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이동우 기자] 월성원전 맥스터 찬반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반대 단체가 찬성측 단체에서 거리에 설치해 둔 현수막을 철거해 가는 일까지 발생했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25일 오후 경북 경주시 현곡면 금장사거리에 설치된 맥스터 찬성 현수막을 맥스터 반대 문구가 적힌 조끼를 착용한 3명이 무단으로 철거해 갔다.

A씨는 신호대기 중 자신의 차안에서 촬영한 사진을 제보하며 “맥스터 찬반이 점점 이상한 쪽으로 흘러간다. 만일 찬성측 단체가 반대측 현수막을 철거해 가는 현장을 목격했다면 이들이 가만히 있었겠냐”며 “현수막을 설치한 측에서 이 현장을 봤다면 아마도 큰 싸움이 났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경주시의 거리 곳곳에는 맥스터 증설을 찬성하는 현수막과 반대하는 현수막이 수없이 걸려있다.

A씨는 “맥스터 증설 찬성 반대는 자유지만, 자신들의 맘에 들지 않는다고 타 단체가 설치한 현수막을 철거해 가지고 가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차량들이 신호대기 중인 사거리에서, 그것도 반대단체 조끼를 착용하고 현수막을 철거했다는 것은 어찌보면 찬성측 사람들을 향한 시위일 수도 있다"고 자신의 느낌을 전했다.

맥스터 증설 찬성측 관계자는 "고작 현수막 몇장 철거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찬반 단체 사이에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사용후핵연료는 맥스터 증설이 안될 시 2022년 3월 포화상태가 돼 월성2,3,4호기는 올 스톱된다. 이 사안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의 주민설명회는 반대측의 회의장 장악 등으로 연 이어 파행을 맞이하며 무산되자 지난 12일 김남용 지역실행기구 위원장은 “더 이상의 설명회는 없다”며 공론화를 위한 시민참여단 선정을 강행, 7월말 증설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는 최근 컴퓨터 프로그램 무작위 추첨으로 시민참여단 165명을 뽑았다. 

당초 시민참여단을 150명으로 구성할 계획이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탈 등을 고려해 15명을 추가했다.

이번에 선정된 시민참여단은 감포읍, 양남면, 양북면 등 동경주지역 110명과 시내권 55명으로 구성됐다.

시민참여단은 27일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사전 워크숍과 종합토론회를 가진 후 다음달 18일까지 3주간의 숙의학습과정에 들어간다.

이어 결과설명회를 거쳐 지역실행기구에서 의견을 취합, 정리한 자료를 경주시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에 제출하면 이 자료를 바탕으로 권고안이 만들어져 정부에서 올리면 정부가 최종적으로 정책결정을 내리게 된다.

24일 경주시의회는 최덕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월성원전의 안정적 가동을 위한 맥스터 증설 촉구 결의문'을 의원 투표로 전격 채택하며 맥스터 증설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맥스터 증설 반대단체와 일부 시의원은 시민참여단 구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어 증설 여부 결정에 따른 갈등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5년 중저준위방폐장 유치 과정에서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를 2016년까지 경주에서 반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확보를 위한 정책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또 탈원전을 고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 여부를 주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구실로 화살을 경주시민에게 돌려 민민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26일 오전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정정화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그 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애초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판을 잘못 짰다”는 말로 책임을 정부에 돌리며 그동안의 고뇌를 밝혔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또 "맥스터 증설여부에 대한 의견수렴을 주관하는 지역실행기구도 위원 구성의 대표성과 공정성 문제로 파행을 거듭하기는 마찬가지"라고밝혔지만 찬성측은 정 위원장이 “반대측을 대변하고 나서고 있다”고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재검토위의 한 관계자는 “위원장으로 별 역할도 하지 않은 사람이 거창하게 사전에 기자회견문을 언론에 배포하고 기자회견까지 열어 사퇴를 하는걸 보니 정 위원장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한편, 산업부는 나머지 재검토위 위원 가운데 호선을 통해 새 위원장을 선출, 공론화 논의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동우 기자  pro12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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