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실물경제분야의 정책수립과 집행·관리 업무에 종사하다가,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의 행정을 접하고서는 지방행정이 종합행정으로 대단히 복잡하구나 하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지난해 7월 13일 부산시 초대 경제부시장에 임명된 지 1년이 다 돼 가는 부산시 이기우 경제부시장의 그 동안의 소회다.

대통령 비서실을 비롯해 △통상산업부 산업기술기획과장 △산업자원부 산업기술정책과장 △KOTRA 외국인투자지원센터 실장 △부산·울산 중소기업청장 △중소기업청 차장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 경제 분야의 각종 직책을 수행하면서 경제관련 각종 국제회의와 경제사절로 세계 30개국 이상을 누볐던 이기우 부시장은 "부임 이후 부산경제의 중흥에 몰입한 탓도 있겠지만, 할 일이 너무 많아 정신없이 바빴다는 데에 주로 기인하는 것 같다"고 지난 1년을 되돌아 봤다.

세계경제에 관한 견문과 국제경험을 가지고 있고, 경제·산업·기업정책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이 부시장은 특히 해양수산부 부활문제와 관련 "정부의 해양관련 예산이 5,000억 원 이상 줄어든 것은 우리의 해양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며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육성방안 마련을 통해 해양수산 관련 예산의 확충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민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남 창원 출신으로 경남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경제 분야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면서 부산경제의 사령탑을 맡은 이 부시장은 특히 "선박금융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 중인 선박금융기관 유치를 위해 '해운경제특구 특별법(안)' 제정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취임 1주년을 맞는 이기우 경제부시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편집자 주>

▲ 지난 1년 동안의 소회에 대해 한 말씀.

부산시 초대 경제부시장으로 저를 선정해주신 허남식 부산시장께 먼저 감사드려야 할 것 같다. 모든 나라, 모든 도시와 지역이 경제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부산이 전국에서 제일 먼저 경제부시장 제도를 도입한 것은 허남식 시장의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세월은 유수라는 말이 있듯이 지난 1년은 정말 빨랐다. 한국의 제2의 경제인 부산경제가 특정인 1인이 1년 만에 변화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가동율·매출액·수출액 그리고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 숫자 등 많은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전반적인 부산경제상태가 1년 전보다 많이 나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고용률 등과 같이 개선이 잘 안 되고 있는 지표도 있다.

또한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한진중공업 노사분규 역시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어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저는 여태까지 주로 서울에서 실물경제분야의 정책수립과 집행·관리 업무에 종사하다가,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의 행정을 접하고서는 지방행정이 종합행정으로 대단히 복잡하구나 하는 것을 절감했다. 이런 측면에서 부산 경제부시장으로서의 경험은 저의 시야를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의 정책중점은 무엇이었나.

무엇보다도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서민들의 낮은 경기회복 체감도를 높이는 문제가 가장 큰 정책과제이자 어려운 사안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부산시는 3%대의 낮은 실업률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기준으로 고용률 54.3%로 전국 7대 도시 평균 고용률 57.4%에 비해 3% 가량 낮은 수준이다. 이는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로 인한 대규모 일자리 창출여력 부족과 생계형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서비스산업의 저부가가치화로 인한 괜찮은 일자리의 부족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타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대학생 고학력 인력의 배출로 발생한 중소기업 취업기피로 야기되는 일자리미스매치현상 등에 따른 결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일자리창출을 위한 단기적인 방안으로, 노인, 여성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근로, 희망근로,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 등 공공 일자리사업의 지속추진, 사회적 기업 육성과 주민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지역자원을 적극 활용토록 하는 마을기업 육성에 주력했다.

또한 1인 창조기업, 벤처기업 저변확대 및 육성, 청년 해외인턴 파견을 통한 취업지원 등을 통한 청년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썼다.

조선기자재, 해양바이오 등 전문교육을 통한 지역 전문 인력 양성과 중소기업 인턴사업, 대학생 취업캠프, 중소기업 취업준비반 운영 등을 통해 대학생 취업역량을 제고하기도 했다. 청년고용우수기업 인증제 등을 통한 지역 기업의 고용유인 강화 등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다양한 시책도 빼놓을 수 없는 정책의 하나였다.

중·장기적인 방안으로, 강서와 기장 지역을 중심으로 산업단지 지속적인 확충을 통한 국내외 우수기업의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미래 성장동력산업 육성을 통한 질 높고 괜찮은 일자리창출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풍력발전 TEST-BED 유치와 목도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원자력의학원(기설립), 중입자가속기(2015년), 수출형 신형연구로(2015년) 유치 등을 통한 동남권 원자력 의.과학단지조성과 원전기자재종합기술지원센터(2014년), 원전기자재산업단지 조성(2015년) 등을 통한 원전기자재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함께 파생상품 R&D센터 설립, 문현금융단지 내에 부산국제금융센터 설립, 탄소배출권거래소 유치 등을 통해 동북아 해양·파생특화금융 중심지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이밖에도 영상산업 육성을 통한 아시아 영상문화·산업중심도시로의 성장, 관광·컨벤션산업 육성을 통한 세계적인 관광도시·글로벌 MICE산업도시 구현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 이기우 부시장이 지난 5월 LIG 손해보험 부산컨텍센터 MOU체결식을 마친뒤 보험사 사옥을 둘러보고 있다.

