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선덕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무실의 조회 모습. 교사들이 화상통화로 학생들과 조회를 하면서 건강 문제, 학습 상황 등을 점검하고 주요 전달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시사코리아저널 이동우 기자] 한국 교육이 다시는 경험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유사 이래의 중대한 시험을 하고 있다.

전국 초·중·고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개학.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역사를 기록하는 현장에서 크고 작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지만 일선 교육계는 몸으로 부딪치면서 하나하나 해결해 가고 있다.

2010년 후반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4차 산업혁명의 요점은 데이터 혁명이라고 정의를 하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사람들 간의 연결성이 확장되고, 산업 생산설비가 고도화되면서 삶의 모습이 바뀌었는데, 여기에서 생산된 데이터가 사람을 포함한 모든 사물 간에 자유롭게 이동하고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3차 산업혁명으로 생산된 수많은 데이터는 축적되었지만 이를 활용하여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주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으로 보는 미래학자들도 있다.

그렇다면 학교 교육은 어떤가? 코로나 19로 촉발된 미증유의 “온라인개학”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는 한 학교의 사례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현재의 문제를 짚어 본다.

◇ 코로나 19로 인한 사상 초유의 온라인개학

2020년 1월 세상에 알려진 코로나 19가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사망자가 증가하고, 전 세계는 감염의 공포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국내에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교육부는 4회에 걸쳐 개학을 연기하고, 결국 4월 9일 전국의 중3과 고3을 대상으로 순차적 온라인개학이라는 전대미문의 결정을 했다.

온라인개학에 대한 준비가 안 된 일선 학교는 출결 등 학사 관리에 대한 세부 운영계획을 수립했지만, 문제는 교사들이 온라인수업을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발생했고, 과연 온라인수업이 제대로 시행될 것이냐는 의심을 하게 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EBS는 같은 시각 대량 접속자에 대응하기 위한 관련 장비를 증설했지만, 개학 당일 일부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교사와 학생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 최현정 교사는 네이버 밴드를 통해 미적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선덕여고, 온라인공동교육과정 TF팀에서 자체 온라인교육 모델 제시

경주 선덕여자고등학교(교장 권영라)는 자산을 활용할 기회를 얻었다. 고교학점제 시행과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확충하기 위해 TF팀을 구성하고, 그간의 준비를 시행에 옮기려고 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TF팀에는 2000년부터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서비스의 기반 기술인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을 했던 교사도 합류하여 콘텐츠 운영에 따른 트래픽 분산을 초반부터 설계할 수 있었다.

TF팀 단장인 박영목 교감은 “2019년 2학기, 경북에서 시범 시행된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에는 9개 과목이 개설되었습니다. 시행 초기라 교사와 학생들이 참여가 적은 상황이었습니다. 공동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고, 특히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은 산간벽지에 있는 학생들에게도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에 저희 학교는 2020학년도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지정, 전 교사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라며 TF팀의 목적을 설명했다.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강환수 부장은 교직원 중에 실제 온라인교육과정을 운영할 교사들과 온라인수업 설계, 운영방식, 필요 장비 뿐만 아니라 방과 후 수업과 자율학습에 온라인교육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모델도 고려하기로 했다.

온라인수업을 진행할 류봉균 교사와 김현정 교사는 실무자 입장에서 적절한 투자로 지속 가능한 교육 방법을 찾기 위해 기존 교육 관리시스템(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을 조사하고, 수업 형태에 적절한 콘텐츠 제작 방법과 수업 구성에 대한 협의를 통해 선덕여자고등학교만의 온라인수업 기준 모델을 완성했다.

“실시간 양방향 수업”을 진행할 경우, 교사와 학생이 소통할 수 있도록 ZOOM이나 구글 행아웃과 같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방법과 “실시간 양방향과 VOD를 혼합한 수업”을 진행할 경우 수업 전반부에 사전 제작된 영상을 시청하고, 후반부에 교사와 학생들이 토론·토의를 하는 변형된 플립형 교육 방법을 제시했다. 또한, 온라인 교실은 구글 클래스룸으로 개설, 학생들은 교육 자료에 쉽게 접근하여 과제에 참여하고, 교사는 학생 평가의 편리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 1차 개학 연기, 선덕여고는 선제적 온라인수업 방안 수립

코로나 19 감염이 확대되고, 첫 사망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개학 연기를 발표하자,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직감한 권영라 교장은 TF팀에 실제 학교 수업을 인터넷으로 실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자고 제안했다. 강환수 부장을 중심으로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 이미 준비한 온라인교육 기준 모델에 담당 교사가 EBS 온라인클래스,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 방법을 확장하고, 전 교사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기로 했다. 특히 전교과를 블록 수업으로 구성하여 교사와 학생이 온라인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다.

