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가족 창원본부 회원들이 광주 '평안의 집' 요양시설을 찾아 노인들을 위로하며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시사코리아저널/ 정종민 선임기자］ "두만~강 푸른물에, 노젓는 뱃~사~~공..."

25일 낮 12시 30분쯤 광주시 서구 매월동 소재 노인전문요양시설 평안의 집(원장 서대왕).
적막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조용하던 노인요양시설에서 때 아닌 구성진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노랫가락도 여러 명이 박수장단에 맞춰 합창을 하는 통에 흥겹기 그지없다.

다름 아닌 자원 봉사자들이 노인들이 점심을 마친 뒤, 함께 어울려 흥을 돋우며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들은 각 침실을 돌며 마치 위문공연을 하듯 노인들과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악기도 없고, 반주도 없었지만 즉석에서 벌이는 노랫소리와 박수, 춤 등은 노인들의 굳어있던 얼굴을 펴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노인들도 봉사자들의 요청에 화답하듯 기억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봉사자들은 박수와 추임새를 넣어가며 합창을 하는 모습이었다.

호박가족 창원본부 회원들이 광주의 노인요양시설에서 창문닦기 등 대청소 봉사를 하고 있다.

호박가족 회원들이 노인요양원 창문닦기 봉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광주의 요양시설에서의 자원봉사자들이라면 전라도 사투리가 나와야 할 법한데, 봉사자들 모두가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었다.

이유는, 경남 창원에서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 온 자원봉사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호박가족 창원본부(본부장 이환수) 회원 10명이 휴일을 이용, 오전 7시30분 창원을 출발해 200여km를 달려와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만든 공식 팬카페에서 출발한 '호박가족' 회원들이 영.호남을 넘나드는 봉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오전 10시40분 평안의 집에 도착한 호박가족 회원들은 서대왕 원장으로부터 요양시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서 원장은 "큰 요양시설은 비교적 인력규정이 원활하지만, '평안의 집'은 규모가 적다 보니 전체 직원이 10명일 정도로 인력운영하는 부분이 힘들다"며 인력부족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호박가족 회원들이 노인들의 점심 요리를 하고 있다.

회원들은 잠시 숨 돌릴 시간도 없이 곧 바로 3개조로 편성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한 조는 어른들의 침실이 있는 방의 창문을 시작으로 창문닦기와 청소 봉사를 펼쳤다. 다른 한 조는 식당에서 노인들이 먹을 점심요리를 준비했다.
입담이 좋은 회원들로 구성된 마지막 한 조는 노인들과 말동무를 해 주는 임무를 맡았다.

한 여성회원은 "집에서도 창문을 닦는 일을 하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유리닦이 봉사를 해 보니 다소 힘은 들지만 마음이 뿌듯하다"면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웃음 지었다.
봉사자들이 너무 유리를 말끔하게 닦은 탓인지, 요양원 직원 한명은 “유리가 너무 깨끗해 사고방지를 위해 ‘유리주의’라는 종이를 붙여놔야 될까 보다”는 농담도 건냈다.

호박가족 회원들이 노인들의 말동무를 하고 있다.

남자 회원이면서도 노인들의 점심요리 준비를 자청한 천문현 부본부장은 "정성을 들여 노인들에게 음식을 해 드린다는 마음에서 조리를 자청했다"며 숙달된 솜씨로 부식 썰기를 하면서 "점심요리 조는 조리사 자격증 소지자를 비롯해 음식점을 운영하는 요리 실력자들이어서, 오늘 노인들의 맛있는 점심식사 준비는 자신있다"고 자랑했다.

15명을 수용할 수 있는 비교적 적은 노인전문요양시설인 ‘평안의 집’에는 현재 14명의 노인들이 입소해 있고, 평균 연령도 90세에 가까웠다. 대부분 침해와 와상. 뇌졸증세 등 노인성질환이 있는 노인들이 철쭉실.목화실,목련실 등 3개 생활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조용하기만 했던 노인요양시설이 멀리서 찾아 온 봉사단으로 인해 순식간에 북적였다. 그야말로 한 집안의 잔칫날처럼 활기를 찾은 것이다.

호박가족 회원들이 노인들의 점심식사를 돕고 있다.

호박가족 회원이 노인들의 이동을 돕고 있다.

점심 식사가 준비되자 회원들은 일일이 식판을 방에 전달하며, 노인들의 식사 도우미를 했다.
반찬을 밥에 얹어 주는가 하면, 입가에 흘리는 죽을 닦아주고, 식사가 힘든 노인들에게는 직접 죽을 먹여 드리기도 했다. 노인들의 점심식사를 돕는 손길마다, 친 자식이 하는 것처럼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다.

봉사활동을 마친 호박가족 회원들은 요양원 측에게 쌀을 비롯해 어른들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한 물티슈 등을 전달하기도 했다.

호박가족 이환수 창원본부장은 "호박가족은 봉사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간다"면서 "창원본부가 매월 계획하고 있는 봉사활동에서 광주를 찾은 이유는, 봉사를 통해 영.호남을 더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또 "어떻게 보면 '호박가족'은 박근혜 라는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팬카페이지만,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을 보면 영.호남이 단절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안타까워 하면서 "팬카페의 이러한 자그마한 봉사활동을 통해 단절된 정치문화를 허물 수 있는 밀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의미있는 한마디도 던졌다.

이 요양시설 서대왕 원장은 "가까운 곳에서도 찾기 힘든 봉사활동을, 멀리 경남 창원에서 까지 와 준 것에 대해 한편으론 깜짝 놀랬고, 한편으로는 더 많이 감사한다"며 "호박가족의 정성 가득한 봉사활동 덕택에, 오늘 하루만큼은 어르신들이 활기를 느끼며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고 반가워 했다.

호박가족 창원본부은 25일 광주에 있는 노인요양시설 '평안의 집'을 방문, 봉사활동과 함께 쌀과 노인들에게 필수품인 물티슈 등을 전달했다.

정종민  korea21c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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