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작년 6월 방송인 김용만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13억 원을 배팅한 혐의로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그 후 이수근과 탁재훈 등 유명 연예인도 일명 ‘맞대기’ 도박을 한 혐의로 적발돼 모든 방송활동을 하차했다. 연예인 도박 문제가 공론화 된 것은 어제 오늘이야기가 아니다. 이 이전에 가수 신정환도 있었고, 연예인 첫 도박 파문 개그맨 황기순도 있다. 황 씨는 한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도박이 불법이란 생각을 한 적이 없으며, 그저 재미있는 놀이고 스트레스를 풀 대상이었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끊을 수 없는 유혹에 더 많은 돈을 배팅했고, 결국 빚을 지게 되는 상황까지 겪게 됐다. 피땀흘려 번 돈을 홀랑 날리고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고, 도박중독의 심각성과 경각심을 일깨우려 투쟁에 나서는 사람도 생겨났다. 자신과 주변사람들도 병들게 하는 무서운 중독 도박에 대해 시사코리아저널이 알아봤다.
![]() |
||
| ▲ 도박에 연루된 연예인들. /뉴시스 | ||
대학교 때 사행성성인오락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김 씨는 그때를 추억하며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이 도박이라 말했다.
지금보다 규제가 심각하지 않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성인오락에서 시급 3천 원을 받으며 일하던 그는 끊임없이 돈을 기계에 넣는 사람들을 보고 충격 받았다고 전했다. 한자리에서 기본으로 몇 십만 원을 쓰고, 여러 기계를 동시에 돌리면 하루 백만 원은 우습게 썼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20대 초반부터 머리가 하얗게 센 80대 노인과 성별을 막론하고 게임을 즐기며 돈을 기계에 넣는 사람들이 무서웠다고도 덧붙였다.
대학교수와 프로농구 코치, 일용직 노동자, 회사원, 건달, 학생 등 시퍼런 만 원짜리를 기계에 넣으며 ‘잭팟’이 터지길 염원 하는 그들이 마치 정신병자처럼 보였다. 돈을 따가는 사람보다 잃는 사람이 훨씬 많은 곳이었지만 자리가 없을 만큼 늘 손님으로 꽉꽉 차있었다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일용직노동자의 하루일당과 20대 초반인 대학생의 등록금이 기계로 고스란히 들어갔고, 돈을 다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또 다시 기계에 돈을 넣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박중독은 현재 정신의학에서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으로 분류한다.
본인이 절제하려해도 저항 할 수 없는 충동으로 계속 반복적 행동을 하는 것이다. 강력한 금단증상과 내성으로 더 많은 돈을 걸며, 뇌를 자극해 쾌감을 얻는다.
내성이란 흥분을 얻기 위해 자극이 점차 강해져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자극으로는 더 이상 만족되지 않기 때문에 점차 더 강력한 자극을 찾는 것이다. 술꾼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처음에는 한 병만 마셔도 기분이 좋지만 시간이 갈수록 양이 늘게 된다. 도박도 마찬가지다. 거는 돈의 액수가 점점 더 커져야 하고 횟수도 증가하게 된다.
도박중독자가 도박을 할 때는 마약중독자들이 마약을 할 때처럼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뇌신경 세포의 흥분 전달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하지 않으면 호르몬 분비가 줄고 이로 인해 손 떨림이나 불안감 등 금단증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 |
||
| ▲ 한 프로 스포츠 경기장에서 브로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베팅하는 모습. /뉴시스 | ||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 다시 도박을 시작하게 되고, 어느 순간 증상은 사라진다. 이 단계까지 오면 도박을 의지대로 끊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도박을 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도박 자체가 주는 재미와 승부에서 이길 경우 발생하는 쾌감이 중요한 요인이 된다.
처음부터 돈을 따기 위해 도박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미로 시작해 중독의 나락에 빠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초기에 돈을 따는 경험을 하는데 특히 크게 딴 경험이 있는 사람일 수 록 중독의 강도가 심하다. 비록 지금 돈을 잃고 있지만 언젠가 다 만회할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 잡혀 자신을 자제하지 못하게 만든다.
실제로 도박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22살 청년은 17살 때부터 도박을 시작해 지금까지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캐피탈과 햇살론 등 대출까지 받아 도박을 했고, 막노동으로 힘들게 번 돈도 하루아침에 날려 버렸다. 그는 자신이 돈을 잃게 된 경위에 대해 분석하길 재미로 시작한 것이 아닌 돈을 벌기위해 시작했다는 것부터 잘못이라 지적했다. 또한 멈출 수 있는 기회가 왔음에도 조금만 더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고, 잃은 돈을 복구해야지 하는 생각에 계속 돈을 걸었다고 말했다.
큰돈을 땄던 경험으로 조금만 더하면 아까 잃은 것 까지 다 만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절대적이라 쉽게 손을 놓지 못했고, 정신이 든 순간 잘못을 깨닫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고도 했다.
몇 번이나 자살을 결심하고 농약도 사고 약도 사봤지만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을 이길 순 없었다고 이야기를 이어 갔다.
