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새벽 인천 남동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장수 나들목에서 1k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주행 중이던 520d에서 불이 나 20분 만에 진화됐다. 사진은 불에 탄 BMW 520d 차량.

국토부 늑장 대응ㆍBMW 리콜 소비자 보상 방안도 '도마위'
 

[시사코리아저널=정종민 기자] 달리는 BMW 520d 차량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은 심심하면 전해지는 소식이다.
이쯤되면 "주행하는 BMW 520d 차량 뒤에는 소방차량이 따라다녀야 하지 않겠느냐"는 비아냥 섞인 우려가 나오고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 23일 새벽 인천 남동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장수 나들목에서 1k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주행 중이던 520d에서 불이 나 20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대원이 불을 끄는 사이, 폭발까지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붙기 전 이상 징후도 이전 사고들과 같았다.
사고 차량 운전자 문 모 씨는 "가속페달을 밟았는데 말을 듣지 않았고, 보닛에서 연기가 나더니 불이 확 붙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지난 15일 경북 영주에서 비슷한 사고가 난 지 불과 8일 만이다.

24일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BMW 520d 차종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17건에 달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에서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이 25대 수준이란 것을 감안하면, 68%를 차지하는 사고가 520d 한 가지 모델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화재 원인은 해당 차종 내 장착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Exhaust Gas Recirculation)에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부품 내구성이 떨어져 냉각수 누수 현상이 빚어지면서, 해당 장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400도 이상에 달하는 고온의 배기가스가 식혀지지 않으면서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EGR은 디젤 엔진의 문제로 지적되는 질소산화물(NoX)을 저감시키기 위한 장치로 배기가스를 엔진 연소실로 다시 보내 재연소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제때 냉각이 이뤄져야 하지만 해당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과열 현상이 발생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EGR 이상을 유력한 화재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면서도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단정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어 리콜 관련 "BMW 측과 협의 중"이라며 "(리콜 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등 외부에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BMW 520d 차량 운전자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차량 소유자들은 조속한 리콜 실시 일자와 소비자 보상안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리콜 실시 일자와 소비자 보상안 수립 여부에 의문이 따른다.
아울러 리콜 대상이 10만 대를 넘을 정도로 많은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문제가 발생한 6세대 520d(코드명 F10), 320d 일부 차종은 국내에 약 10만 대 가량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BMW 측에서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부품 확보에 차질이 빚어져 당장 이뤄질 순 없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BMW 자동차 가격이 기본적으로 6,0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차량이어서, 이에 상응하는 보상책이 마련될 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한 언론 매체는 BMW코리아는 "이번 달 중으로 자발적 리콜 계획을 수립·확정할 것"이라며 "현재 부품수급 사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 리콜대상 차량 대수가 많더라도 신속하게 실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보도에서 보상안이 마련됐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보상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도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도 있지만, EGR 관련 리콜이 이뤄지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BMW 520d  /사진=BMW 그룹 코리아

BMW 520d 모델은 지난해 국내에서 9,688대가 판매되면서 2017년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동시에 국토부에서 선정하는 ‘가장 안전한 차’에 등극하기도 했다.
당시 국토부는 충돌·보행자·사고예방 안전성 분야에서 국산차 7종과 수입차 4종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BMW 520d 모델이 종합점수 99.1점을 획득해 1위에 올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BMW 520d 모델에 대한 이미지 실추가는 물론, 국토부의 선정 결과에 대해서도 의심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지난해부터 BMW 520d 특정 차종에서 잇따라 불이 나고 있는데도 국토교통부가 최근에 교통안전공단에 해당 사고 조사를 지시하는 등 뒤늦게 조사에 착수한 것과 이제서야 BMW측이 자발적 리콜을 결정해 뒤늦은 조치라는 비판도 싸잡아 일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 여러 카페에서도 이미 BMW 화재에 대한 불만 글이 다수 게재된 상태다.
네티즌들은 "520d 차주들, 불안해서 어떻게 운전해요", "그냥 국산차 탈 껄, 후회된다"는 등 다양한 반응을 표시하고 있다.

창원에 사는 BMW 520d 모델 한 차주는 "본인이 불안해 하는 것은 물론, 주변에서 전화가 걸려와 차량 운행하지 말라고 충고한다"면서 "예전에는 BMW 520d 운전하면서 우쭐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이래저래 천덕꾸러기가 됐다"고 푸념을 털어놨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가 외국 유명차에 대해서는 유난히 관대한 이유를 모르겠다. 만약 미국에서 이런 반복적인 화재가 발생했다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면서 "자동차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국내.외 생산차량을 불문하고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 BMW는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화재 위험성을 이유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1시리즈, 3시리즈, 5시리즈, Z4 차량 140만대를 대상으로 리콜 조치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 판매는 갈수록 높아져 수입차 업체의 수익은 불어나지만 기부금 등 사회공헌에는 인색한 상황”이라며 “BMW의 경우 같은 차종에서 화재가 발생하는데도 판매만 열을 올리고 안전은 ‘나 몰라라’ 하다가 정부가 나서자 마지못해 리콜을 검토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KBS는 BMW 측이 불이 난 차량 운전자에겐 직접 보상은 못해주겠다거나, 신형 520d를 살 경우 차 값을 깎아 주겠다고 제안해 또 팔았다는 보도까지 했다.
이 방송은 차값 할인도 없이 일부 세금 지원만 제안받은 사고 운전자도 있었다고 보도해 BMW측에 비난이 더욱 거세지기도 했다.

정종민 기자  korea21c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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