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연학 기자] 내달 9일 열리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의 친박-비박 간 갈등이 아주 격렬해지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그야말로 참패를 당한 후 “계파를 청산하고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선언한지 불과 3개월 만에 당시를 재연하는 듯하다. 친박에선 ‘큰 형님’ 서청원 의원 말고는 대안이 없다. 서 의원이 2년 전 당 대표 선거를 도왔던 주요 인사들과 접촉 중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있어서 사실상 출마 준비에 착수한 걸로 예상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서 의원이 당대표에 나오면 청와대의 전당대회 개입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때문에 서 의원이 당대표에서 패배하면 그 순간 박근혜 대통령도 레임덕에 급속히 빠져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고 친박계에서 서 의원으로 단일 당 대표 후보로 내세우기도 힘들다. 이렇게 되면 비박계에서도 단일 후보로 내세울 것이고, 그러면 중간지대는 없고 당대표가 되기 위한 양진영간의 사생결단식의 싸움질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친박-비박 간 새누리당의 권력다툼, 그 진흙탕 속을 시사코리아저널이 심층취재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침체된 민생 경제를 되살리고, 국민 안전과 기본권, 행복을 보장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집권 여당 새누리당의 무거운 책무, 새누리당이 가장 우선 추구해야 할 진정한 혁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은 계파라는 용어를 쓰지 않을 것”이라며 ▲계파 청산을 통한 대통합의 정치 실천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20대 국회 구현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다짐하는 ‘계파청산 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친박과 비박을 대표하는 ‘큰 형님’ 두 분은 아예 국민들 앞에 엎드려 사죄했다. 서청원 의원은 “국민께 사죄드린다. 잘못했다”고 말했고, 김무성 의원은 “선거 참패에 대해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용서를 빌었다.

◇ 3개월도 안 돼 ‘계파 본색’

그리고 불과 3개월도 안 돼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고 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 불길한 기운, 바로 ‘계파 본색’이다. 차기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친박-비박’의 계파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면서, 또다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절절한 ‘계파 청산’ 반성문을 썼던 서청원·김무성 의원이 다시 계파 싸움의 선봉에 나서는 분위기다.

친박계에서는 서 의원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면서 친박 단일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서 의원은 이달 말 예정된 외통위 소속 의원들의 해외 시찰에 동행하지 않기로 해 출마로 마음을 굳혔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 의원은 이달말 김무성 의원 등과 유럽 출장을 떠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같은 외통위 소속 서 의원이 출장을 고사하면서 해외출장 명단에서 빠졌다.

서 의원 측은 “해외시찰 인원에 제한이 있어 후배 의원에게 양보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외통위 관계자는 “일정상의 문제만 없다면 별다른 인원 제한은 없다”고 밝혔다. 당 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서 의원이 선거활동을 위해 해외 출장에서 빠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서 의원의 8·9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이르면 내주께 입장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분위기는 당대표 출마에 무게가 실린다.

서 의원측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서 의원이 현재 당대표에 출마를 하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결단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어 “당의 화합을 도모하고 정국의 안정과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만들 수 있는가 등을 두고 서 의원이 깊이 고민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5일 정갑윤, 조원진, 김태흠, 이장우 등 친박계 재선 이상 의원 15명의 출마 요청 당시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진전된 모습이다.

이에 당내 최다 계파인 친박계의 “큰 형님이 나서달라”는 요청에 서 의원이 결국 출마를 결심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박 대통령도 출마 권유?

청와대의 의중 역시 긍정적이다.

지난 8일 청와대 오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다선(8선) 의원으로 후배들을 많이 지도하느라 애 쓰신다. 당의 중심이 돼주셔서 감사하다”며 덕담을 건넨 것을 두고 ‘출마 권유’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기류에 비춰볼 때, 서 의원이 결국 더 늦기 전에 출마를 결심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선당후사’를 명분으로 나서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서 의원의 출마에는 친박계의 지원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내 최대 계파의 지원으로 인해 든든한 표 결집이 예상되지만, 한편으론 4·13 총선 공천 파동에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정병국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번 총선 과정에서 누가 계파적 이익을 위해 어떤 짓을 했는지 다 안다”며 “우리 당원이나 국민들이 그렇게 어리숙하거나 우매하지 않다. 만약 (친박계 대표 후보가) 나오더라도 국민과 당원들이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 본인도 직전 지도부의 최고위원으로서 총선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도 부담이다.

