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정종민 기자] 사람들 간 메시지 송수신을 주요 기능으로 하는 인터넷기반 메신저는 그 편리성으로 인해 PC 시대부터 인기가 있었다.
단기간에 스마트폰 보급이 이뤄지면서 모바일 인터넷이 대세가 된 지금, 메시징 서비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마트폰 기능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또한 메신저에는 ‘단톡방’이라 흔히 칭하는 단체채팅 기능이 있어 여러 사람이 참여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
모바일과 단체채팅 기능이 결합되면서 사람들은 단체채팅방(이하 ‘단톡방’)에서 수시로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며 무언가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편리한 기능 이면에는 지나친 연결로 인한 피로감이 자리하고 있다.
작년 3월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 엮이지 않을 권리’를 주제로 발간된 '미디어이슈>' 조사결과에 따르면(직장인 1,040명 대상),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항상 연결’ 기능 때문에 불편해졌다는 응답이 62.3%였고,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57.6%)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가장 큰 원인 제공을 한 스마트폰 서비스로 메신저를 꼽았다.

이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민병욱) 미디어연구센터는 국민들의 메신저 단톡방 이용 현황을 파악하고, 단톡방에서 하는 행동 및 단톡방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고자 20~50대 성인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 메신저 단톡방 이용자 대다수 단톡방 나가고 싶었으나 못나간 경험 있어
 
메신저에서 단톡방 사용 경험이 있는 1,019명 응답자들에게 단톡방에서 나가고 싶었으나 나가지 못한 경험이 있는지를 조사했고, 그 결과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70.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적으로, 이 721명의 응답자들에게 단톡방을 나가지 못한 가장 중요한 이유 하나를 선택하게 했는데, 절반에 가까운 48.7%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봐를 선택했다.
그 다음으로는 단톡방 참여자들과 멀어지거나 그들로부터 소외될까봐(20%), 단톡방에 올라올 새로운 정보를 몰라 뒤처지게 될까봐(16.6%), 단톡방을 나간 뒤 자신에 대한 나쁜 얘기가 오갈까봐(14.7%) 순이었다.

◈ 참여하고 싶지 않은 단톡방에 초대돼 다른 사람들 대화내용 보기만 해
 
메신저 단톡방에서 겪었던 불편한 경험에 관해 몇 가지 상황을 제시하고 어느 정도 빈도였는지를 조사했다.
가끔 있다는 비율까지 포함시키면,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대화 때문에 단톡방을 나가고 싶었거나 실제로 나온 적 있다는 응답이 71.7%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사람들이 겪은 불편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단톡방에서 한 얘기가 다른 사람에게 흘러갈까봐 말을 아꼈다는 비율도 65.8%나 됐는데, 자주 혹은 매우 자주 그런 상황을 겪었다는 응답자만 추려도 20.9%나 됐다.

이와 비슷하게, 별로 참여하고 싶지 않은 단톡방에 가끔이라도 초대됐다고 답한 비율은 64.7%에 이르렀다.
단톡방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한테서 단톡방 대화 내용을 듣게 돼 불쾌했던 경험은 함께 제시된 다른 상황들에 비하면 발생 빈도가 낮기는 했지만, 이런 경험을 가끔이라도 한 사람이 42.4%나 된다는 사실은 단톡방 대화 내용이 쉽게 다른 곳으로 전파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 문항에 제시된 상황 가운데 참여하고 싶지 않은 단톡방에 가끔이라도 초대된 적이 있다고 답한 659명을 대상으로 그럴 때 주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추가적으로 물었다.
절반이 조금 넘는 52.5%는 대화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대화내용을 보기만 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절반의 응답자들은 단톡방에서 나가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의 대화도 거의 보지 않거나(21.5%), 나간다는 말을 하지 않고 단톡방에서 나가거나(14.7%), 나간다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단톡방을 나가는 것(11.2%)으로 확인됐다.

◈ 단톡방 사용자 절반 이상 자기 메시지 몇 사람이 봤는지 계속 확인한 적 있다
 
단톡방을 이용할 때 사람들이 흔히 하는 행동들을 몇 가지 제시하고 각각에 대해 그런 행동을 하고 있거나 한 적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먼저 단톡방이 성가셔서 하는 행동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응답자들이 해봤다고 답한 것은 일정 기간 대화가 오가지 않은 단톡방들을 이따금씩 정리, 즉 방에서 나오거나 방을 삭제하는 것(74.9%)이었다.

