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정민영 기자] 하루 새 대한민국 정치지형이 확 바뀌었다. 여소야대(與小野大)에 원내 제1당이 바뀌고, 호남의 맹주가 새 인물로 자리를 꿰찼다.

14일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253개 지역구 가운데 110곳에서 승리하면서 새누리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이 됐다.

새누리당은 105곳의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배출하는데 그쳤다. 국민의당은 25곳, 정의당은 2곳에서 승리했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가를 정당별 득표에서는 새누리당 17석, 더민주 13석, 국민의당 13석, 정의당은 4석을 얻는 것으로 집계됐다.

20대 국회 최종 의석수는 더민주 123석, 새누리당은 122석, 국민의당은 38석, 정의당 6석으로 확정됐다. 무소속은 11석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지난해 6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5 서울 세계 간호사대회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은 참패했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여겨지던 ‘강남벨트’에, 접경지 ‘안보벨트’ 지역까지 뚫린데다, 서울 강남을과 송파 을·병에서도 모두 더민주 후보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경기 성남 분당 갑·을, 14대 총선 이후 야권에 내준 적이 없던 서울 양천갑에서도 모두 패했다. 안보벨트 지역 중 하나인 경기 파주을도 더민주에 뚫렸다.

부산에서도 18개 지역구 중 5곳은 더민주, 1곳은 무소속이 가져갔다.

여당을 앞세워 일방독주 식 국정 운영을 해온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경고의 메시지다. 수도권과 2040세대, 중도층을 중심으로 경제와 민생을 살피지 못한 채 권력투쟁에 몰두한 정부여당을 심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안형환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 대변인은 “국민들은 엄청난 실망과 질책을 하고 있는데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며 “총선 결과와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참패를 인정했다.

국민의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20석)을 훌쩍 넘겨 제3당으로서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의 지지기반인 호남을 싹쓸이했다.

국민의당은 전체 28석 가운데 23곳에서 당선되며, 당초 예상했던 20석 보다 많은 의석수를 확보했다. 총선을 통해 원내에 제3의 교섭단체가 구성되는 건 1996년 15대 총선 때 자유민주연합이후 20년 만이다.

특히 광주의 경우 8석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하며,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새로운 호남의 맹주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애초 야권표가 갈라져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고 예상외의 큰 승리를 거뒀다. 수도권에서의 선전 덕분이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당을 맡을 당시 의석수인 107석을 지키지 못하면 비례대표 의원직까지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리자 107석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역구 110석과 비례대표 13석으로 123석을 확보해 새누리당을 1석 차로 제치고 원내 제1당에 등극한 것이다.

수도권에서의 선전이 빛났다.

서울지역은 49개 지역구 중 35곳을 얻어 지난 19대 총선 15곳보다 20곳이나 늘었다. 강남을에서는 전현희 후보가 승리를 거두는 등 막혔던 강남 벨트도 뚫었다.

경기지역에서는 60개 선거구 가운데 40곳에서 이겨 19대에 이어 또다시 여소야대를 이뤄냈다.

또 부산진갑에서는 김영춘 후보가 당선되는 등 여당의 낙동강 벨트도 무너뜨렸다.

하지만, 정작 텃밭이었던 전남·광주지역은 국민의당에 대부분 내주면서 만만찮은 내상을 입게 됐다.

과거 몇 십 년 동안 더민주의 독주가 장기화되면서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광주에서 전패했다.

새누리당-더민주, 양당체제에서 별다른 대안이 없어 ‘2번’에 몰표를 줬던 이전과는 전혀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연이은 선거 패배와 당내 갈등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더민주에 등을 돌린 민심이 ‘3번(국민의당)’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찾은 것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친노세력이 주축이 된 열린우리당이 새천년민주당을 밀어낸 이후 12년만에 호남의 간판이 바뀌게 됐다.

정민영 기자  webmaster@koreajn.co.kr

<저작권자 © e시사코리아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