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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달성에 있어 '법'과 '주먹'은 서로 대체재(代替財.substitutes) 관계에 있다. 사람들이 여행을 할 때 소요되는 돈과 시간 등을 고려해 비행기와 승용차.기차.버스 등의 대체 교통수단 중 하나를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것처럼, 민주화가 급진전된 우리나라에서 집단이익과 관련한 시위에서도 ‘준법’과 ‘폭력’ 사이에서 ‘합리적 선택’을 고려한 대체재 관계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 같다.
시위과정에서 폭력 등 위법으로부터 얻는 기대이득이 크다고 생각된다면 ‘합리적 범죄’를 어김없이 감행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가포대로 3-10호선 4차로 산업도로 개설 공사와 관련해 주민공청회에 참석했던 마산시 정규섭 비전사업본부장(국장급)이 건화맨션주민대책위원회 주민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공청회는 도로개설공사와 관련해 소음 등의 피해를 주장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주민들의 민원을, 마산 중부경찰서 정보과가 중재하면서 마련된 자리였다고 한다.
공청회가 시작되자 주민대책위원장의 인사말에 이어 정규섭 본부장의 사업 경과보고 순서가 진행됐다. 하지만, 정 본부장이 보고를 시작한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주민대책위원장이 일어나 "부시장 아니면 행정관리국장이 오기로 했는데, 왔느냐? 오늘 공청회는 무효"라면서 종료선언을 해버려 파행으로 치달았다.
현장에 동석했던 시청공무원은 “주민들이 고성과 욕설을 하면서 퇴장하려는 정 본부장의 목뒤 부분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바닥에 넘어져 머리를 다치고, 쓰러진 본부장의 양팔을 당기며 끌고 가는 등 집단행동이 도를 지나쳤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이 정 본부장의 발을 잡은 상태에서 자켓 상의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아파트 바닥에 머리를 두 번이나 부딪혔고, 돌아가는 본부장을 또 다시 150여m를 따라와 또다시 넘어뜨린 뒤 30여m를 끌려갔다”면서 “집단행동을 막을 수 없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병원에 입원 중인 정 본부장은 “부상은 치료하면 되겠지만, 공무를 수행하다 주민들에게 이처럼 모멸감을 당한 적은 없었다”면서 “정신적인 충격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공무원 생활 동안, 공동화되고 있는 마산시의 침체를 탈바꿈시킬 중.장기 도시계획 입안과 발전방안 등을 도맡다 시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정 본부장의 허탈감을 대변한 말로 해석된다.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마산시지부도 기자회견에서 “주민공청회 폭력사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분노한다”면서 마산시의 안전대책 수립 등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하지만 사건발생 3일후 주민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설명회 현장에서 정 본부장을 폭행하지 않았다”면서 “당초 김영철 부시장이 참석키로 했으나 약속을 어기면서 공사중단 확인서를 받고자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랑이였다”고 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경찰은 주민대책위원장 등 주민 15명에 대해 집단폭행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피해자 진술청취를 마친 상태다. 경찰이 중재한 공청회니 만큼 폭행여부 및 사법처리 여부는 조만간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민대책위는 지난달 24일에는 공사철회를 요구하며 마산시장실을 무단 점거하는가 하면, 31일에도 황철곤 시장 사과와 가포대로 도시계획 철회 등의 요구안을 내세우며, 고성.욕설과 함께 밤 9시까지 시청 상황실에서 막무가내식 행동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지난달 7일에는 환경훼손을 이유로 수정만매립지 내 STX공장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 20여명과 트라피스트 수녀원의 수녀들이 시청 2층 현관과 복도에 들어와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가려는 주민들과 막아선 공무원 및 경찰 사이에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뒤늦게 몰려온 공장유치 찬성 측 주민들과의 실랑이도 벌어지면서 마산시청은 난장판이나 다름없었다.
소음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의 불편함과 재산적 손해가 분명하다면 반드시 배상돼야 하고, 방지책도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환경훼손문제와 관련한 시민과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에도 당국은 귀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주장이 ‘떼법’과 ‘고성불패’로 변질되고 이 ‘떼법’이 ‘합리적 범죄’로 용인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지난 4월 미 연방 하원의 존 루이스(Lewis) 민주당 원내 수석 부대표를 비롯한 의원 5명이 인권운동가들과 함께 워싱턴 DC의 수단 대사관 앞에서 수단 정부의 인권 탄압을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수갑에 채워진 채 체포된 사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날 루이스 의원 등이 시위 도중에 집회 금지선(폴리스라인)을 넘어 수단 대사관 쪽으로 더 다가가자 경찰은 '불법 행위'라며 해산 명령을 내렸고, 의원들이 불응하자 경찰관들은 망설임 없이 수갑을 꺼내 루이스 의원 등 민주당 하원 원내 서열 10위 안에 드는 여당 실세의원 5명과 민간단체 관계자 등의 손을 허리 뒤로 모으게 한 후 수갑을 채워 경찰차에 태웠다.
결국 이들은 경찰 조사 후 100달러씩의 벌금과 함께 석방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특별 대접'은 없었다. 의원들도 경찰의 체포에 반항하지 않았다. 정책은 정책이고, 주장은 주장이며, 불법은 불법이라는 현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국민이 세금을 내고 공권력에 복종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나의 재산과 가정을 지켜준다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기대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권력 존중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해진 범주를 벗어난 행동에 대해서는 아무리 주장이 정당하더라도 엄정하고 강력한 공권력이 집행돼야 한다. 그래야만이 ‘합리적 범죄’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대다수의 국민이 공권력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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