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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서거 이후 민심수습 위한 당 쇄신안 놓고 내홍
한나라당의 방황이 계속되고 있다. 4월 재보선 참패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민심이반에 부딪치며 지지율이 급락, 4년 만에 민주당에게 정당 지지율 1위를 헌납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이를 수습할 특단의 조치로 쇄신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오히려 내홍에 휘말리고 있는 상황이다.
극으로 치닫는 ‘친이-친박’ 갈등
특히 이번 쇄신안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당 지도부 사퇴와 조기전대개최 문제를 놓고 당내 고질병인 ‘친이-친박’ 두 계파간 갈등이 재발하고 있어, 헤게모니 다툼이 본격화 될 조짐마저 감지되고 있다. 게다가 당의 전면쇄신 요구마저 청와대가 묵살하고 나서 자칫 여권 전체가 분열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난 4일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쇄신안 마련을 위해 의원연찬회를 열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날의 주요 쟁점은 박희태 대표 등 당 지도부 사퇴와 조기전당대회개최, 청와대의 전면쇄신. 6시간이 넘는 토론 속에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지만 결국 핵심 쟁점인 당 지도부 사퇴와 조기전대개최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오히려 ‘친이-친박’ 간 힘겨루기의 장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친이계는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조기전대를 열어 당이 먼저 청와대와 정부 등 여권 쇄신의 물꼬를 터야한다고 주장했다.
친이계 정태근 의원은 “지금은 천막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며, 박 대표 사퇴는 국민에게 우리를 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라며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친이계인 권택기 의원은 “나는 이명박 정권의 졸개인데 그 졸개가 쇄신을 들고 나왔다”며 “대통령이 쇄신요구를 수용하는 용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당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로 나가야 한다”고 조기전대개최를 요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정두언 의원 역시 “지도부 퇴진과 전대문제는 단순히 친이가 찬성하고 친박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현체제의 기득권 세력인 비주류와 청와대, 지도부가 반대하는 것”이라며 “박 대표의 퇴진은 법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며 그래야 박 대표의 다음 행보도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박계는 작금의 위기 상황이 청와대에 있음을 강조하며, 조기전대와 지도부 사퇴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그림자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은 “조기전대는 국민 관심사가 아니며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이고 대통령의 정책기조”라며 “조기전대로 가면 이러한 기조의 쇄신이 묻혀버린다”고 친이계의 조기전대 주장을 일축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불통과 배제, 독주가 가장 큰 문제였던 만큼 비주류와 야당에 대한 배제를 깨고 정책 및 인사탕평이 있어야 한다”며 청와대의 전면쇄신을 주장했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도 “민심이반의 원인은 당 지도부가 아니라 청와대가 당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라며 “이벤트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결국 이날의 연찬회는 논의는 무성했지만, 아무런 해답도 찾지 못한 채 ‘친이-친박’간 괴리만 확인한 자리가 돼 버렸다.
계파 대립은 손익계산서 때문?
지도부 사퇴와 조기전대개최를 놓고 ‘친이-친박’이 이처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각각의 정치적 계산이 짙게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만약 친이계의 주장대로 조기전대가 개최된다면, 내년 1월 또는 2월을 조기전대 적정시점으로 대선 스케줄을 짜 놓은 박근혜 전 대표의 앞길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추모정국’의 영향권 속에서 치러질 10월 재보선의 패배가 유력시 되는 만큼 재보선 이전 조기전대 및 참여는 친박계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함수’다.
반면 조기전대개최는 친이계에게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동안 친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이상득 의원의 ‘정치 2선 후퇴’ 선언에 따라 조기전대를 통해 새로운 중심축을 세울 수 있기 때문. 즉, 10월 재보선을 통해 정치복귀를 노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친이계의 또 다른 축 이재오 전 의원의 정계복귀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도부 사퇴·조기전대개최…‘친이-친박’ 갈등 증폭
실제 친박 측은 친이계의 지도부 사퇴 주장과 관련,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며 이 전 의원의 복귀를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고, 조기전대개최를 주장하는 친이계도 대부분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결국 ‘추모정국’을 거치면서 민심이 악화돼 이 전 의원의 10월 재보선을 통한 원내 진입이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재보선 전 조기전대로 시기를 조절, 정계복귀를 도모하려는 노림수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최근 당 요직에 이재오계 인사들이 전면 배치된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 하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와 장광근 사무총장, 진수희 여의도연구소 소장, 심재철 예산결산특별위 위원장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은 모두 이 전 의원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친이계는 이 전 의원과 관련된 조기전대개최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친이계 임해규 의원은 “친이계를 배제한 채 비상대책회의를 꾸려 전대의 시기와 방법을 논의하자”면서 “이재오 전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나온다면 내가 막겠다”고 역설했다.
친이직계 조해진 의원 역시 “원론적으로 박 전 대표와 같이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당의 큰 지도자가 어떤 형태로든 어려운 당을 살려내고 당무에 참여하는 것은 당원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다 바라는 것”이라며 “단, 조기전대 주장이 박 전 대표 압박이라든지 이 전 최고위원을 복귀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이 전 최고위원도 지금 조금 이른 것이 아닌가, 본인 스스로도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조금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쇄신논란 수수방관하는 靑
당이 쇄신논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청와대는 뒤에서 팔짱만 끼고 수수방관하는 모양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이 일단 자기정리가 돼야 하는 게 아니냐”며 “물러나라는 이야기만 있지. 쇄신의 논리와 명분, 줄거리, 밑그림이 안 서 있지 않느냐”고 당내 쇄신요구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예를 들어 ‘우리는 당의 개혁을 위해 이러저러한 것들을 하겠다. 청와대도 이런 것들을 해 달라’고 해야 하지 않느냐”며 “그래야 진정성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쇄신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대변인은 “우리도 귀를 열고 잘 듣고 있다”며 “안팎의 쇄신요구에 대해 귀를 닫는다든지, 쇄신은 아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지 하는 그런 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5일 쇄신특위 등 당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지도부 사퇴와 관련,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고 쇄신이 되겠느냐”며 사실상 ‘사퇴 불가’ 입장을 시사했다. 최고위원들 대부분도 지도부 사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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