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대구 = 김세경 기자] 현재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정피모)' 게시판에는 강제입원을 당했다는 피해사례가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대구에서 일어난 ‘꽃가게 아줌마’ 정신병원 강제입원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서 모씨(50대, 꽃가게 운영)는 가족들로부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

서 씨는 신병증으로 투석하는 남편을 대신해 꽃가게를 운영하며 공부방을 운영하는 큰 딸을 위해 어린 손자를 돌봐주는 평범한 가정 주부였다.

꽃가게 건물 주인은 “(서 씨는) 착하고 꽃 장사 잘하고, 돈 없이 산다. 그래서 (내가) 집세도 안 받고 장사하라고(가게자리 빌려줬지) 돈 벌 때까지...”라고 말했다.

가게 주변 사람들도 서 씨를 “항상 웃고 어려운 사람 심정 잘 알고 남에게 해 안 끼친다.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사람들로부터 욕 먹을 일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서 씨가 정신병자로 몰려 힘없는 한 여성이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1월, 서 씨는 가족 간의 갈등으로 딸들에게 테이프로 손이 묶이고 입을 막고 감금당하는 등 신변 위협을 느껴 집을 나와 쉼터에 머물렀고, 딸들은 이러한 서 씨를 오히려 가출로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경찰의 중재로 두 딸과 남편은 잘못을 시인하고 각서를 쓰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8일 밤 11시께 가족에 의해 집안일을 하던 서 씨는 갑작스레 흰 봉고차에 강제로 실려 용인에 있는 어느 펜션에 납치·감금됐고 신고를 받은 수성경찰서는 늑장 수사를 하다 12일이 되서야 서 씨를 찾아냈다.

또 이미 지난 1월 가족에 의한 감금으로 고통을 받은 적 있었던 서 씨는 “여성보호소”로 보내달라 호소하였으나 경찰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다시 가족에게 돌려보내 문제를 야기 시켰다.

집에 오자마자 서 씨는 강제로 대구 ㄷ 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무런 정신적 이상이 없는 피해자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행위를 제지하지 않은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의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해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발하고, 그 행위로 인해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는 법규를 위반했다.

서 씨는 옆 환자의 전화를 빌려 친구에게 “갇혀 있다. 도와 달라”고 호소했고, 서 씨의 친구는 112로 신고해 친구가 억울하게 정신병동에 감금됐다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이미 수사가 종결했다는 답변뿐이었다.

▲ 대구 지산동 ㄷ병원 앞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

15일에 이르러서야 경찰의 중재로 퇴원하는 방향이 제시됐지만, 퇴원 과정에서 가족들은 또다시 서 씨를 응급차에 태워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려 했고 이를 제제하고자 친구와 주민들이 막아서는 등 한바탕 큰 소동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막아선 친구와 주민을 따돌리기 위해 8일 동안이나 쉬지 못하고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서 씨를 경찰차에 태워 3시간가량 대구 시내를 배회했다.

이때도 서 씨는 동승한 경찰에게 ‘여성보호소’로 보내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오히려 가족들에게 돌아 갈 것을 권유하며 가족들에게로 돌려보내 서씨의 인권은 무참히 거부당하고 말았다.

결국, 서 씨는 어쩔 수 없이 ㄱ 대학병원 정신병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경찰의 행위는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식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규정을 위반(형법 제124조)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정신장애연대는 “정신병원 입원절차에서 본인의사가 존중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신보건법 24조의 허점”이며 “정신병원 입원이 본인의 동의 없이도 민법상 정신질환자의 부양의무자 또는 후견인(시장·군수·구청장)의 동의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데서 발생된 문제”라며 정신보건법 24조의 문제점을 제시한 바 있다.

보호의무자의 동의 서류만 갖추면 정상인을 입원시켜도 의사는 법적 책임을 받지 않는다는 것 또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인권이란 사회적인 성취에서 인종, 성별, 언어, 종교, 나이 등에 차별을 두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특권과 책임이 주어지는 기회이다.

또 ‘환자의 권리 장전’에서 환자는 자신의 질병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치료를 결정할 권리가 있음에도 정신 보건법 24조의 남용 및 악용으로 서 씨의 인권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된지 10여일이 지난 24일 ㄱ대학병원 정신병동에서 서 씨와 가족, 서 씨의 지인, 중부경찰서 형사, 주치의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미리 준비된 ‘사실확인서’를 낭독하고 사인했다.

‘사실확인서’는 자의로 입원 했다는 내용과 추후 치료와 퇴원 등은 의학적인 판단을 우선적으로 따르겠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 씨는 자발적이 아닌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지 벌써 13일째 접어들고 있다. 서 씨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되는 장면을 지켜 본 서 씨의 친구들과 이웃주민들은 자발적인 입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신과치료를 받으며 약물복용중인 환자에게 이토록 급하게 사실 확인서를 쓰게 한 병원 관계자, 경찰, 가족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함께 동석한 서 씨의 지인대표 최00씨는 “친구가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고 증언하고 있어 10여일 만에 서 씨의 태도가 180도 변한 것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확인서’ 작성 하루 전인 23일 서 씨와 가족간 면회가 있었던 점과 이미 일주일 동안의 병원 생활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을 서 씨가 한 동의가 신뢰할만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과 이번 사건은 사건당사자의 의지가 사건을 뒤집을 수 있는 가장 큰 관건이라는 점이다.

어떤 이유에든 납치, 감금, 강제입원은 가족이라도 허용 될 수 없는 범죄며 사건 조사가 깊어질수록 가족들이 저지른 반인륜적 행위는 점점 수면위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자식이 천륜을 저버린 행동을 했음에도 부모로서 서 씨가 저 버릴 수 없는 모정(母情) 때문인지, 급작스럽게 바뀐 서 씨의 입장이 지인들과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있는 시민들에게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1월에 있었던 감금 사건으로 가족을 고소까지 하려고 했던 서 씨의 달라진 태도는 확실히 그 전과는 다른 변화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서 씨의 갑작스런 변화를 보고 서 씨의 지인들은 오히려 안타까워하며 “어미를 납치·감금하는 자식도 자식이라고...”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 대구지방경찰청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서 씨의 지인

김세경 기자  lliii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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