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이환수 기자] 헌법재판소의 졸속재판이 논란이 되고 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지난달 25일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일에 맞춰 3월 13일 이전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당시 박 소장은 “헌재 구성에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3월 13일까지는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헌재의 시간표는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구색맞추기식 재판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증인신청은 모두 기각하고, 심지어 최종변론 준비시간이 부족하다는 요청 또한 묵살해버렸다. ‘인민재판’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시사코리아저널이 헌재의 졸속재판과 향후 정국을 진단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인 황정근 변호사는 “국회 측 대리인단은 재판부가 명한 바에 따라 종합준비서면을 전날 야간 전자접수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황 변호사는 “국회 측 대리인단이 제출한 준비서면에는 개개의 소추사유에 집중해 그동안 제출하고 심판정에서 진술했던 40여 개의 준비서면을 요약정리하고 그동안 이뤄진 증거조사 결과와 사실관계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측은 종합준비서면과 별개로 ‘과거 정권의 공익법인과 미르·K스포츠재단의 비교·분석’과 ‘파면할만한 중대성 검토’에 관한 준비서면도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지난 16일 14차 변론에서 양측이 신청한 증인과 증거를 정리한 뒤 “오는 24일에 변론을 종결하려고 한다.”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23일까지 종합 준비서면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종합준비서면을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다. 최종변론일인 27일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헌재의 졸속진행에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그간 헌재는 재판과정에서 대통령 측 변론에 유독 제동을 많이 걸었다.

특히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들은 절반이상 기각시키기도 했다.

◇ 유력 증인들 모두 불채택

이번 사건의 유력 증인 중 한명인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마저도 증인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고 전 이사를 다시 소환하는 것은 부적절하므로 대통령 측의 증인신청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헌재가 3회나 증인신문 기일을 지정해 소환했고 소재도 찾았지만 무산됐다.”며 “고 씨가 진술한 조서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신문권을 보장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증인신문도 헌재의 직권으로 증인 채택을 철회시켰다.

이 권한대행은 “김 전 실장은 아직 건강이 호전되지 않아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핵심 증인이 아니니 증인 채택을 철회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김 전 비서실장 이외에도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의 불출석 사유서를 받아들여 증인신문을 취소하고 증인 채택을 철회했다.

헌재는 또 김홍탁 더플레이그라운드 대표 등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상당수 증인들에 대한 소환을 거부했다.

박 대통령 측이 “더플레이그라운드는 최순실 씨와 관련해 사익을 추구한 회사이다. 실질적 내용을 꼭 확인하고 싶다.”고 강하게 요구했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이와 함께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과 최철 전 문체부 장관 보좌관, TV조선 이진동 기자에 대한 대통령 측 증인 신청도 “탄핵심판과 직접 관련된 증인이 아니거나 ‘고영태 관련 녹취록’을 보면 내용을 알 수 있다.”며 거부했다.

◇ 편파·독선·고압적 증인 신문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조서를 탄핵심판 증거로 채택하는가하면 편파적이고 독선적, 고압적으로 증인들을 신문해 재판의 공정성을 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강일원 재판관이 그 대표적 예이다.

강 재판관은 1월 17일 재판에서 “현재 동의되지 않은 진술조서와 피의자 신문조서라 하더라도 진술과정에 변호인이 입회해 확인한 조서는 증거로 채택한다.”는 새로운 증거법을 만들어냈다. 또한 “진술과정이 전부 녹화된 것은 적법증거로 채택한다.”는 새로운 증거법도 만들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제40조를 보면,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 다만,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이 사건 탄핵심판 사건에 적용될 증거규칙은 형사소송법령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어느 법령에도 재판관들이 형사소송 법령이나 민사소송 법령에 위반된 증거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법령의 범위에서 증거규칙을 만드는 경우라도 마치 대법원 규칙의 제정절차와 같은 입법절차를 거쳐야 마땅하다.

그런데 강 재판관은 아무런 법적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형사소송법과 상치되는 증거규칙을 규칙제정 절차도 거치지 아니한 채 멋대로 입법해 시행하는 월권을 하고 있다.

특히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아예 대놓고 편파적 진행을 일삼고 있다.

지금까지 헌법재판소에서 실행된 증인신문의 동영상을 보면 강 재판관은 주심재판관으로서 증인신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그 신문의 내용을 보면 대부분 박 대통령 측 증인에 대해 마치 국회 측 대리인이 하는 것처럼 증인과 증언의 내용을 탄핵하고 있다.

국회 측 증인에 대하여는 거의 직권신문이 없고 주로 박 대통령 측 증인에 대하여만 집중돼 있다. 신문의 내용이나 방식도 재판관의 개인적인 사전지식을 기초로 해 마치 국회 측 대리인처럼 반대신문을 하고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청구인, 피청구인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지 아니하고 공정하고 중립적인 지위에서 재판의 진행과정상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절차진행에 관여해야 되는 재판관의 도리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 “북한식 정치탄압”

