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주가’ 하늘을 찌를 듯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싱크탱크'격인 한국미래연구원 역시 마치 정권인수위처럼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난해 12월 15개 분과 78명으로 시작된 연구원은 최근 18개 분과 200여명으로 세를 크게 늘렸다. 7월 1일부터는 공식 홈페이지를 개통하여 공식 행보에 나설 채비에도 분주하다.
무엇보다 최근 재보궐 선거서 야권의 압승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 가상대결에 세인들의 관심이 쏠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5월 9~11일 사이 '2012년 대선 가상대결' 여론조사는 박근혜의 저력이 폭발적임을 여실히 입증한다.
박근혜 전 대표 50.3%, 손학규 대표 33.1%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를 여유만만 따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표는 호남 외의 모든 지역에서 손 대표를 앞섰는데, 대구 경북(62.0%)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대전 충청(58.4%), 강원(55.3%), 부산 경남(53.5%), 서울(53.1%)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전 연령대에서 박 전 대표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지지율이 높은 추세로 나타났다.
이런 대내외적 흐름만을 본다면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빅드림’을 거머쥔 것이나 다름없다 할 것이다.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다 한들 누가 가히 책망하지 않을 듯 싶은 분위기다.
그러나 이런 우호적 통계학은 매우 기형적이며 게릴라성 한국 정치지형도를 심사숙고할 때, 선순환적 정비례 관계를 통렬하게 비웃고 있어, 박근혜측은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에도 예고 없이 질퍽거리게 할 장대비에 연신 노심초사할 일이다.
현재 우리 한국의 정치 풍향계는 일본의 대지진 쓰나미처럼 한방에도 그 역전이 충분히 가능함을 생생히 노정시킨다.
현 정부의 대형국책사업에서의 대혼선, 고물가, 북한문제의 경직성에 우리 국민들의 수평적 정권교체 열망이 가파르다는 것은 어쩌면 박 전 대표에게 두루 향하는 낙관론 팽배의 거품을 빼는 적신호 예고편에 다름 아닐 수 있다. 최근 재보선에서 야권의 압승은 그 우려에 한층 힘을 실어준다.
◆ ‘어엿한 女帝’ 엘리자베스 1세
박 전 대표는 ‘구원투수가 아닌 어엿한 여제(女帝)로서 글로벌 코리아의 비전과 위상을 한층 격상시킬 수 있을까?’ 하는 기대심과 의구심을 동시에 봇물 치게 한다. 여제로서 유럽의 한 시대를 풍미하여 전전긍긍하게 했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오버랩 시킬 필요가 있다.
엘리자베스 1세는 1558년 11월 17일부터 1603년 3월 24일까지 44년간 잉글랜드 왕국 및 아일랜드 왕국을 통치한 불세출 여왕이었다. 열강들의 위협, 급격한 인플레이션, 종교 전쟁 등으로 위태위태했던 16세기 초반 유럽의 후진국이었던 조국을 세계 최대의 제국으로 반전시키는 데 절대적 공로자이다.
그녀는 영국이 유럽대륙에서 절체절명의 나락에 빠져드는 것을 용인치 않고 극적으로 대영제국의 초석을 놓음으로써 위대한 전설이자 영웅이 되었다.
시대를 건너뛰어 박근혜와 합일점을 찾아야 하는 것은 초여름 아열대 스트레스 해소 그 이상일지 모르겠다. 엘리자베스 1세의 도전과 응전은 한편의 대서사이자 초대형 파노라마이다.
1558년 잉글랜드 왕위 대관식이 거행된 1월 15일의 날씨는 무척 썰렁했다. 스물다섯의 엘리자베스는 흰 담비 털가죽으로 안을 댄 실크 망토에 베네치아산 황금과 진주가 달린 진홍색 벨벳 모자로 잔뜩 치장한 모양새로 웨스터 민스터 홀에서 유유하게 걸어 나왔다.
날씬한 몸매에 위풍당당한 엘리자베스 1세는 헨리 8세와 두 번째 왕비인 앤 불린 사이에서 출생했다.
엘리자베스는 여섯 살 때부터 예비군주로서 자질을 연마하기 위해 당대 최고 지성으로 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았으며 그녀 스스로도 '그리스, 로마의 저명한 학자들을 능가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꿈꾸었다.
그녀는 라틴어, 프랑스어, 그리스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웨일스어에 언어나 글로서 능수능란했다.
"한 시대를 통치했던 여왕이 평생 처녀로 살다 생을 마감했다는 비석을 세울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녀는 처녀 여왕의 전설을 수립하고 그것을 마음껏 활용했으며 그 자체만으로도 숭배의 대상으로 격상되었다.
