의원에게 나가라고 막말을 해대고 있다”며 “하는 꼴이 딱 초딩(초등학생) 수준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당내에서 터져 나오는 이 같은 비판에 “모든 투덜거림에 답할 필요는 없다”며 ‘마이웨이’ 의지를 드러냈다. 안 대표는 독일과 이스라엘 순방을 마친 뒤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을 위한 것과 국가를 위한 것엔 귀를 기울이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분란에 대해선 그렇게 대처하지 않겠다”며 “어떤 이야기가 당과 국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분란을 위한 것인지 다 안다”고 했다.

특히 당 일각에서 ‘안 대표 퇴진론’이 제기된데 대해 안 대표도 “갈 테면 가라”는 식으로 받아쳐 내홍이 격해지는 양상이다. 안 대표는 “응당 가야 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끝까지 같이 못 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고 맞받았다. 안 대표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정면돌파 의지를 보임에 따라 향후 당의 진로를 두고 내부 충돌이 불가피해 국민의당도 분당을 향해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바른, 5~6명 추가 탈당 고민

통합파 의원 9명이 탈당을 선언한 바른정당은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당대표 후보 연석회의를 열고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분당 이후 진로를 논의했다. 의원 5~6명이 추가로 탈당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잔류를 택한 자강파 의원들은 ‘보수 혁신’을 강조하며 내부 결속에 주력했다.

바른정당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당대표 후보 연석회의를 가졌다. 공개적으로 탈당 의사를 밝힌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불참하며 회의는 당의 수장이 빠진 상태에서 진행됐다.

당대표 후보인 유승민 의원, 하태경 최고위원, 정문헌 전 사무총장과 권오을 최고위원, 진수희 최고위원, 유의동 의원 등은 비장한 표정으로 발언대 앞에 서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혜훈 전 대표도 오랜만에 오전 회의에 모습을 나타냈다.

유 의원은 “저는 아직 당대표 후보 신분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겠다”며 “단 당이 최대 위기에 처해있는 가운데 저희는 한 가지만 생각하겠다. 보수의 환골탈태를 바라는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내일 9명의 탈당계가 제출되고 당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더라도 사무처 식구들과  그동안 정책을 위해 헌신을 아끼지 않은 전문위원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같이 가자는 말씀을 드릴 것”이라며 “비공개 자리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진 최고위원은 “바른정당이 창당된 뒤 하루하루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최대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고 아시다시피 곧 교섭단체 지위도 잃게 될 것”이라며 “경제적·재정적으로 어려워지는 건 허리띠를 졸라매며 버틸 수 있지만 국민들 시야에서 멀어져 우리가 하는 일이 잘 전달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년을 보수진영에 몸담아 온 제 판단으로는 지금은 보수가 뭉치는 것보다 혁신을 해야 할 때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이 줬던 교훈도 보수가 바뀌지 않으면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창당 동지들이 다른 생각을 갖고 떠났지만 저희들은 주어진 소명과 국민들께서 걸고 계신 희망만 생각하며 죽을 각오로 창당 가치를 구현하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진 최고위원이 발언 도중 울먹이자 옆에 있던 유 의원이 위로하기도 했다.

권 최고위원은 “예정대로 오는 13일 전당대회를 치를 것이다.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면 바른정당이 가고자 했던 목표를 다시 확인하고 당원동지, 지지자들과 마음을 모으는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며 “나라의 정치가 바로 갈 수 있도록 많은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연학 기자  dusgkr0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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