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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구 칼럼] 총선과 국회 시스템 개혁
  • 시사코리아저널
  • 승인 2020.03.2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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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겸 운영위원장

 코로나 19로 온 나라가 위축된 속에서도 4.15 국회의원 선거는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한 때는 정당별로 이합집산이 한창이더니, 이제는 비례정당들 까지 대부분 정리되고 있다.
올해도 예년과 같이 여전히 지역구 공천은 떠들썩했지만, 그래도 몇 개의 지역 외에는 각 정당별 후보가 확정되면서 대진표가 갖추어 지고 있다.

정당들의 배치와 지지율, 그리고 선발된 각 정당별 후보들을 보면서 과연 이번에 새로 출범할 21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 될까 상상해 본다.
매년 선거철이면 공식처럼 되풀이 되는 상황들이 다르지 않고, 이름을 바꾸었지만 정당들도 여전히 그대로이다 보니 이번 국회도 큰 기대를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런데 왜 화려한 경력과 학력을 가진 후보들이 국회에만 입성하면, 그렇게 질 낮은 정치를 하게 되는지 궁금해진다. 내가 나서서 나라를 제대로 한 번 경영해 보겠다는 큰 뜻을 품고 어렵게 당선된 후보들이 국회의원 배지만 달면 타락(?)을 하게 되는지 답답해진다.

국회의원이 일을 하지 않는 이유

당선된 국회의원들 대부분은 국회에 들어오면 자신의 의지나 국민의 기대와 달리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신뢰도 조사에서 항상 꼴찌를 하고 있고, 국민들에게 비난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검찰개혁이나 적폐 해소가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데, 정작 국회 개혁은 이슈가 된 적이 없고, 구체적인 개혁 논의는 아예 실종되어 있다.

물론 개인적인 노력으로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국회의원도 있고, 특정 정치 상황에서 국회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생산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고, 국회 회기 전 기간을 통해 통과는 고사하고 아예 다루어지지도 못하고 있는 의안 숫자가 압도적으로 더 많은 등 우리나라의 현재의 국회를 생산적이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국회가 바뀔까 궁금하던 차에 최근 <다른백년>의 이래경 대표님께서 국회 개혁 방안에 대한 소준섭 박사님의 글을 보내 주셨다.
소준섭 박사님은 정치학자로 20년 넘게 국회도서관에서 “중국 자료관”으로 재직하면서 국회를 가까이서 살펴보셨던 분이다.
소준섭 박사님의 결론은 국회의원 자체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입법과정에서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진 많은 권한과 특권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라도 당선되고 싶어 하지만, 정작 국회로 들어오면 국회의원은 갑(甲)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개인 한 명 한 명이 모두 헌법기관이고, 자신이 속한 상임위원회가 아니어도 모든 법안을 발의하거나 청원할 수 있다.
국정 감사와 대정부 질문을 통해 행정 부서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고, 예산 심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정책에도 개입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기능이고 가장 강력한 무기인 입법과정에 국회의원이 배제되어 있다고 하니 놀라운 지적이다. 유치원 3법이나 김용균법 등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해서 통과시키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로 부각된 극히 일부 법안에만 해당될 뿐이다.
현재 국회 입법은 법안 발의 그 단계에서 의원들의 개입은 사실상 종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회찬이 발의한 국가보안법폐지법안을 국회 공무원이 ‘검토’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2004년 10월 21일 故 노회찬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에 대하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2005년 5월 부정적인 의견으로 ‘검토보고’를 했다.
결국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은 임기만료 되어 폐기되었고, 아직도 그대로인 상태다.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듯하지만, 사실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
국회 전문위원은 법률가도 아니고 또 국민이 선출하여 입법 권한을 부여한 대표도 아니다.
단지 국회 사무처 조직에서 오랫동안 순환 근무를 하고 연공서열 순위에 의하여 승진한 국회 공무원일 뿐인데, 이들에게 직접 당사자와 피해자로서 그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법을 검토할 자격을 주는 것이 합당할까?

양승태 대법관의 ‘법원행정처’ 주장에 적극 동조한 국회전문위원 검토보고의 사례도 문제를 극명하게 볼 수 있다.
2014년 함진규 의원 대표발의로 대한변협, 지방변호사회 등 대법원 규칙으로 정한 외부기관, 단체의 의견을 들어 법관의 <평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법사위에 회부되어 이에 대한 검토보고가 이뤄졌다.
법관의 일방적인 독주와 독단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그래도 법관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경험해 본 변호사들이 법관에 대한 평가를 일부 하도록 하고, 그 의견을 법관 인사에 참조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그런데 당시 국회 전문위원이 작성한 이 검토보고는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단체 구성원의 법관평가에 대한 참여도가 낮을 경우 소수 변호사의 편향된 평가가 마치 전체의 의사인 것처럼 왜곡될 우려가 있음.”이라면서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이 법안은 폐기되었다.

