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note
해 질 무렵의 어느 해의 송년에 동창생 여섯 명이 만났다. 친구 아들의 결혼식 참석 차 어렵사리 한 자리에 모였다. 서로가 다른 도시의 생활권에서 뿔뿔이 흩어져 살다가 삼십 년의 세월을 건너서 약속이나 한 듯 서로를 끌어 앉혔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낯설기 까지 한 수십 년의 세월이 겸연쩍어 우리는 괜스레 완당 속에 놋숟가락을 휘휘 저었다.
“국물 맛은 여전한가!” 긴 생머리 늘어뜨린 우리들의 스무 살과 캠퍼스 미루나무 숲의 조각구름이 수줍은 듯 살짝 스쳐갔다.
어느새 귀밑머리 희끗희끗한 은발 몇 가닥위로 능청스레 터지는 웃음소리. 서로의 남은 안부를 뒤로 한 체 KTX 밤기차를 타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남쪽 항구의 겨울답지 않게 창밖엔 송이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 이현실 프로필
시인 수필가
한국예총 월간 예술세계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집 <꿈꾸는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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