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프리스케이팅’서도 완벽 연기 기원
“얼음 위 ‘피켜 퀸’ ‘연아여왕’의 춤사위에 한인들도 넋을 잃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열린 24일 밤. 뉴욕 일원 한인들은 행여 독점중계권을 가진 NBC방송이 행여 ‘한일 대결장’이 된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볼 수 없지는 않을까 가슴을 졸였다. 정확한 중계시간을 파악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검색해 한국 시간과 맞추어 계산하느라 나름대로 분주했다. 저녁 7시30분이 돼도 피겨스케이팅 경기는 좀처럼 중계되지 않아 애꿎은 리모콘만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좀 더 약삭빠른(?) 이들은 인터넷 지식창에서 정확한 경기 시간을 알아내 다소 느긋한 입장. 기다리고 기다리던 경기는 미 동부시간으로 저녁 9시50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시작됐다.
먼저 연기에 나선 ‘맞수’ 아사다 마오(19ㆍ일본)는 김연아에 앞서 연기를 펼쳤다. 첫 점프로 장기인 트리플 악셀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키며 기세를 올린 마오는 실수 없는 깔끔한 연기를 펼쳤다. 특히 아사다 마오의 스핀은 현란하다 못해 환상적이었다. 김연아가 경기를 펼치기도 이전에 TV 앞을 지키던 한인들은 손에 땀이 맺혔다. 73.78점이라는 고득점이 마음에 걸렸다. 아사다 마오는 연기 직후 코치인 타라소바와 얼싸안으며 멋진 연기를 펼친 즐거움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어느덧 국보급으로 성장한 김연아가 등장했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긴장한 기색이 감돌았다. 영화 ‘007 시리즈 주제곡’이 긴장감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첫 점프부터 자신만이 구사할 수 있는 클래스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를 깔끔하게 성공하며 기세를 올린 김연아,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트리플 플립 점프(기본점 5.5)점마저 말끔하게 처리하며 동계올림픽 역사에 감동이란 이름으로 아로새겨질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롱다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케일이 큰 연기는 아사다 마오는 물론 여타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특히 점프 전후의 연결 동작은 워낙 매끄러워 아마추어인 한인들이 보더라도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으리라 기대감을 높였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모인 은반 위에서 최고로 빛난 별은 역시 김연아였다. 78.50점. 자신의 종전 세계 신기록(76.28)을 다시금 경신하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며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시상대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한 마디로 격이 다른 높은 점수를 매기는 고난도 기술이 아사다 마오를 물리친 셈이다. 2009시즌 김연아는 유독 트리플 플립 성공률이 낮았기 때문에 피겨 챔피언인 그녀에게 있어 ‘1%의 미완성’처럼 보였던 게 사실. 하지만 올림픽에서 김연아는 그 작은 흠결마저 완벽하게 극복해냈다. 마치 점프의 정석처럼 완벽한 트리플 플립 점프로 장내를 열광시켰다.
금메달 낭보는 전날 치러진 이승훈의 1만m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부터 시작됐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7개월밖에 안된 이승훈의 금메달 소식에 한인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환호했다. 저녁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 본 이경환(28)씨는 “남은 프리스케이팅에서드 완벽 연기로 아사다 마오를 압도해 일본에게 ‘노(No) 금메달’의 수모를 안겨 달라”고 응원했다.
<양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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