‘테러방지법’은 박근혜 정부시기에 크게 논란이 됐던 법이다.
그런데 이 법안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는 “대테러 업무를 감독하기 위하여, 무고·날조의 죄를 「형법」보다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등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되었다”면서 “공공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이 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의견을 냈다.

악용될 수지가 다분했던 테러방지법은 당시 야당의 필사적인 반발에 부딪쳐 의원들의 필리버스터(Filibuster, 의사방해 연설)가 이어졌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재경부(지금의 기획재정부, 기재부)에 로비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회 전문위원들에게 로비를 한다. 기재부 관료에게 해봤자 다시 국회의 문턱에서 걸리기 때문에 전문위원에게 부탁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토보고서’가 바뀌는 바람에 국회의원이 발의한 많은 법안은 다음 단계로 가지 못하고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소준섭 박사는 이런 상황을 수업에서 배제된 학생들과 같다고 비유한다. 학생의 본업은 수업, 즉 학습이다.
그런데 만약 학생이 수업을 하지 않고 대리 수업을 한다든지 대리 시험을 본다면 그것은 학생이라고 보기 어렵다.
수업을 하지 않고 시간이 남아돌아 날이면 날마다 패싸움하고 게임이나 하는데, 패싸움금지법, 게임금지법 등을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학생을 선발해본들 학생이 수업을 하지 않는 그 본질을 고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고, 아무리 좋은 교사를 초빙한다고 해도 왜곡된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지적한다.

입법에서 소외된 국회의원

현재 국회 전문위원은 국회 사무총장이 사실상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본래 <국회 전문위원은 상임위원회에서 의원들이 선발>했었다.
하지만 1972년 12월 27일, 이른바 유신헌법으로 장기집권 체제의 근거를 만든 유신 정권은 곧이어 1973년 2월 7일, 국회법을 개정해서 “전문위원은 당해 <상임위원회의 제청>으로 의장이 임명한다.”는 국회법 제42조 제2항 규정을 “전문위원은 <사무총장의 제청>으로 의장이 임명한다.”는 규정으로 바꿔놓았다.

이로써 상임위원회 활동에 필요한 ‘전문적인’ 인물을 상임위원회에서 의원들이 논의하여 선임하던 제도를 바꾸어 여당이 가진 임명직인 국회 사무총장이 전문위원을 임명하도록 됐다.
이는 국회 전문위원에 대한 상임위원회 의원의 선출권을 없애고 독재 권력에 의한 입법권 장악을 제도화한 것이었으며, 동시에 전문위원으로는 거의 행정부 관료로 충원함으로써 국회에 대한 통제를 확실하게 강화하고자 한 것이었다.

국회 입법공무원의 권한을 강화시키고 그 위상을 높게 만든 핵심은 ‘검토보고’라는 제도 때문이다.
국회 공무원인 ‘전문위원’이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검토’하는 이 제도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원래의 국회법 규정에는 “위원회는 회부안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먼저 그 취지의 설명을 듣고”라고 하여 검토보고의 주체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그 조항이 지금 국회처럼 완전히 국회공무원의 권한으로 공식화된 것은 바로 1980년 전두환 국보위(국가보위입법회의) 때였다.
전두환 군사정권은 권력을 장악한 뒤 이른바 국보위의 ‘선거법등 정치관계법 특별위원회’를 조직하였고, 이 조직은 1981년 1월 22일에 회의를 개최하고는 국회법을 전면 개정했다.
여기에서 국회법 제56조(위원회의 심사) 조항은 “위원회는 회부안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먼저 그 취지의 설명과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라고 바뀌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 제도는 명문 규정으로 전환되었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이 제도를 추진한 목적은 ‘국회의 무력화’였다.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전문위원도 사실상 입법과 유사한 권한, 실질적인 예산 심의에 의견을 낼 수 있는 권한 등 국회의원과 유사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국정감사 때는 전문위원 검토보고를 통해 피감기관을 얼마든지 요리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 전문위원들은 무소불위 ‘권력의 핵심’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국회 주변에서는 “국회공무원인 수석 전문위원이 초선 의원 5,6명을 합한 것보다 힘이 세다”라는 말이 널리 퍼져있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고, 단순히 입법 고시를 통해 선발된 국회 전문위원이 국회의원의 입법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것은 정상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싫어할 경우 투표로써 심판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뒤에 가려져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권력인 ‘국회 전문위원’은 알려지지 않은 숨은 권력이기 때문에 국민의 심판은 받지 않고 권력만 행사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사가 기소권을 통해 정치에 개입하고, 임명된 권력인 판사가 자의와 조직의 이익에 따라 재판을 한다면 그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권한이 침해 받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임명직인 전문위원이 전문위원 검토보고를 통해 입법에 개입하는 것도 국민들의 주권이 침해 되는 것이다.