졸속적이고 편파적인 재판에 참다못한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국회와 재판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국회가 동서고금에 없는 섞어찌개(탄핵사유) 13가지를 만든 것”이라며 “북한식 정치탄압이다. 국회가 야쿠자냐.”라고 폄하했다. 이어 “국회가 이런 소추의결서로 국민을 속이려는 것은 국정 농단의 대역죄”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안 해주면 시가전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면서 “대통령파와 국회파가 갈려 이 재판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내란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영국 크롬웰 혁명에서 100만 명 이상 시민이 죽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한 “국회는 힘이 넘치는데 약한 사람 누구냐 여자 하나다.”라며 “법관은 약자를 생각하는 것이 정리라고. 강자를 편드는 것은 법관이 해선 안 될 길”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주심재판관인 강 재판관을 향해서는 “(국회 측) 수석대리인”이라고까지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강 재판관은 증인신문에 적극적 관여하고 있다. 그런데 분석을 해봤더니, 피청구인(대통령) 쪽 증인에 대해서 주로 물었다. 청구인(국회) 쪽 증인에 대해서 별로 질문을 안 했다. 피청구인 증인에 대해서는 일단 시작이 비난이다. ‘앞뒤 말이 맞지 않는다’는 게 시작”이라며 “오해에 따라서 청구인(국회)의 수석 대리인이 되는 것이다. 법관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김 변호사의 성토에 강 재판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권한대행이 대신 나서 김 변호사의 발언을 제지하면서 “말씀이 지나치다. 수석 대리인이라는 말은 감히 여기서 말씀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행이 발끈하자 김 변호사는 “그럼 고치겠다. 수석대변인은 아니시다.”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편파재판에 참다못한 박 대통령 측은 강 재판관에 대해 기피 신청까지 냈다.

◇ “헌재, 변론권 박탈”

하지만 이마저도 15분 만에 각하되고 만다.

재판장인 이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 측 기피신청은 오직 심판 지연이 목적임이 분명하다.”며 “목적이 부적합해 각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박 대통령 측은 “구체적인 사유서도 보지 않고 각하하는 것은 명백히 부적법하다.”며 “헌재가 법을 준수하며 기피신청의 가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대리인이 어떤 점을 불만을 갖고 기피 신청했는지 국민들도 봐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알 권리와 변호사의 변론권을 박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정미 재판장도 당사자로서 신상해명 발언을 해야 한다.”며 “권성동 국회 소추위원과 이정미 재판장이 한편이 돼서 편을 먹은 느낌을 주지 않냐.”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권한대행은 “소송법을 다시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며 반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 측은 “쟁점정리라는 이름하에 새로운 탄핵사유를 제시해 국회 측이 준비서면이란 이름으로 소추사유를 불법으로 변경하게 했다.”며 “이에 따라 재판을 불공정하고 편파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헌법에 근거가 없이 수사기관의 조서에 증거 적법성을 부여했다.”며 “검찰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조서를 탄핵심판의 증거로 채택한 위헌적인 재판 진행”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은 “편파진행, 편파 증인신문, 독선적 고압적 재판진행을 했다.”며 “강 재판관의 관여는 재판의 공정성을 해할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법 제24조은 재판관에게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 與, 헌재 편파재판 지적

그간 침묵하던 자유한국당도 헌재의 편파재판을 문제 삼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종섭·김진태·곽상도·최교일 의원은 “박 대통령 대리인 측이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한 과정 전반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헌재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탄핵제도를 만든 미국을 보더라도 여러 사유를 모아 탄핵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독립된 사유를 따져야 한다.”면서 “사유별로 국회에서 투표했으면 탄핵사유 13개 모두 통과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 소추 사유에 대한 증거 수집과 조사 과정을 생략했다.”며 “국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로 (탄핵소추안을) 법사위에 회부해 조사하고 증거 수집 과정 등을 거쳤어야 했지만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헌재가 재판이 진행 중인 검찰수사 기록을 요청할 수도, 증거로 채택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탄핵이 탄핵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이를 위반한 채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헌재의 탄핵 결정은 한 번의 재판으로 끝나서 불복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다.”면서 신중히 판단해달라고 촉구하는 한편 “박 대통령 측에서 주장하는 이의를 지연 전략으로 매도하지 말고 정당한 내용인지 충실하게 심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 헌재 졸속재판 후폭풍

헌재 탄핵 판결에 불공정 의혹에 네티즌들도 들고 있어났다.

헌재의 졸속재판에 대해 한 네티즌들은 “헌재는 서두르지 마라. 9인체제가 무너졌는데 8인체제 7인체제가 무슨 문제인가? 그보다는 정확한 사실에 입각해 진실을 규명하고 후회 없는 판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대통령을 참고인이 아니라 피고인으로 규정한 특검의 대면조사는 응할 필요가 없다. 특검의 정해진 틀을 도와줄 뿐이다”라고 했다.

선고가 2~3주 정도 늦더라도 심리를 제대로 하는 게 좋다는 게 네티즌들의 중론이다.

네티즌들은 또 “특검은 시간이 모자라니 연장해달라고 하고, 헌재는 아직도 100여일 남았는데 빨리 결정하겠다고 하고, 대체 누구 사주를 받아서 그러는지”라고 김평우 변호사의 발언을 지지했다.

이어 “맞는 말인데 언행 조심하라니? 국회의 탄핵이 잘못됐고, 여기에 놀아난 헌재 역시 헛다리짚고 있다. 이정미 판사야 말로 언행을 조심하라.”고 나무라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국회 폭력에 그 똘만이가 지금 헌법재판소이다. 저렇게 편파적이고 똘만이 짓하면 우리 태극기가 가만 안 둘 것임을 경고와 함께 뒤집어 엎어버리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헌재의 졸속재판 이후 후폭풍에 대한 경고도 잇따랐다.

네티즌들은 “헌재는 왜 대통령측 변호인단의 변호를 그렇게 가로막나? 최근 밝혀진 고영태 녹음파일도 정밀하게 분석하기 바란다. 대통령은 탄핵을 당할 정도 헌법 위반 사항이 없는 것 같은데 국회가 탄핵을 강행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탄핵이 성사된다면 정말 큰 혼란이 날 것이다. 친북좌파의 촛불들은 몇몇 골수들에 의해 조정된 것이지만 태극기는 참다 참다 마지못한 민초들의 폭발이라 이 나라에 대란이 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각하가 답이라고 헌재 재판관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려주었다. 김평우 변호사의 변론은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필히 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환수 기자  naewoe45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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