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박윤규치과'의 박윤규 원장이 자신의 봉사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철도청 기관사 근무 중 충돌사고로 치과대학 입문 '제2의 인생'
해외 · 창원교도소 의료봉사 등 "시간 · 노력 · 경비 아깝지 않다"
"봉사는 가성비 대비, 나의 기쁨이 더 많아 효과가 훨씬 좋다"
"공수거(空手去) 옛말 반대로, 봉사는 선업(善業)으로 환전 가능"
 
[시사코리아저널=정종민 선임기자] "저에게 봉사는 제2의 직업입니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남로 81 산곡빌딩 2층에 있는 '박윤규치과'의 박윤규 원장은 자신의 봉사관에 대해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치과 의사이면서도 봉사에 많은 시간과 노력, 경비를 투자하고 있는 박윤규 원장(치의학 박사).

박 원장이 치과 의료봉사에서부터 각종 봉사를 시작한 배경은, 자신이 죽음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태어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철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로 철도청에 채용된 직후인 20세 때, 청년 박윤규는 열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다. 그로 인해 사투 끝에 의족을 써야 하는 인생에서의 신체적 불운을 겪고 만다.

박윤규 원장이 봉사와의 인연을 설명하고 있다.

청년 박윤규는 사고 발생 1주일 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학원 단과반 수강을 신청한 상태였다.
사고 후 치료를 마친 박윤규 씨는 의족 상태로 기관사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일근직으로 복직하게 된다.
그렇지만 복귀 근무를 하면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움트기 시작했다.

수학과 물리학을 좋아했던 박윤규 씨는 다시 대학진학 공부를 시작했다.
자신이 원했던 대학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였지만, 성적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자 고향의 지방대 치과대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때의 결정이 지금의 박윤규치과 원장을 만든 것이다.

박 원장은 "그 때의 결정이 결과적으로 잘 됐다고 본다(현재까지는···)"면서 "그로 인해 이렇게 여유롭게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 같다"고 회고했다.

박 원장은 치과 개업자리를 찾던 중 큰 누나의 추천으로 첫 개업을 경남 마산에서 하면서, 이제는 마산 토박이가 됐다.
박 원장은 마산에서 뿌리를 내린 것에 대해 "인연따라 가는 것 같다"고 웃으면서 만족해 했다.

박 원장은 치과 원장 이외에도 유니세프 경남후원회 회장, (사)구덕봉사회 대표이사, 아너소사이어티(경남 91호) 회원 등 봉사와 관련된 많은 직함을 가지고 있다.

박 원장은 20년 전에는 국내에서 1년에 4차례씩 치과 의료봉사를 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국내는 보건소를 통해 의료시스템이 좋아져 국외 봉사로 눈을 돌렸다.

지난 2018년 스리랑카 치과의료봉사 모습.

동남아 10개국 가운데 1년에 4차례 의료봉사를 나간다.
스리랑카 대사의 감사패를 발견한 기자의 질문에 박 원장은 "지금까지 스리랑카에만 7~8회 의료봉사를 갔다"면서 "스리랑카 맹인학교, 고아원 등과도 MOU를 맺고 치과 치료 스폰서는 물론, 생필품 후원 등을 하고 있어 감사패를 받은 것 같다"고 답했다.

박 원장은 "스리랑카 의료봉사 때는 단순한 진료 뿐만 아니라, 그쪽에서 필요한 물품을 미리 주문을 받아서 가지고 가며, 현지 조달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쌀 9톤 정도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 양은 고아원과 극빈자 1,000명~2,000명이 1주일 식량으로 먹을 수 있는 양이다.

2019년 스리랑카 의료봉사활 때 극빈자들에게 쌀 전달하는 모습. 박 원장은 이때 쌀 9톤을 기부했다.

해외 의료봉사를 떠날 때는 기본이 진료인원 12명~15명 정도가 움직인다.
4박5일~5박6일 정도의 일정에 따른 경비도 이동비용을 포함해 1억2,000만원에서 1억3,000만원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박 원장은 "대상지 선정에서부터 환자 준비 등 사전 조율도 철저히 한다"면서 "해외 진료 때 보통 500~600명 정도 진료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소요 경비를 생각해서라도 강행군을 하는 것이다.

박 원장은 "직원들이 처음에는 외국 간다고 좋아 했는데, 쉬는 시간이 없으니 이제는 힘들어 한다"며 해외 의료봉사의 애피소드를 들려주면서 "해 떠 있을 때는 진료하고, 밤에는 쉬어라. 여행 및 구경은 없다고 직원들을 몰아부쳐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2019년 인도네시아에서 치과 의료봉사에 몰두하는 박윤규 원장.

우리나라 교도소 가운데 스켈링, 임플란트 수술을 해주는 곳이 딱 한 곳 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창원교도소다.

이 교도소에서 치과 치료가 가능한 것은 박윤규 원장 덕분이다.
박 원장은 지난 2003년부터 창원교도소에서 부정기적으로 치과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2017년부터는 1주일에 두차례(화 · 금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정기적으로 치과 의료봉사를 한다.
박 원장과 직원 3명이 한 팀을 이뤄 하루에 16명을 진료한다.
의료봉사를 정기적으로 하기 위해 치과 의료장비를 아예 구입해 교도소에 기부했다.

박 원장은 이 밖에도 창원교도소에 매년 2,000~3,000만원 정도를 기부하고 있다.
기부 종류도 정기 기부금과 생수, 삼겹살, 책 등 다양하다.

박 원장은 매년 보훈처에 보훈대상자 가족 돕기 1,200만원, 39사단에 2,000만원 정도를 기부하고 있다.
때문에 박 원장이 매년 봉사 및 기부에 들어가는 돈은 2억원 정도인 셈이다.

박윤규 원장이 KBS 방송에 출연한 모습.

박 원장은 이같은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 △교정대상 △라이온스클럽 최우수봉사상 △아름다운 납세자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국무총리 △경남도지사 △스리랑카 대사 △39사단장 △육군 제6군단장 △마산중부경찰서장 △창원교도소장 △마산대학 △경남지체장애자협회 △회원1.2동장 등 갯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의 표창과 감사패를 받았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박윤규치과' 내부 모습.

"이제 사회적 기반도 잡혀져 있고, 앞으로는 봉사에 더 큰 비중을 가지려고 합니다. 제2의 직업(봉사)에 더 많은 투자를 하려고 합니다."
'봉사가 제2직업'이라고 밝히는 박 원장이, 아직도 봉사에 배가 고픈 것 같은 말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박 원장은 "봉사가 가성비 대비 효과가 훨씬 더 좋은 것 같다"면서 "이는 봉사를 하면서 얻는 나의 기쁨이 더 많기 때문이다"고 자신있으면서도 겸손하게 말했다.

박 원장은 "직업은 재물로 보상받지만, 봉사는 재물로 받는 것은 아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선업(善業)으로 받는다고 생각한다"면서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세상에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간다)라는 말과 반대로, 가지고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선업(善業)으로 환전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고 웃음으로 귀뜸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박 원장의 얼굴에는 인자스럽고 편안한, 그리고 잔잔한 미소가 익어 있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박윤규치과'에서 진료중인 박윤규 원장.

정종민 기자  korea21c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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