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새로운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7ㆍ4 전당대회가 지난 23일 후보등록과 권역별 비전발표와 방송토론 등이 진행되면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전대에서 선출되는 당 지도부는 집권 후반기 새로운 진용 구축이란 의미와 함께 내년도 총선ㆍ대선 관리와 선거 지휘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는 만큼 당내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전대에는 원희룡ㆍ권영세ㆍ홍준표ㆍ남경필ㆍ박진ㆍ유승민ㆍ나경원(기호順) 의원 등 7명이 출마했다.

대구, 경북(24일)과 부산, 울산, 경남(25일), 광주, 전남(27일)의 비전발표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대략적인 판세와 구도를 확인한 만큼, 각 후보 캠프마다 회의를 통해 자체 중간평가 및 앞으로의 대책도 강구되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 초반 판세의 변수는 지난 4월 재·보선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재·보선 패배로 지도부가 사퇴하면서 치러지는 선거에, 전 지도부 인사가 다시 출마한 것을 놓고 공세와 수세가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전 최고위원인 홍준표, 나경원 의원과 전 사무총장인 원희룡 후보는 책임론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출마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내년 큰 판(총선, 대선)을 이끌어가려면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당위론을 내세웠고, 원희룡 후보는 "이번 선거에 당락을 떠나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총선과 대선 승리에 매진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3명의 지도부를 제외한 4명의 후보자들은 "자기 말에도 책임을 안지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안지는 분이 주장하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신뢰를 할 수 있겠느냐"면서 "4.27 선거패배에 책임을 지고 불러난 분들이 다시 출마해 수십억 원의 선거비용만 축내고 있다.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도로 한나라당'이란 오명을 써 내년 선거를 이길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세 차례의 비전발표회에서 드러난 구도는 크게 친이(친이명박)계와 반(反)친이계, 전임 지도부와 비(非) 전임 지도부의 대결양상으로 집약되고 있다.

중립 성향의 후보들이 계파정치의 종식을 전면에 내세운 가운데 범친이계로 분류되는 박진 후보까지 "벌써부터 이미 특정 계파는 '오더'가 떨어졌다, 표가 배분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꼬집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친이계가 특정 후보를 밀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이른바 '5인 회동설'을 보도하기에 이르렀는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원희룡 후보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나를 음해하고 견제하는 모양인데 비겁한 구태정치를 그만둬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미 사실 무근이라고 밝혀진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감지되고 있는 판세는 '2강'이라고 평가를 받는 홍 후보와 원 후보에 맞서 나경원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친박계 단일후보인 유승민 후보가 친박 지지세세력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면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맹추격을 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선두권 후보들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그 동안 당 대표를 위해 조직을 꾸준히 준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홍준표 후보.

이에 맞서 재·보선 이후 위축된 친이계가 원희룡 후보를 당 대표로 당선시키며 부활할지도 주목된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원 후보가 안정 속에 변화를 주도할 적임자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다만 친이계는 드러내 놓고 세를 과시하지 않는 형국이어서 안개 속이다.

나경원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세력은 비전발표회장에서 보듯 일명 '아줌마 부대'다.

유승민 후보는 호박가족과 박사모 등 친박 지지 세력이 비전발표회장에 본부석으로 천막을 치고 지원할 정도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비전발표가 진행된 3개 권역 발표회장에서의 분위기를 보면, 홍준표, 유승민, 나경원 후보가 응원단을 대거 동원해 분위기를 후끈 달구고 있다.

계파의 움직임도 눈여겨봐야 할 사항이다. '1인 2표제' 시행으로 두 번째 표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친이계는 이명박 정부와의 공조를,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호흡을 중심으로 후보를 고른다는 입장이다.

이번 전당대회가 열리게 된 원인은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놓고 지도부가 사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임 지도부 출신 3명에 대해 선거패배의 원인에 대한 공방이 초반 구도를 잡아 가고 있다.

홍준표·나경원 후보는 직전 최고위원이었고, 원희룡 후보는 사무총장으로 선거 실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책임론을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반면 남경필·권영세·박진·유승민 후보는 책임론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소장파, 친박(친박근혜)계 중심의 신주류, 그리고 친이(친이명박)계 중심의 구주류가 대립하고 있는 노선 투쟁도 분수령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반값 등록금’, 법인세 감세 철회, 무상급식 저지 주민투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당의 ‘색깔’을 가늠할 변수들도 즐비하지만 비전발표에서는 파괴력이 떨어져 멀어지는 분위기다.

세 번째로 4.27선거 패배에 이은 원내대표 경선에서의 몰락으로 위축된 친이계가 원희룡 후보를 당 대표로 당선시키며 부활할지 주목된다. 여기에다 중도를 표방하면서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유난히 강조하는 홍준표 후보와 친박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유승민 후보의 대결이 어떤 식으로 결론 날지 관심거리다.

네 번째는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을 끈다. 친박계는 1표는 유승민 후보를 찍고, 1표는 각자 알아서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모든 후보들이 “내가 박 전 대표의 ‘천막 정신’을 이을 적임자”라며 구애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당심과 민심이 40대와 50대 후보 가운데 누구를 선택하느냐다.

후보들 가운데 40대가 3명(남경필·나경원·원희룡), 50대가 4명(홍준표·유승민·권영세·박진)이다. 57세로 최고령인 홍 후보가 대표로 당선되더라도 박 전 대표 이후 처음으로 50대 대표가 선출될 정도로 세대교체 분위기가 대세가 됐다. 당원들이 내친김에 최초로 40대 젊은 대표를 선택할지, 경륜을 갖춘 50대를 선택할 지 주목된다.

<全大 어떻게 치러지나>

이번 전대는 지난 24일부터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선거인단을 상대로 한 비전발표회를 갖고 있으며, 4차례의 TV토론 등을 벌인 뒤 7월3일 전국 선거인단 투표를 실시한다. 7월 2일~3일 여론조사 실시와 함께 7월4일에는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제12차 전당대회를 열어 대의원 투표를 실시해 당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 5명(여성 몫 1명)을 선출한다.

이번 전대는 지난해와 달리 선거인단이 21만여 명으로 늘어나면서 비전발표회와 TV토론 등을 통한 ‘정책 대결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 내에서는 선거인단 규모 확대 및 1인2표제에 따라 ‘미디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종민  webmaster@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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