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삼성동 한전 본사를 찾아 정전사태를 볼러온 데 대해 질책하고 있다.

15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최악의 정전 사태는 한전이 수요 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으로 나타났지만, 전력거래소와 지식경제부의 대처 또한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오전 9시, 늦더위로 인해 전력 소비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낮 12시에는 전력예비율이 7.8%까지 떨어졌다. 평상시라면 10%를 넘겨야 할 전력예비율이다. 오후 3시쯤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비상 상황에 접어든 셈이다.

하지만 절전 안내방송이나 정전 예고 조처는 없었다.
결국 오후 3시 10분,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정전 대란이 시작됐다.

전력거래소 염명천 이사장은 "사전 예고 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있었으면 예고했어야 한다"면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고 말했다.

단계별 대응 조치도 논란거리다.
전력거래소 규정에는 여유분이 100만kw 이하로 떨어질 때 정전 조치를 시행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149만kw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단전에 들어갔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상황이 급박해 사전 대처 차원에서 정전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급박한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지식경제부 보고도 늦었다.

전력거래소 전종택 중앙급전소장은 "(어제, 지식경제부) 보고를 안드린건 아니고 드리기는 드렸다"고 말끝을 흐리면서 "2시 50분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16일에도 겨우겨우 버텼다. 하마터면 전기가 또 끊길 뻔 했다. 기상 예보는 무시한 채 하던대로만 해오던 전력거래소가 뒤늦게 비상태세에 들어가는 등 허둥댔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삼성동 한전 본사를 찾아 정전사태를 볼러온 데 대해 질책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경부도 책임이 있고, 전력거래소는 더 말할 것도 없고 한전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분명히 책임소재를 따져야 한다"고 말해 추후 관계자 문책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통령은 "기본을 지키면 이런 문제가 일어날 수 없다"면서 "여러분은 세계적인 국영회사라고 할지 모르지만 형편없는 후진국 수준"이라고도 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주에 "올 여름 발전소 관리를 잘 해 전력대란이 없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렇지만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번 정전사태가 발생해 최중경 장관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야만 했다.

정종민  korea21c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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