그 다음으로 응답 비율이 높았던 행동은 미확인 메시지가 있다는 표시(안읽은 메시지 개수 표시)를 보고서도 메시지 확인을 미루거나 하지 않은 경험(65.2%), 특정 혹은 모든 단톡방에 대해 메시지수신 알림 금지 설정(55.2%)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행동은 모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해봤다고 답한 유형이었다. 그보다는 적은 사람이 한 행동이긴 하지만 단톡방에 초대하겠다는 누군가의 제안을 거절한 경험(37.2%), 단톡방이 성가셔서 메신저 자체를 탈퇴하거나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경우(24.1%)도 3~4명당 1명 수준에 이르렀다.
 
다른 사람들의 단톡방 메시지 확인에 신경 쓰며 하는 행동 가운데는 자신이 남긴 메시지를 몇 사람이 봤는지(혹은 해당 기능이 있는 메신저의 경우, 누가 봤는지)를 계속 확인한 적이 있다는 비율이 57.4%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단톡방에 올라온 메시지를 모든 참여자들이 다 봤는지를(미확인 숫자가 0이 될 때까지) 끝까지 확인한 적이 있다는 응답 비율이 40.4%, 단톡방 메시지를 확인 안한(혹은 안한 것 같은) 사람한테 메시지를 확인하라고 재촉하거나 왜 안하는지를 물어본 적 있다는 비율이 27.6%로 나타났다.

◈ 단톡방에서 공유된 정보나 오간 대화내용을 다른 곳에 알리거나 전달한 경험
 
단톡방에서 공유된 정보나 오고간 대화내용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곳에 알리거나 전달한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먼저 뉴스나 정보를 복사해 전달한 경험의 경우, 전체 글이든 뉴스/정보가 담긴 페이지의 링크(URL)든 절반이 좀 넘는 응답자가 가끔씩이라도 그런 행동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각각 50.2%, 55.7%).
이를 자주 혹은 매우 자주 하는 사람들에 한정해보면, 전체 글을 복사해 다른 대화방에 전달하는 비율(10.8%)이 링크를 복사해 전달하는 비율(8.9%)에 비해 약간 더 많았다(1.9%p 차).
 
단톡방에 올라온 타인에 대한 비방, 험담, 사생활을 들추는 내용을 전달수단에 관계없이(톡방, 전화, 문자, 대화 등) 전한 경험에 대해서는, 그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가끔이라도 전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22.9%, 이야기의 당사자, 즉 이야기 주인공에게 직접 전한 적 있다는 비율 또한 19.4%에 이르렀다(자주 내지 매우 자주 한다는 비율은 각각 6.4%, 6.2%).
단톡방에서 오간 개인에 관한 부정적 대화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본인에게까지 전하는 사람이 5명 중 1명꼴이라는 사실은 단톡방이 그 공간의 경계를 넘어서 타인을 모욕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데 실제 쓰이고 있고, 그러한 사실이 본인에게까지 알려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 메신저 이용자 대다수 단톡방은 ‘사적’ 공간, 그러나 직업관련인과는 ’공적‘ 공간
 
메신저 단톡방 공간을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단톡방 사용 경험 유무에 관계없이 전체 응답자 1,061명에게 단톡방을 사적인 공간으로 보는지, 공적인 공간으로 보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70.4%가 단톡방을 사적 공간으로(완전한 사적 공간 15.8%, 대체로 사적이나 일부 공적 측면도 있음 54.6%)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적으로 단톡방 대화상대 유형에 따라 이용자가 느끼는 사적·공적 공간 인식이 달라지는지를 조사했는데, 대화상대별로 인식에 큰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가족이나 친구와의 단톡방은 절대다수의 응답자가 사적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각각 88.1%, 85.6%), 가족/친구/직업관련인을 제외한 지인과의 단톡방은 그보다 훨씬 적은 59.4%만이 사적 공간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대화상대 유형들과는 대조적으로, 직장동료나 업무관련자와 같은 직업관련인과의 단톡방에 대해서는 대다수인 79%가 공적 공간이라고 답했다(완전한 공적 공간 39.3%, 대체로 공적이나 일부 사적 측면 있음 39.7%).
이러한 결과는 메신저 이용자들이 대화상대와의 관계 자체를 단톡방의 사적·공적 공간 인식에 투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즉, 대화상대가 사적인 관계이면 그들과의 단톡방도 사적 공간으로, 공적 관계에 가까운 사람들이면 공적 공간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정종민 기자  korea21c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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