생산적인 국회를 위한 국회법 개정

대다수 법안들은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사이에 법안 검토부터 모두 철저히 입법관료들의 손으로 넘어가 처리되어 왔다.
흔히 법률안에 대한 ‘검토보고’라고 하면 당연히 국회의원이 그 책임 주체가 되어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회에 소속된 공무원들이 검토 보고의 ‘준비’와 그 ‘발언’까지 모두 담당한다.

심지어는 해당 상임위원장의 의사 진행을 제외한 입법관련 ‘발언’까지도 전문위원이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보좌를 해 준다.
결국 국회개혁의 핵심은 바로 국회의원들과 ‘분리’된 국회의 본업, 즉 입법 활동을 다시 ‘복원’하여 결합시키는 것에 있다. 즉, 입법의 전 과정을 국회의원이 그 ‘검토’부터 모두 ‘직접’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국회는 근본적으로 의원의 의욕과 능력이 발휘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똑똑하고 열의에 불타는 사람이라도 사실상 할 일이 없게 된다.
이것은 반대로 어느 누가 국회의원이 되어도 예외 없이 모두 아무 탈 없이 임기를 무사히 채울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런 비합리적 제도가 지금까지 시정되지 않고 있었던 것은 그것이 국민을 제외한 국회의원과 정당, 그리고 당시 권력을 잡고 있는 세력 등 모두에게 편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법률안을 논의할 경우 국회 공무원인 전문위원이 법률안을 읽고 요지와 주요 쟁점 등을 설명하는데, 그런 ‘귀찮은’ 일을 의원들이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비합리적인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집권당이 되면 이 제도가 편하기 때문에 고쳐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당의 입장에서는 국회를 통제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었고, 야당이 집권당이 되면 마찬가지로 이 제도를 이용해 왔다.
국회의원들의 심리에 형성되어 굳어진 이런 자세 자체가 이미 왜곡된 우리 국회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국민이 명령한 입법이라는 ‘직무’에 대한 명백한 ‘유기’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국회의 본분, 즉 입법을 국회의원들 스스로 하지 않고 ‘방기’하고 있거나 ‘피동적으로 배제’된 상황에서는 아무리 유능하고 의욕에 넘치는 국회의원을 선출해본들 모든 국민들이 바라는 ‘좋은 국회’, ‘신뢰받는 국회’로 발전할 수 없고, ‘입법’을 방기하는 객관적 조건을 바꿔내지 않는 한, 그 어떠한 좋은 선거법에 의해 좋은 인물을 선출해도 ‘좋은 국회’, ‘좋은 국회의원’이 나올 수 없다.

좋은 국회의원을 제대로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 의원들이 제대로 일하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국회의 입법권은 지금 심각한 왜곡 상태에 놓여 있다. 국회가 지금 안고 있는 문제는 수 없이 많지만, 의원 입법권에 대한 침해라는 이 문제야말로 국회의 본원적 문제라 할 수 있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잘하든 잘못하든 국회의원에게 다시 입법권을 돌려주고, 이들의 활동성과를 근거로 선거로 평가를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을 다시 정상화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문제는 국회 스스로 이 문제를 개선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국회의원들은 의원들이 이 문제의 개혁에 그다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회는 지금뿐이다. 선거 기간이 끝나면 이 문제는 또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국회 개혁의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하자. 국회법 개정을 통해 전문위원 임명권을 상임위원회에 돌려주는 것과 더불어, 법률 검토보고를 국회의원이 직접 하도록 하는 것으로 우리가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힘을 가지게 된다.
이 작은 조항 하나를 바꾸는 것으로 21대 국회는 생산적인 국회, 좋은 국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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