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호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규호(전 부산지방병무청 정신과 징병전담의사).

[시사코리아저널 특별기고/ 김규호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규호] 예전에 비해 정신건강의학과(이하 정신과)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심리적인 높이는 여전하다. ‘정신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고,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라는 외침은 공허하기만 하다. 정신과 치료를 주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사회에서 낙인이 찍혀 소외되지 않을까’, ‘입학이나 취직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보험가입이 거절되지 않을까’ 같은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일반적인 걱정들에서 알 수 있듯이, 심리적 어려움을 ‘의지박약’이나 ‘정신이상’으로 치부해버리는 오해와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 불명예스럽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실제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당면한 이들조차 치료를 멀리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특히, 입학과 취업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더욱 두드러진다. 정신과 치료 이력 때문에 준비하고 있는 일에 지장이 있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이들에게 정신과 치료는 호사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신의학적 치료와 개입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망설이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거나 만성화되는 일이 적지 않다.

주요 정신질환의 발병연령이 후기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연령대에서 보이는 치료 기피현상은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 연령대에 속한 이들이 병역의무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군대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 정도는 개인마다 다르다. 만약 기존에 심리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치료 기피현상으로 심리적 문제를 그대로 안은 채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은 상당히 걱정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이들을 입대 전에 미리 선별해내고 필요하다면 치료로 연계시키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현재 병무청에서는 모든 수검자를 대상으로 인성검사와 인지능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심리적 문제가 의심되는 이들을 일차적으로 확인한 뒤 전문임상심리사가 그들을 대상으로 다시 심층 검사를 진행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신의학적 면담에서 얻은 정보와 심리검사 결과를 토대로 치료적 개입을 요하는 수검자에게는 치료를 권고하고, 필요하다면 부가적인 검사를 위해 의료기관에 의뢰하기도 한다.

작년의 경우 약 1만 여명에 이르는 수검자들이 이 과정을 통해 심리적 어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과정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이제껏 상당수의 수검자들이 이를 통해 치료와 회복의 기회를 얻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한 입대를 앞둔 이들에게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는 점도 긍정적이라 할 수 있겠다.

정신과 치료를 망설이는 이들 대부분은 자신이나 가족이 정신과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데, 이는 대부분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과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여전히 높게만 느껴지는 정신과 문턱을 낮추는데, 그리고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는데 병무청에서 실시하는 검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규호 원장  webmaster@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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