TF팀은 3월 3일부터 구글 클래스룸에 테스트 교과를 개설하고, 3학년을 대상으로 동영상 시청, 형성평가, 일일 온라인학습, 출결 관리 등 다양한 테스트를 했다. 3월 30일부터는 국어 교과 시간표를 만들고, 학생들이 편성된 시간에 따라 온라인수업에 참여하도록 했다. 4월 3일에는 학교에서 동 시각에 모든 학생과 화상회의가 가능한지 테스트를 하여, 조·종례나 수업에 실시간 영상 수업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학생들도 실시간 영상 수업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교사들도 온라인수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3학년 담임과 교과 교사를 중심으로 온라인 교실 운영, 콘텐츠 제작, 출결 관리 등에 대한 연수를 시행하고, 총 4회의 교내 연수로 전 교사가 교육 자료를 제작, 온라인수업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 김성원 교사는 카카오TV 라이브톡을 통해 실시간 화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온라인개학 어려움 속, 경주 선덕여고는 순항

선덕여고는 교육부의 발표에 따라 4월 6일부터 7일 사이에 고3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실을 개설하고, 8일에는 실제 시간표에 맞추어 조례부터 종례, 학습 진도 확인까지 전 과정을 점검하여 예상하지 못한 사례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고, 학생들 역시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온라인수업에 참여했다.

개학 당일 3학년 담임들은 사전 제작된 권영라 교장의 개학 영상을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실시간 공유하여 학생들에게 시청하도록 했으며, 이후 시간표에 따라 전교생이 온라인수업에 참여했다. 당일 오전 EBS 온라인클래스에 접속 장애가 발생했으나 선덕여고는 구글 클래스,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등에 온라인 교실을 분산해 놓아 큰 문제 없이 일과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가장 많은 질문은 EBS 온라인클래스에서 동영상 실행이 안 되거나 버퍼링 등이 생겨서 시청하기 어렵다는 것이었고 해당 시간에 대기 중인 담임과 교과 교사가 함께 대응했다.

선덕여고가 다른 학교와 다르게 온라인개학을 순조롭게 할 수 있었던 점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온라인수업을 할 수 있는 사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선덕여고는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위한 TF팀을 가동 중이었고, 여기에서 방과 후 활동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온라인수업 기준 모델을 사전에 준비하고 있었다.

두 번째. 관리자와 교직원, 학생,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온라인수업 준비를 했다는 점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예견한 관리자와 이에 따른 교직원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사전 준비를 할 수 있었고, 온라인개학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조용한 개학을 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온라인개학 전부터 동영상 서비스의 문제 발생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 동영상 서비스를 국세청, **홈쇼핑, **고시학원 등에 제공했던 류봉균 교사는 이번 온라인개학의 성패는 원활한 동영상 서비스에 있다고 판단, 동영상을 제공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교사들은 EBS 온라인클래스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여, 학생들이 동영상을 시청하는데 문제가 생길 경우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 안정적인 온라인교육 서비스를 위해서는 콘텐츠를 동기화하여 분산할 수 있는 네트워크 설계가 가장 중요

선덕여고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안정적인 온라인교육 서비스를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가지가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EBS 온라인클래스 개설 과목의 영상에 대해서는 33.3%인 32명이 만족했으며, 이외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동영상 서비스가 원활하기 위해서는 영상 자체의 화질이 아니라 동영상을 제공하는 서버와 사용자 사이의 네트워크 대역폭이 보장되어야 한다.

첫째는 콘텐츠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술의 고도화 전략이다.

EBS 온라인클래스는 현재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콘텐츠 분산 네트워크 서비스(CDN, Contents Delivery Network)를 적용하고 있으며, M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받고 있다. CDN 서비스는 1990년 후반에 고안된 기술로 한 곳에 집중되는 사용자의 요구를 여러 곳으로 분산하여 모든 사용자가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 데이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분산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아카마이(AKAMAI)와 씨디네트웍, 효성ITX, GS네오텍,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등의 기업이 있다.

EBS는 새로 도입한 장비에 장애가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학생들은 온종일 간헐적인 접속 장애를 경험했다. 선덕여고의 자체 설문자료 <자료7>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96명 중 33.3%인 32명만이 영상에 대해 만족했으며, 64명이 불편함을 호소했다. <자료8>을 보면 확인을 할 수 있겠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한 32명 중 25명은 EBS 온라인클래스가 아닌 민간기업의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심스러운 결론이지만 EBS 온라인클래스는 적어도 동영상 서비스에서만큼은 제대로 된 CDN 서비스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만약 제대로 적용이 됐다면 영상 품질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야 했다. 이를 학생들 가정에 보급된 인터넷 회선 제공사업자(ISP)의 문제로 남겨두어도 안 된다. 그런 환경을 예상하고 원활한 콘텐츠 제공을 하겠다는 것이 CDN 서비스의 기본 개념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학교 교육 망을 다중화하여, 온라인교육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회선을 구성하는 것이다.

기존 공공 망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업무관리시스템, 메신저 등 기존 데이터로 포화상태라 여기에 교육 콘텐츠를 전송할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선덕여고의 TF팀에서도 현재 상황에서 실시간 영상교육을 한다면 같은 시각 최대 접속자는 40~50명 정도로 2개 반 정도를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각종 보안 문제로 학교에 일반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혹자는 5G 무선망을 제안할 수도 있지만, 아직 LTE망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인터넷 교육은 화면의 크기 때문에 교육 활동 참여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코로나 19로 인한 교육 현장의 대응 방법을 고려할 때, 적어도 교육 분야에 있어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미래를 준비하는 관리자의 의지와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학생들과 호흡을 맞추며 적절한 교육 방법을 만들어내는 일선 교사들에게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혼란스러운 온라인수업 현장에서 조용한 온라인수업을 하고 있는 선덕여고의 사례가 주는 의미가 더욱 크다.

이동우 기자  pro12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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