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파트너 발굴을 위해 상담에 열중하는 우리 식품 기업들.

한국산 식품은 대만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고 흔히 중저가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품목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일본산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산의 가치는 50~70% 정도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타이베이 KBC 주관 ‘2011 충남농수산식품 무역사절단’ 상담회에 참석한 씨에 씨는 기존 일본 거래처의 물량 부족으로 공급선 다변화를 위해 이번 상담회에 참가했으며, 한국 식품업체가 개선해야 할 부분을 묻자 “외관상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식품은 제품포장의 디자인과 다양성 측면에서 개선할 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만에서 유통되는 일본산 식품은 포장 디자인, 포장 용기, 포장 용량의 다양성 측면에서 국산 제품을 앞서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제품포장은 소비자의 첫인상을 좌우하므로 한국산이 고급스럽지 않다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시장 진출에 성공한 한인 식품기업 H사의 L 사장은 ‘홍초’ 제품의 예를 들면서 "플라스틱 용기보다는 유리로 포장했으면 좀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고 충고했다.

▲ 대만에서 유통 중인 일본산과 한국산 고춧가루.

백화점(新光三越, 太平洋SOGO, TAKASHIMAYA) 및 편의점(7-Eleven, Family Mart)은 일본기업이 장악하고 있고, 대형할인매장은 까르푸(프랑스), Costco(미국), RT-Mart(대만), 슈퍼마켓은 全聯(대만), Wellcome(대만), Matsusei(일본) 등의 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대만은 1986년 이후 외국 유통업체가 진출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식품, 음료, 술, 의류 등 외국 제품들을 백화점, 편의점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 먹어봐야 믿는 대만사람에게 통하는 ‘시식 마케팅’

주 타이베이 한국대표부 통계에 따르면 대만 거주 한국인은 유학생과 주재원을 포함해 약 3000명에도 못 미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식품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소비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미국, 일본, 중국 등 진출방법과는 차별화된 마케팅 방식을 채택해야 할 것으로 권장됐다.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시식활동으로 ‘먹어봐야 믿는’ 대만 소비자를 끌어야 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마케팅 중 하나다.

H사의 L 사장은 “대만 시장진입 초기에 시음시식 판촉활동은 필수적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 대만의 유통시장 점유율.

대만시장은 개방된 시장구조로 각국 유명브랜드의 테스트마켓 역할을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며, 고정적인 수요처인 교민도 적기 때문에 판로 개척이 결코 쉽지 않은 시장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대만은 중화권 시장의 교두보로서 대만 시장에서 성공하면 중국, 홍콩, 일부 동남아 국가 등 중화권 국가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은 증가한다.

일례로 대만시장에서 히트한 유자차가 중국으로 넘어가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 믿을 수 있는 파트너 발굴과 신뢰구축이 성공의 지름길

대만에서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 발굴과 신뢰구축이 바로 성공의 지름길이다.

대만업체들 사이에서는 한국은 거래처 보장 관행이 없어서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첫 파트너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과 일단 선정한 후에는 끝까지 믿어주고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품목에 따라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에이전트를 선정할 때 시장이 크지 않은 대만에서 동일 품목을 여러 에이전트에 나눠서 공급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져, 도리어 시장을 키우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따라서 에이전트의 실력과 사업적인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지 다각적인 검토 후에 에이전트를 선정하되 최소한 1개 품목은 1개 에이전트 원칙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업체끼리의 과당경쟁은 한국기업이 대만시장에서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 ‘김’은 대만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우리 기업끼리 가격을 원가 아래로 깎아내리는 과당경쟁을 하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가 하면, 중국에서 생산된 저품질 제품이 덤핑으로 대만에 수입되면서 우리나라 ‘김’에 대한 이미지가 함께 낮아졌다.

우리 기업끼리 경쟁을 하는 와중에 대만의 연화기업은 김 원초를 우리나라와 중국 등지에서 수입해 한국식 김을 생산.판매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늘린 사례도 있다.

▲ 까오숑 한신백화점에서 개최된 판촉행사.

대만시장은 가공식품, 신선식품 불문하고 모든 품목이 제한 없이 수출 가능한 중요한 시장이며, 우리 식품 중 일부 품목은 대만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신고배는 연말연시 명절 선물용으로 인기를 누리며, 매년 9,800톤 쿼터방식으로 수입되는데 90% 이상을 한국산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고려인삼은 2000년대 중반까지 서양삼 인기로 침체기를 보냈으나, 지속적인 홍보로 영업이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김치는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면서 대형 할인매장에서는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구색 맞추기 용으로 국내 유명브랜드의 제품을 저가에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만 식품시장 수출 규모는 약 2억 달러인데, 현지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노력 여하에 따라 10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만은 2010년 우리나라 식품의 7대 수출시장이며, 최근 3년간 높은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3대 수출 대상국인 일본, 중국, 미국은 수출 물량의 상당 부분을 소비하는 우리 교민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교민 3000명을 밑도는 대만에 수출 2억 달러는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과 최근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 파동은 우리 식품기업에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지진에 따른 방사능 유출로 일본산 제품의 공급 부족현상이 발생, 그동안 일본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대만 수입업체들은 공급선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또한, 대만사회를 먹을거리 공포에 시달리게 한 환경호르몬 DEHP의 식품 첨가 사건으로, 제품 및 공장에 대한 인증이 필요하게 될 예정이며, 유기농제품 시장이 더욱 크게 열릴 전망이다.

실제로 이번 ‘2011 충남농수산식품 무역사절단’ 상담회에 참가한 바이어 대부분은 기존의 일본산을 주로 취급해 왔으나,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이번 상담회에 참석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유기농 제품을 취급하는 국내 참가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들은 대만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우리의 단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 시점에서 대만 소비자들이 무엇보다 필요로 하는 것은 ‘신뢰’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종민  webmaster@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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