자발적으로 정신과를 찾아 진단도 받고 약도 처방 받았으며, 다른 취미생활을 하기 위해 수영도 배웠다. 그러나 어느 순간 찾아오는 도박의 유혹에 몇 번이나 넘어가 또 다시 대출을 받고, 그 돈을 날리고 후회하고를 반복하게 됐다며 자신을 책망했다.
이런 시간이 늘 반복되면 절망밖에 남아있지 않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고, 자신의 앞에 놓인 빚과 다달이 갚아야하는 이자에 회의감마저 든다고 한다. 그러다 또 다시 비집고 나오는 ‘한탕’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면 진짜 죽어야지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도박을 또 찾게 된다고 했다.
도박을 끊기 힘든 이유를 모두 보여준 그는 여전히 후회의 반복 속에 살고 있다.
‘작심삼일’이란 말처럼 돌아서면 도박이 생각나고, 카드가 머릿속에 맴돌며 이번엔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자신을 지배한다.
끊을 수 없는 굴레처럼 돌고 돌아 또 다시 도박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이다.
![]() |
||
| ▲ 도로공사 vs 흥국생명 성남경기에서 관중이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베팅하는 모습. /뉴시스 | ||
대부분의 도박 중독자들은 빚이 많고 가정이 파탄 나 있다. 이로 인해 해마다 도박중독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만큼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도박중독자들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 8월 인천에서 실종됐던 어머니와 장남은 차남이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박 빚과 과소비로 인한 생계곤란으로 형과 어머니를 무참히 토막 내 살해했다. 또한 1994년 5월에도 화재로 위장해 부모를 죽인 아들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심각한 도박중독으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고, 오로지 도박을 할 생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도박중독자들이 자금마련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 재범률은 70%에 달하고, 강력범죄 뿐 아니라 자살, 가정파괴 등 사회적인 폐해로 이어진다.
한 조사에 따르면 19.6%가 도박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을 정도며, 60.3%는 도박을 중단할 생각이 없다고 대답해 도박중독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도박은 쾌감과 더불어 현실도피적인 성향도 만족시켜준다.
특히 사회적응의 어려움이나 고민, 불안과 같은 부정적 감정도 일시적이지만 회피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작용돼 연예인들이 도박을 시작하는 이유가 된다고 한다. 비록 일시적이고 부작용이 크지만 순간적 만족감을 채워주기 때문에 유혹을 이기기 어려운 것이다.
우울과 불안 같은 심리적 상태에서 도박을 하면 현실을 도피할 수 있고, 다른 자극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준다.
현실로 돌아왔을 땐 더 많은 스트레스가 존재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산더미지만, 앞뒤 따지기 전 이미 도박을 통해 얻은 쾌감은 잊을 수 없게 된다.
개그맨 김준호 역시 도박으로 한동안 방송활동을 못했던 적이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과거 도박을 많이 해 나도 모르는 새 푹 빠지게 됐다”며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다시 빠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중독성이 심하다”고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었다. 이어 “연예인은 외로운 직업이고, 그 외로움을 제대로 풀어낼 방법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결혼 한 상태였지만 아내가 외국에 있어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접한 도박을 끊지 못하고 많은 돈을 낭비하게 됐다. 주변에서 자신을 제어해 줄 사람이 없어 더 심각하게 도박에 빠져들었다고 밝히는 그를 보며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워했다.
연예인은 화려한 뒷면에 감춰진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큰 직종이다. 스트레스를 풀거나 취미생활로 운동에 관심을 갖다 그와 관련된 도박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걸 모를 리 없지만, 쉽게 끊을 수 없는 ‘한방의 재미’에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다뭇 연예인들만 해당하는 것일까.
모든 도박중독자들이 그러하듯, ‘한방’에 목숨 걸며 그 쾌감을 맛보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다.
비록 그 쾌감을 얻는 것이 힘들고 험난할 지라도 맛보고 싶어 안달 날 뿐이다.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스스로 자신은 중독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에 언제든 안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 |
||
| ▲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도박피해자모임 회원들이 도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시위 벌이고 있는 모습. /뉴시스 | ||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몇 가지나 되는가.
도박은 특히나 금단증상이 심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므로 자신과 주변인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도박중독의 치료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의학적인 측면에서 가장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 것은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지만 중독자의 상태나 환경, 동반질환의 유무 등에 따라 달라 질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입원이 필요 할 때도 있으며, 특히 우울이 심하거나 자살사고가 있을 경우 입원을 권장한다. 그러나 단순히 입원을 통해 도박을 멀리하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적다.
가능하면 도박중독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병행해 도박으로 인한 이차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 하다.
현재까지 도박중독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약물들은 많지 않지만 최근 여러 가지 연구들을 통해 몇몇 약물들이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항우울제의 일종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기분조절제, 알코올 중독자의 술에 대한 갈망을 줄여주는 항갈망제 등이다.
물론 약물로 도박중독에서 100% 벗어날 수 있다곤 장담하진 못한다. 그러나 중독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다면 가장먼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를 찾길 권한다.
정확한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분석하고, 약물치료나 가족치료 등이 필요한지 조사한 후 개인에 맞게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된다.
무엇보다 도박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의지와 가족들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며, 단기간의 치료로 근방 낫는 질병이 아닌 만큼 끈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저작권자 © e시사코리아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