부산은 교육·의료·관광여건 등에 있어서는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가장 괜찮은 생활환경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학력 인력 및 기초서비스산업에 있어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높은 토지가격에 의해 대기업 및 외국기업의 적극적인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미음지구와 오리산단, 석대첨단산단, 국제산업물류도시 1단계 등 기업입지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며, 도심형 지식기반산업의 유치를 위해 더욱 역량을 집중해 나가고 있지만, 부산지역은 인천 송도지구 등 타시도 보다 토지가격(분양가)이 높아 기업유치의 어려움과 제조업 경쟁력 약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형적 요인 등으로 인한 교통여건 및 생활환경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은 도심에 산지가 많고 바다를 끼고 있어 도로, 교량, 터널 등을 통한 교통인프라 확충을 위한 비용과 물류비용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월등히 높은 실정이다.

또한 산과 산 사이 좁은 지역에 주거 및 생활시설이 밀집되어 있어 소음, 대기오염 등과 같은 생활환경 저해요인이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지역단절, 도시경관의 황폐화 등 도시환경 측면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성장잠재력 약화도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우리 부산은 타 지역에 비해 급속한 고령화로 부양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경제활동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로 성장 잠재력이 점차 약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점을 종합 분석해 정부와의 조율을 거쳐 타개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 부산과 경남은 바다의 중요성이 어느 지역보다 높다. 해양수산부 부활에 대한 의견은.

해양수산부의 폐지로 해양관련 업무와 예산은 국토해양부로, 수산관련 업무와 예산은 농림수산식품부로 나눠지게 됨에 따라 중앙정부의 정책추진과 예산집행의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추진과 집행에 있어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나 우려하는 지역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토해양부의 해양 관련예산의 경우 2009년에 2조1,245억 원이던 것이 2년만인 올해 1조6,042억 원으로 5,000억 원(24.5％) 가량 줄어들어 우리의 해양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해양자산 및 해양관광산업, 해양과학기술 부문이 저조해 해양경쟁력은 세계 12위 수준으로 동북아 3국 중 최하위다.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육성방안 마련을 통해 해양수산 관련 예산의 확충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민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2009년1월 정부로부터 부산시가 해양·파생금융중심지로 지정된 후 한국선주협회의 제안으로 지난해 3월 부산시와 한국선주협회 간에 선박금융전문기관을 부산에 설립하자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부산시와 협회가 공동으로 '선박금융전문기관 설립 필요성' 연구용역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선박금융을 활성화하는 초기단계로서는 공공기관의 '(가칭)한국선박금융공사'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관중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의 선박금융부서 이전 추진과 연계해 한국선주협회와 공동으로 선박금융기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한국선박금융(주)에서는 선박에 특화된 여신전문금융회사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그렇지만 선박금융 유치에 애로사항도 적지 않다. 대다수 제조기업 및 금융기관의 수도권 입지로 인해 이전을 꺼려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특히 현재는 종사자의 주거, 교육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치에 애로가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해운 비즈니스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본격화를 위해 톤세제도(외국 무역선이 입항할 때 톤수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세금)와 보조금 지원, 교육·의료시설, 국제기구 유치 등이 포함된 '해운경제특구 특별법(안)' 제정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민과 경제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갈수록 치열해지는 도시 간 경쟁에서 부산은 세계도시와의 경쟁에서 이길 만큼 부산의 경제를 크고 강하게 만들고, 모든 시민이 따뜻한 온기와 높은 삶의 질을 느낄 수 있도록 도시 품격을 알차고 튼튼하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함께 일자리 확대와 개인별 소득증대 등 지역경제 회생을 갈망하는 시민들의 염원에 부응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실업난을 해소하고, 기업의 생산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남은 임기동안 지역경제 회생과 서민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부산을 잘 사는 도시, 품격 있는 세계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

경제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만이 아니라 모든 경제주체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경제가 발전하며, 시장경제국가에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한정적이다.

가계는 합리적인 소비 활동을 통한 성장과 복지향상에 기여하고, 기업은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를 갖고 기술혁신과 시장개척 등 기업의 혁신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크고 강한 부산’을 만드는데 시민들의 많은 성원과 동참을 부탁드린다.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부산, 울산, 경남을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묶어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발전 청사진을 공동으로 구상 실현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오고 있다.

동남권 3개 시.도는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광역경제권으로 그동안 동남권 산업네트워크 형성, 인재양성사업 협의회 구성 등 많은 공동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뿌리산업 지원을 위한 IT융합 로봇생태계 조성사업과 동남권 풍력부품 Test-Bed 사업, 부산경남벤처투자조합(KoFC-BK-Pioneer-Champ-2010-13)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앞으로 동남권 3개 시.도는 지역의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지역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역으로 만드는 데 더욱 협력해야 한다. 지능형기계부품, 첨단기계, 해양플랜트기자재, 조선기자재 등 동남권 광역경제권의 새로운 지역 선도전략산업 마련을 위한 공동추진도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특히 2013년 '부산·울산·경남 방문의 해' 공동추진과 동남권의 정체성 제고를 위한 통합브랜드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기존 부·울·경 광역권을 넘어서는 영남권 전체의 초광역경제권을 형성해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며, 국경을 초월하여 일본의 큐슈권과도 경제, 문화,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확대를 모색해 볼 필요도 있다.

이환수  webmaster@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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