일각에선 최다선에 고령이라는 점에서 ‘개혁’, ‘혁신’이 강조되는 이번 전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같은 이유로 내년 대선을 앞둔 킹메이커 역할엔 서 의원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왕성했던 지난 전대에서도 엄청난 차이로 김무성 전 대표에게 졌다. 서 의원이 이번 전대에서 또 한 번 잘못되면, 임기 말로 접어든 박 대통령의 레임덕도 가속화될 것은 뻔한일이다. 이래저래 고심이 큰 이유다.

◇ 金, 사실상 대선 출마선언

4·13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정치적 행보를 삼갔던 김무성 의원도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섰다. 김 의원은 지난 14일 서울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연 2014년 7·14전당대회 승리 2주년 기념 만찬에 1500여명의 지지자를 불러 모았다. 김 전 대표는 2년 전 지지해준 당원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밥 한 끼 먹는 자리라고 했지만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와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출정식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이날 7.14전대 기념모임에 참가했던 인사들을 보면 가장 멀리 제주도에서 온 인사들을 필두로 전국 각 지역별들이 빠짐없이 참가했다. 즉, 어느 특정 지역 인사들로 기울어진 국지적 행사가 아닌 전국적으로 고루 안배된 행사였다 또한 일반 지지자들까지 합치면 주최 측 추산 1500여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매우 어렵다. 혁명적인 사고로 대한민국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우직하게 어깨동무하고 함께 나가자. 여러분, 제가 선봉에 서겠다. 다시 한 번 저 김무성을 믿고 힘을 모아 주시겠느냐”고 말했다. 사실상 대선 출마선언이다.

그러면서도 이날 모임에 대한 성격에 대해서는 “내가 대권에 나서겠다는 말을 한 일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 했고 “앞으로 한 달 간 더 자숙하겠다”고 말해 부연 설명을 일축했다.

김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 상황은 매우 어렵고 혁명적인 사고로 대한민국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며 “운명공동체가 돼 어깨동무하고 함께 나가자 제가 선봉에 서겠다. 다시 한 번 저 김무성을 믿고 힘을 모아주시겠습니까”라고 외쳐 지지자로부터 연호를 받았다.

더불어 “국민 입장에서 볼 때 골육상쟁의 극한 대립정치를 끝내야 할 때가 됐다”면서 “한 사람만의 인치로는 너무나 큰 대한민국을 운영할 수 없다. 여야 간 연정을 할 수 있는 권력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해, 새로운 정치를 강조했다.

이날 모임에 당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정병국(5선) 의원과 한선교(4선) 의원이 나란히 참석했고, 유일하게 전북에서 당선돼 지난 20대 총선서 호남 여당 2석 가운데 하나를 차지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무성 전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현역 강석호 의원과 김학용 의원, 박성중(초선) 의원 등이 동참했고, 권오을, 서용교 전 의원 등도 모습을 나타냈다.

◇ 친박 vs 비박, 그들만의 리그

계파청산을 부르짖은 지 불과 3개월 만에 계파본색을 드러내고 진흙탕싸움이 한창이지만 정작 좀처럼 분위기가 뜨지 않는다. 그야말로 친박 vs 비박, 그들만의 리그다. 당 대표를 따로 선출하면서 당 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경선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번에 전대 룰을 변경했다. 당 대표 1인을 따로 선출하고, 최고위원을 청년위원 포함 5인을 뽑는다.

그 결과 당 대표 후보군은 공식 선언한 인사들만 5명이고, 아직 나서지 않은 인사도 최소 3인 이상 언급된다. 반면 최고위원은 지금까지 출마를 선언한 인물이 강석호 의원과 이장우 의원 둘 뿐이다.

지난 2014년 전대에서 9명의 후보군이 모두 각자의 캠프를 꾸리고 열렬한 홍보전에 나서면서 분위기를 띄웠던 때와는 다르다. 당시에도 당 대표 후보군은 사실상 김무성 전 대표와 서청원 의원의 2파전으로 압축됐었지만, 최고위원에 들기 위한 치열한 레이스가 결국 흥행을 불렀다.

게다가 바뀐 전대 룰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당 대표의 권한이 커짐에 따라 집단지도체제가 약화된다는 지적이 있다. 최고위원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작아진다는 이야기다. 당 대표에 도전하는 후보들은 많고 열기는 뜨겁지만, ‘제대로 된 판’은 좀처럼 깔리지 않고 있다. 최고위원은 이대로라면 무투표 당선에 임명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최고위원 자리가)딱히 매력이 떨어졌다”며 “‘당 대표가 안 돼도 최고위원’일 때처럼 밑져야 본전 식으로 나갈 수 없으니 더욱 조심스러워지기만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연학 기자  dusgkr0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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