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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칠레, EFTA, 싱가폴, 아세안, 인도 등 16개국과 5건의 FTA가 발효된 상태에서, EU와의 FTA 발효 절차가 완료됨으로써 우리나라는 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FTA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었다.
곧이어 미국과 지난 3월 서명한 페루와의 FTA까지 발효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아시아, 유럽에 이어 아메리카를 연결하는 동북아 FTA 허브 국가로 발돋움 하게 되어, 세계인구의 38.5%, 세계 GDP의 59.4%를 차지하는 45개의 나라와 FTA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아울러 자유무역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일관된 정책은 우리 경제의 대외 신뢰도 및 브랜드 가치 제고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돌이켜 보면, 2000년대 초만해도 우리나라는 단 한 건의 FTA도 체결해보지 못한 FTA 후진국이었으며, FTA 특혜무역의 혜택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이는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불리한 여건 속에서 정부는 2003년 최초로 한-칠레 FTA를 타결한 이후, FTA 추진 로드맵을 마련하여 전 세계적인 FTA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주요 교역 상대국별로 맞춤형 개방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적극적인 FTA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EU FTA 국회 비준 동의 과정에서 유통법 및 상생법(일명 SSM법) 문제로 국회 심의가 지연되는 등 우리의 FTA 추진과 관련하여 국내상황과 대외개방간의 조화 문제가 대두됐다. 또한 우리가 체결한 EU 및 미국과의 FTA 협정문 한글본의 번역오류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의 FTA 협정 검독 시스템에 이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간 추진해온 개방 정책의 결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서는 우리의 대외개방 약속을 지키면서도 우리 취약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통상협정 번역 및 검독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노력도 강화하여 다시는 똑같은 실수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그동안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던 FTA 전략은 지속 추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290여개의 FTA를 포함한 지역무역협정(RTAs)이 발효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전세계적으로 자국의 수출시장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FTA 체결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계적 FTA 경쟁에서 뒤지면 중요한 수출시장을 잃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FTA는 경제 여건을 바꾸는 기회이며, 경제성장의 중요한 동력이 된다.
우리의 경우, 미국, EU, 페루와의 FTA가 발효되더라도 FTA 체결국과의 무역비중은 여전히 35.2%로서 전세계의 평균치인 50%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자전거는 바퀴가 멈추면 쓰러지는 법이다.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국가의 하나이면서 대외무역이 GDP의 85%를 차지하는 등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가 국내적인 문제에 함몰되어 치열한 글로벌 FTA 체결 경쟁에서 낙오될 수는 없다.
오히려 현재의 상황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내적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우리의 FTA 정책을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
우선 한-EU FTA의 7월 1일 잠정 발효를 위해 국내법 개정 등 이행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2007년 서명되고 올해 2월 추가 협정이 서명된 한-미 FTA의 비준 발효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호주, 터키, 콜롬비아 등 자원부국 및 신흥경제권과의 FTA를 가급적 조기에 마무리하고, 종국적으로 우리의 이웃이면서 제1, 2위 교역상대국인 중국 및 일본과의 FTA도 우리의 FTA 네트워크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FTA 네트워크의 양적 확장과 더불어 기업들이 이미 체결된 FTA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활동 및 원산지 관리시스템 보급 등 중소기업 지원을 더욱 강화하여 FTA 활용률을 높이고 있다.
또한, 개방에 취약한 농축수산업에 대한 피해대책을 마련하고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개도국 인력수입 문제에 대한 방안 등 개방에 수반되는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현실 앞에서 우리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대외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WTO DDA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FTA를 통한 개방과 혁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전략이다.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더욱 확고한 글로벌 FTA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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