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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혼자 우는 장동건, 영화 '우는 남자'
  • 뉴시스
  • 승인 2014.06.0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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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는 남자'를 만든 사람이 '아저씨'를 연출한 감독이고, 액션영화이면서 주연이 장동건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관객이 기대하는 것은 정확히 두 가지다. '아저씨'를 뛰어넘는 액션신을 '우는 남자'에서 볼 수 있는가, 장동건이라는 대한민국 대표 미남배우가 '아저씨'의 원빈을 넘어서는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하지만 이정범 감독은 관객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린다. '아저씨'보다 나은 액션영화를 애초에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아저씨'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대신 '아저씨'의 단점을 보완한 영화를 내놓았다. 극단적인 캐릭터 조형술, 비약하는 스토리, 과장된 감정이 '아저씨'의 아쉬운 점이었다면, '우는 남자'는 '아저씨'의 이 빈 공간을 채워넣은 영화라는 것이다.

킬러 '곤'(장동건)은 임무를 수행하던 중 실수로 여자아이를 죽인다. 곤이 죄책감에 시달리며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조직은 그에게 마지막 미션을 내린다. 곤이 죽인 아이의 엄마 '모경'(김민희)에게 있는 중요 파일을 찾고, 그녀를 죽이라는 것. 곤은 모경을 죽이기 위해 한국으로 향한다. 하지만 곤은 모경을 죽이지 못한다.

▲ 영화 우는 남자 스틸컷.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처럼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통해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하지 않는다. 대신 주인공의 절절한 감정이 담긴 감성 액션을 선보이는 길을 택한다. 뛰고 구르는 곤의 몸을 화면에 담는 것이 아니라 표정을 담는 식이다. 그래서 영화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 한 시간은 '드라마'다. 후반부 한 시간은 '액션'이다. 이유는 명확한데, 꽤 긴 시간을 주인공의 감정을 쌓아올리는 데 할애함으로써 곤이 그렇게 처절하게 싸워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전반부에서 감독이 보여주려고 하는 곤의 고독과 고뇌, 반성과 회개, 그리고 죄의식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1시간은 곤이 어떤 인물이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으며, 왜 변할 수밖에 없고, 어떤 삶을 원하고 있는지, 게다가 곤이 어떤 과거를 가진 인물인지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너무나도 복잡한 곤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감정이 억지로 담겨있는 듯 느껴진다.

곤은 관객이 슬픔을 느끼기 전에 먼저 슬퍼한다. 곤은 관객이 그의 고뇌를 이해하기 전에 결론을 내려버린다. 곤은 관객이 울기 전에 먼저 울어버린다. 감정을 채 이입할 시간을 주지 않고 액션이 시작되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는 곤이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싸워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곤의 절친한 친구인 차오즈의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라는 대사는 곧 관객이 곤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곤은 혼자 너무 비장하다. 결과적으로 '우는 남자'는 '아저씨'의 단점을 완전히 극복하는 데 실패한다.

이런 아쉬움을 액션으로 달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정범 감독은 애초에 관객의 말초 신경을 자극할 액션을 계획하지 않았다. '우는 남자'의 액션 장면은 대부분 총을 활용한 것이다. 총알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의 긴박감은 상당한 편이지만, 몸과 몸이 부딪혀 만들어내는 자극에는 미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영화 앞에 액션이라는 단어가 붙었을 때 관객이 기대하는 것은 주먹과 발이다. 이런 관객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다 보니 총기 액션이 그 자체로 나쁘지 않음에도 관객의 큰 반응을 이끌어 내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액션 장면 자체는 나쁘지 않다. 권총, 저격용 총, 샷건 등 다양한 종류의 총기가 등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장미 아파트 액션신에 등장하는 프로페셔널 킬러의 작전 같은 경우, 이제까지 한국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장면이기도 하다. 총이 발사될 때의 사운드도 좋은 편이다.

주인공 곤을 맡은 장동건의 연기는 다소 실망스럽다. 대사가 거의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표정 연기가 가장 중요할 테지만, 장동건은 시종일관 눈을 부릅뜬 채 분노에 가득 찬 표정 외에는 다른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나마 있는 대사 처리 또한 매끄럽지 못하다.

돋보이는 건 김민희다. 김민희는 남편과 딸을 동시에 잃고 황폐해진 마음의 상처를 가슴 속에 꾹꾹 눌러 담는 방식으로 연기한다. 아무리 참아도 터져 나오는 슬픔을 발산하는 대신 눈빛과 목소리에 적절히 담아내는 것이다. 특히 그녀가 '대니 보이'를 부르는 장면을 통해 노래로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딸의 DVD를 보면서 처음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에서는 배우에게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려준다.

이정범 감독은 아마도 감정적으로 풍부했던 '열혈남아'와 액션으로 충만했던 '아저씨'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분의 합이 꼭 전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는 남자'는 결국 앞선 두 영화를 뛰어넘지 못하고 '열혈남아'보다는 액션이 좋고, '아저씨'보다는 감성이 깊은 영화 정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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