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방보훈청 취업지원팀장 이성철

[시사코리아저널/김희영 기자] 구맹주산 狗猛酒酸 [개구/ 사나울 맹/ 술 주/ 쉴 산]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짐으로 주막의 술이 잘 팔리지 않는다” 라는 뜻이다.
송(宋)나라 사람 중에 술을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술을 만드는 재주가 뛰어나고 손님들에게도 공손히 대접했으며 항상 양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팔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집보다 술이 잘 팔리지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는 마을 어른에게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그 어른이 물었다. "자네 집 개가 사나운가?" "그렇습니다만, 개가 사납다고 술이 안 팔린다니 무슨 이유에서입니까?"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지. 어떤 사람이 어린 자식을 시켜 호리병에 술을 받아 오라고 했는데 술집 개가 덤벼들어 그 아이를 물었소. 그래서 술이 안 팔리고 맛은 점점 시큼해지는 거요." 해당 고사(古事)에서는 "주막집 주인이 개를 길렀는데 주인한테는 꼬리를 흔들고 그렇게 잘했다고 한다. 그런데 손님들만 오면 사납게 짖어가지고 결국 그 주막집에는 손님들이 오지 못해서 술이 쉬어 망해 버렸다."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본래 중국 진나라 법가사상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한비자(韓非子)에서 한 나라에 간신배가 있으면 어진 신하가 모이지 않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와는 별개로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도 위의 손님에게 사납게 하여 두려움을 떨게 하는 집 주인의 개(狗)처럼 훌륭한 인물과 제도가 있음에도 현실에서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 주변환경, 이를 테면 필요이상의 규제나 사회적 제한제도는 우리 사회의 손님격인 모든 국민들을 내쫓거나 두려움을 떨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규제는 선량한 집 주인과는 상관없이 사나운 개(狗)처럼 국민들을 떨게 할 수도 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사회와 행정환경에서는 탁월한 능력과 지고지순한 가치를 좇아 열정을 지닌 사람들이 참 많다. 그들이 국민이든 공무를 집행하는 행정가이든 말이다. 그러나 이를 원활하게 뒷받침해 주는 주변 환경들이 뒷받침 필요 이상의 강요를 요구하거나 제한사항을 무한정 남용한다면 어찌될 것인가? 서슬 퍼런 규제의 칼날 때문에 봄날의 보리밭처럼 쉬이 밟혀 죽고야 말 것이다. 그 구성원들의 훌륭한 재량과 뛰어난 미래상과는 아무 상관없이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는 사회․경제 및 문화 환경 등으로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다양한 규제의 홍수 속에 살아 갈 수 밖에 없다. 인간생활의 최소한의 도덕을 유지하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지쳐내기 위해서는 엄격한 사회법규와 철저한 규제문화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부의 가치가 합목적적이라 하더라도 외부적으로 비쳐지는 규제의 효과는 시나브로 엄청난 부정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국가보훈처는 국가보훈대상자의 숭고한 정신을 선양하고 영예로운 삶과 복지향상을 도모하며 국민의 나라사라정신 함양에 이바지함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정부 부처이다. 올해에도 우리 처는 국가보훈대상자를 위한 맞춤형 규제개혁 추진을 위하여 그 분들의 편익 증진과 불편해소를 위한 2가지 중점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 중에 있다.
그중, 첫 번째가 “비군인 신분 참전유공자가 등록 신청 시 국방부, 경찰청에서 발급서류를 제출하는 절차”를 폐지했다.
비(非)군인 신분으로 전쟁에 참전하신 분(징용노무자, 종군기자, 학도의용군 등)들을 대상으로 예우와 지원을 드리기 위한 절차로서 개인 스스로가 참전 사실과 관련된 증빙자료를 갖추고, 참전 사실을 증명해줄 수 있는 인우보증인 등을 선정해야 하는 등 시행에 있어서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런 잠재적 국가유공자분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민원인이 등록신청을 할 경우 참전 사실은 국가보훈처와 국방부, 경찰청이 협업을 통해 확인하도록 규제를 완화하였다. 이번 규제개선으로 민원 접수창구의 접근성을 확대함과 동시에 대부분 고령 민원인들이 서류제출에 대한 부담감도 해소하는 결과를 불러오는 효과가 있었다.
두 번째는 “국가유공상이자 장애인등록 신청절차”를 간소화하였다.
2015년 5월, 국가유공자의 장애인 등록이 허용되었는데요. 현재 상이를 입은 국가유공자가 장애인등록을 신청할 때 국가유공자 확인원을 보훈관서에서 발급받아 지자체로 제출해야 하지만 그 분들이 보훈관서를 방문하는 건 큰 어려움이 아닐 수 없는데, 이를 위해 전산 시스템을 개선하여 민원인은 별도의 확인원 발급 신청을 거치지 않고 지자체에 장애인등록 신청만 하면 지자체에서 국가유공자 확인을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특히 이번 규제 완화는 보건복지부와 국가보훈처의 기관 간 협업을 통한 규제개혁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국가보훈처는 「대부지원 시 생활수준 조사절차 폐지」,「중상이자 고용인원 산정 특례제도 도입」,「보훈특별고용명령 자녀 지원연령 현실화」등의 규제 개혁들을 추진하여 국가를 위해 희생․공헌하신 분들의 불편한 부분들을 없애 나갈 계획으로 규제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평소 우리는 교통예절로서 “우측보행, 먼저 내리고 뒤에 타기” 등 생활속 자발적인 규제를 접하고 있다. 일정한 방도와 원칙을 정하거나, 불편한 것, 부족한 것 따위를 고쳐 더 좋게 만든다는 규제(規制)란 원래 명사적 의미를 좇아서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대내외 위험요인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규제 때문에"라는 이야기 나오지 않도록 사회전반 규제를 자발적으로 받아 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규제는 자발적일수록 아름답지만 분명 개선의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이 시대는 다양한 규제의 풍요 속에서 위정자는 물론, 국가보훈처처럼 대한민국 정부가 앞장서서 민간 네트워크를 통한 현장애로 청취와 피드백을 이어가고, 여러 부처 관련 사업수행을 위한 협업 T/F 운영 등으로 대국민 중심의 규제개선 노력을 더욱 강화하여 ‘구맹주산’하는 일이 없도록 실천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김희영 기자  yebbi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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