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67)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한 총리에게 9억 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재판 과정에서 이를 번복한 전직 건설업자 한만호(50·수감 중·전 한신공영 대표 )씨의 구치소 감방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동열)는 지난 9일 한 씨가 수감된 서울구치소 감방을 뒤져 한 씨의 일기장과 재판 대비 메모 등을 확보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은 보완조사를 거친 뒤 조만간 한 씨를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한 씨는 애초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9억 원의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했다가 재판이 시작되자 그런 사실이 없다며 진술을 뒤집었다.

한 씨는 검찰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해 한 전 총리의 기소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가 지난해 12월 재판 도중 "검찰 조사에서 거짓말을 했다"며 번복해 검찰은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검찰은 한 전 총리 사건과는 별개로 한 씨의 위증 혐의를 조사해왔다. 검찰은 한 씨가 출소하면 위증 혐의를 입증할 관련 물증을 확보하는 게 어려울 것으로 보고, '선제적 조치'로 압수수색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2008년 시행사의 부도 때문에 사기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해 오다 오는 13일 만기 출소하는 한 씨를 다시 위증 혐의로 기소하려는 것은, 진술 번복에 대한 응징의 성격이 강하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결과와 주변 인물들의 진술 내용을 토대로 한 씨의 진술 번복 이유 등을 조사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검찰의 한 씨 기소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한 씨는 출소를 앞두고 옥중에서 검찰이 한 총리 사건을 어떻게 기획했고 짜 맞춰 왔는지를 밝히는 '진실과 참회의 자필 비망록'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검찰이 출소를 앞둔 증인을 강제 소환하고 압수수색하는 것은 검찰 스스로 한 총리 사건의 공소 유지가 어렵다고 고백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강경호 기자  webmaster@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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