엘리자베스 1세는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 간의 극단을 피한 ‘중용(Via Media)’을 추구하여 종교 문제로 혼란스러웠던 사회를 바로잡았다.
추밀원을 중심으로 유능한 정치가들을 등용했으며 정치는 성실청을 통해, 종교는 특설고등법원을 통해 통괄하였다.
모직물 공업을 육성하고 장려한 덕분에 농촌을 중심으로 경제가 활성화 되었다. 엘리자베스 1세는 1601년에는 ‘구빈법’으로 부랑자 구제정책을 펼쳤다.
그녀는 윌리엄 세실(Sir William Cecil), 프랜시스 월싱엄(Sir Francis Walsingham), 니콜라스 베이컨(Sir Nicholas Bacon), 니콜라스 스록모턴(Sir Nicholas Throckmorton), 로버트 더들리(Sir Robert Dudley) 같은 노련한 책략가들을 포진시키는 기민함을 보였다.
엘리자베스 1세는 잉글랜드의 국력이 프랑스나 에스파냐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을 알고, 표면적으로는 세력 균형 정책을 펴면서도 뒤로는 프랜시스 드레이크 등 해적들을 지원해 에스파냐를 견제했다.
모직물 공업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네덜란드의 독립전쟁에서는 개신교 국가라는 명분을 들어 네덜란드를 전격 지원했다.
이러한 대내외적 융성에 잉글랜드 국민들에게는 정신적 결속과 일체감이 생겨났으며,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시대를 국민문학의 황금기로 변모시켰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문학과 프랜시스 베이컨의 경험론 철학이 이 시대의 독보적 산물이다.
또한 아메리카 대륙에 독신인 엘리자베스 1세의 이름을 딴 ‘버지니아’라는 이름의 식민지를 개척하였고, 아시아에는 일본의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주춧돌로 삼은 식민지 착취기관인 동인도회사를 창설해 잉글랜드 왕국이 대영제국으로 웅비하는데 초석을 놓았다.
너무 경이적인 것은 정치적으로 어찌 영민한지 '무슨 어떤 의제가 올라와도 이미 통달하고 있는 여신'으로 인각되었다.
무엇보다 엘리자베스 1세에 향하는 절대 무한 존경심은 민중의 소리를 듣는 애민정치였다. 특히 임종을 앞두고 여왕이 의회에서 행한 최후의 연설은 '황금의 연설'에 다름 아니다.
"단언하건대 나만큼 국민을 사랑하는 군주는 없을 것이다. 신께서 나를 왕좌에 앉히셨다는 점보다 이렇게 애정을 보내준 백성의 여왕이 되어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위험에서 구하도록 하셨다는 점이 훨씬 더 기쁘도다.…나보다 더 강하고 현명한 군주는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지 모르지만 나만큼 백성을 사랑하는 군주는 이제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1세 재위 44년간 잉글랜드는 극빈 국에서 유럽 최강국으로 부상했다. 영국인들은 엘리자베스1세 시절의 진한 향수에 젖게 되고 그녀의 무용담은 살아있는 신화가 되었다.
◆ ‘우군화 전략’ 당내부터 공략
잇따른 정책 실기에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에다 그 지지도가 추락의 끝을 보이고 있지 않아 연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레임덕 현상을 가파르게 심화시킬 당내 역학 구도의 변동에 절대 침묵하질 않을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현 정부 정책에 마치 도전장을 내민 것처럼 보이거나 야당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는 듯 한 발언에 청와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에 이대통령이 친박 쏠림 현상에 대해 견제구를 직접 뿌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5월 20일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 조찬 회동에서 "한나라당이 중심을 잡고 일관되게 정책과 노선을 추진해야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직격탄을 날린다.
"국민은 한나라당 성향 지지층도 있고 진보성향도 있는데, 조금 어렵다고 정체성을 버리고 오락가락해서는 국민신뢰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란다. 직유적 해석은 최근 감세정책의 정면도전은 결국 한나라당 성향 지지자들마저 등 돌리게 된다는 점을 극히 우려한 것이다.
덧붙여 이대통령의 "친이 친박 이런 거 다 없애버리고 국민들 앞에 신선하게 정책을 갖고….”의 화법은 친박 중심 구도로의 대전환 움직임에 겸연쩍게 선제 쐐기를 박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최근 이재오 특임장관은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 초청 특강에서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성공하는 대통령으로 만드는 게 내 존재 이유"라며 "정부와 대통령의 성공이 정치하는 이유"라고 단언한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이대통령 정치 운명의 그 동반자 길에서 한 치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결연한 태세이다.
