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코리아저널 김대우 부사장.

[시사코리아저널 김대우 부사장] 국정원 직원 임 모 씨는 지난 18일 낮 12시쯤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한 야산 중턱에서 자신의 마티즈 승용차 안에서 타버린 번개탄과 함께 숨진 채 숨진 채 발견됐다. 최근 문제가 된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한 직원이다.

유서에는 “내국인과 선거에 대한 사찰은 없었다.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임 씨는 자신의 죽음으로 조직의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국정원의 휴대폰 해킹 프로그램 구입 사실을 놓고 야당으로부터 강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서 자살동기와 삭제자료에 이어 차량 바꿔치기까지 오히려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사실 국가정보원 직원 자살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굵직한 사건마다 국정원 직원들의 자살과 자해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국정원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은 자연스레 ‘찻잔 속 태풍’으로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야권과 사회단체들의 움직임이 한층 더 빨라졌다. 국정원의 ‘꼬리 자르기’에 앞서 먼저 선수를 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3일 불법 해킹을 통한 사찰 의혹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나나테크가 스파이웨어를 수입 판매하는 과정에서 인가를 받지 않아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점, 국정원이 스파이웨어를 전달 유포함으로써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했다는 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원 조직 현황이 국가기밀이라 부득이하게 고발대상을 국정원 관련자로 통칭했다”며 “누가 얼마나 이번 사건에 관련됐는지 수사기관에서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기존 예고와 달리 이병호 현 국정원장은 고발대상에서 제외됐다.

시민단체들도 전·현직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참여연대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과 함께 원세훈·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과 이병호 현 원장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로 했다.

사실 그간 국정원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은 국가안보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유야무야돼 왔다. 특히나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면 국정원 직원들의 자살과 자해로 의혹의 꼬리가 잘렸다. 이번 경우도 과거의 국정원 사건과 흐름이 비슷하다.

임 씨의 자살은 가족과 지인에겐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의 죽음이 의혹의 꼬리를 자르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이번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는 아직 수사 여부도 결정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임 씨의 죽음이 해킹사건의 종결이 아니라 본격적인 진상규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핵심은 로그파일이다. 이 로그파일을 다 풀어내면 그동안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구입한 해킹프로그램의 사용처와 대상인물 등 모든 궁금증이 풀린다. 더 이상 ‘국정원을 수사하면 안보 무너진다’는 궤변으로 의혹을 덮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대우 부사장  lora1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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