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무표정한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 대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2억원 지원'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곽 교육감의 사퇴 여부와 시기, 그에 따른 재보궐 선거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29일 오후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시민들에게 송구그럽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그러나 자신은 떳떳하며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곽 교육감은 이날 서울시교육비특별회계 세입ㆍ세출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해 시정연설 말미에 "끝으로 제 부덕의 소치로 시민들과 시의원님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려 몹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따라서 곽 교육감 사퇴를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9일 교육계와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핵심 측근의 조사를 서둘러 마무리짓고 조만간 곽 교육감을 소환해 박 교수에게 건넨 돈의 대가성 여부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줬다고 밝힌 곽 교육감은 이날 정상 출근했지만 그가 검찰 소환을 전후해 즉각 사퇴할지 아니면 현직을 유지한 채 수사ㆍ재판을 받을지부터 관심이다.
여야는 곽 교육감이 언제 사퇴할지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사퇴 시기에 따라 보궐선거 시기가 10월 말이 될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 때가 될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곽 교육감이 자진 사퇴할 경우 사퇴 시기가 9월 말까지이면 10월말에, 10월 이후이면 내년 4월에 각각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다.

교육감직을 유지하면서 수사와 재판까지 받는다면 최종 판결이 언제 확정되느냐가 선거 시기를 결정짓는 근거가 된다. 유죄가 나올 경우 재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교육계와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수사 사실이 알려지자 곽 교육감이 기자회견을 자청한 점, `선의'로 박 교수에게 돈을 지원했다고 스스로 밝힌 점 등을 고려하면 당장 사퇴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가 있다.

곽 교육감이 돈 거래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입장에서 곧바로 전환, 2억원 지원 사실을 밝히면서 적극적 입장을 취한 데다 통상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 돈 거래의 핵심인 `대가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가성이 없는 `선의(善意)'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사실상 곽 교육감을 지원했던 민주당은 "무엇이 진실인지 사건의 진행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짤막한 논평을 내놓았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진실로 유감이다. 곽 교육감은 책임을 통감하고 거취를 빨리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단히 충격적이며 안타깝고 유감"이라면서 "이런 상황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인지 깊이 있고 심각하게 성찰하고 책임 있게 처신해 주기 바란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29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민주당을 향한 공격을 시작하면서, 유승민 최고위원과 얘기를 주고 받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교육을 책임지는 분이 또다시 부패에 연루됐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곽 교육감은 즉시 사퇴하고 이제는 자리를 떠나줬으면 한다"며 즉각사퇴를 압박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깨끗한 교육감이라는 이미지로 일해왔던 곽 교육감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구차한 변명이 아니라 깨끗이 과정을 밝히고 물러나는 게 국민의 동정을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가세했다.

당이 일사불란하게 `곽노현 때리기'에 나선 것은 민주당의 지원을 받았던 그의 낙마를 통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이 무상급식 대결의 연장선으로 흐르는 것을 막고 초반부터 기선을 확실히 제압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서울시장과 서울시교육감을 놓고 여야가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정국은 것잡을 수 없는 혼미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종민  korea21c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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