재보선과 원내대표 경선이후 친이계가 쇄신파에게 몰리자, “당청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내 이재오 특임장관의 복귀론 시기를 앞당길 것을 친이계들이 제창하고 나선다. 물론 친박계는 '당의 분열을 초래할 뿐'이라며 극력 반대 태세이다.
맞불로서 친이계들은 환영은커녕 인적쇄신 대상으로 이 장관이 지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가 국민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한 모두의 책임이지, 특정인의 책임이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일전을 벼른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7.4 전당대회 규칙 및 당헌-당규 개정의 요체인 △당권-대권의 분리 △대표-최고위원의 분리선출 △1인2표제 유지여부 △대의원수 확대 △여론조사 반영비율 '30%' 유지 등에 조만간 결론 내릴 것이기에 양측은 일촉즉발 화력을 뿜을 것이다.
이제 박근혜 역량 극대화의 제1차적 도전은 당내 역학구도의 주축을 친이에서 친박으로 신속하게 이동시켜 놓는 것이다. 박근혜의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는 다름 아닌 당내 역학구도의 중심을 친박 우위로 바로세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절대 쉽질 않겠지만 전투적 승부사의 모습을 시운전한다는 의미를 가볍게 볼일이 아니다. 탈당 운운하는 것은 어떤 속내이든 아이가 마냥 보채는 철없는 이미지로 오인 받을 수 있음을 간과해서 안 될 일이다.
◆ 2012 총선에서 ‘역량 시험대’
지난 4월의 재보선에서 여권의 대참패 이후 친이계의 영향력이 급속 약화되면서 바야흐로 친박계에 훈풍이 불면서 박 전 대표의 입김이 한층 드세다.
단적 실례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5월 20일 이명박 대통령과 조찬회동에서 "당은 등록금, 일자리, 비정규직, 육아, 전ㆍ월세, 퇴직 후 사회보장 문제 등 생애주기형 정책접근을 하려고 한다"며 사실상 박 전 대표의 '생애주기형 복지'를 당론으로 추진할 뜻을 대통령에 공식 요청한 셈이 되었다.
한나라당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이 지난 19일 모일간지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당을 맡아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아울러 "박 전 대표에게 당을 온전하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제대로 힘을 실어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박근혜 전 대표의 전면 부상의 내심을 일단 내비치었다.
홍 의원 발언은 2012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먹구름이 진하게 일 것을 극히 우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현실화 여부를 떠나 박근혜 전 대표가 당 장악력을 조기에 극대화 하도록 하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로 복귀하는 것은 안개 속 안개이다.
7월의 전당대회에서 당헌 개정의 뜨거운 감자인 ‘당권과 대권 분리’ 완화는 박 전 대표가 5월 19일 황우여 원내대표와 비공개회동서 "정당 정치의 개혁에 있어 후퇴는 있을 수 없다"는 단문은 당헌개정의 ‘노터치’ 뜻을 에둘러 표명한 것이며, 7.4 전당대회에서 대표 경선에 출마할 생각이 희박하다는 의중을 간접화법 하에 적극 피력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대선 1년6개월 전부터는 대선주자가 당 대표를 포함한 선출직 당직을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이 평소에 국민에게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결정되는 것"이라며 "국민의 입장에서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선거 준비를 하는 것이 왕도이고 원칙"이라는 박 전대표의 언중유골 어투는 본인이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에 호응할 경우, 대표 경선에서 범친이계 후보들이 연대할 수 있는데다, 대표를 맡는다 하더라도 2012 총선에서 상처만 키울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대폭 작용한 탓이다.
대선까지 1년 8개월이나 긴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총대를 메면 성과에 무관하게 국민들에게 신선감이 결핍되거나 고갈되어 식상감을 주거나 야당의 십자공격에 중상을 입을 수 있다.
이에 박근혜 대세론은 사상누각이라며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함께 ‘새정치창업론’을 펴고 있는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은 지난 20일 박근혜 대표에게 "변화 거부는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선출당직-대선주자 분리를 규정한 현행 당헌을 유지하자는 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라며, "무엇을 위한 원칙이고 무엇을 위한 당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을 살리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 아닌가?"라고 맹비난했다.
이제 본격 한나라당의 반연합전선이 윤곽과 그 실체가 단계별로 노골화 될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은 반사이익이 아닌 지난 대선 때부터 차곡차곡 충실하게 쌓아온 지지율이란 점에서 ’견고한 편‘이라는 후한 점수 못지않게, 박 전 대표 지지율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냉혹한 평가와 함께 야권의 대선 단일후보 스타탄생에 따른 초대형 바람몰이를 하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논점 또한 그 근거를 또한 예의주시할 일이다.
박 전 대표에게는 무엇보다 계층과 지역을 초월하는 ’그랜드 이슈’ 리더십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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