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연학 기자] 여와 야, 청와대와 국회의장 갈등의 핵심은 쟁점법안 처리 문제다.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은 매우 제한적이다.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여야 합의 없이 특정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활성화법안, 즉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과 노동개혁 5법 등이 바로 이 쟁점법안이다. 여기서 여야가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가운데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이른바 ‘원샷법’은 합병·분할 등 기업의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지원하는 법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게 핵심인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규제에 대한 특례가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는 내용이다. 야당은 이 법안이 대기업을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고, 정부·여당은 대기업만 특혜를 보지 않게 하는 조항이 이 법에 포함돼 있으며, 대기업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는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맞서는 것이다. 여야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놓고 대립하는 이유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제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은 “당연한 국회의 의무”라며 압박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공식 사과 없이는 추가 협상은 없다”고 단호한 입장이어서 여야 간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이는 선후사항도 선악문제도 아닌 당연한 국회의 의무”라며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새누리당이 선거법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아 위법 상태가 초래됐고, 정치 신인들은 어디서 선거를 해야 할지 모르는 환경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역 정치인들은 바뀔 선거구에서 선거운동을 했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되면 선거법을 빨리 처리하지 못한 새누리당도, 더민주도 국민들의 맹비난을 받을 상황”이라고 여권을 질타했다.

그는 “우리 당의 주장은 길어봐야 며칠 상간에 선거법을 먼저 처리하고 입법 합의된 내용을 동시 처리하자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선거법을 처리하자는 우리 당의 주장을 민생을 뒷전으로 미루자는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여론을 호도하고 국회법을 무시하고 의장을 압박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며 “2+2회동에서 이뤄진 선거법 타결 합의 약속을 시행하라”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경제관련 법안 처리를 촉구한 것과 관련, “유 부총리가 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저를 찾아오겠다고 했다”며 “저는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 정부가 요구한 경제활성화 관련 30개 법안이 다 처리된 것 아닌가”라며 “원샷법은 그 30개 법안 중에 들어있지도 않던 갑작스러운 법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법이 처리가 안 됐는지 어떤 법 때문에 경제활성화가 안 되는 지 구체적으로 말해주기 바란다”며 “정치적인 구호만 외치지 말고 경제활성화가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유 부총리가 구체적으로 말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에 새누리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어 여야 경색 국면이 설 연휴까지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공식 사과 없이는 여야 추가 협상을 할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김 대표는 더민주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 1월 29일 원샷법 처리 합의를 파기한 데 대해 “합의 파기를 선언한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며 “거기에 대해 잘못했다는 이야기가 분명 필요하다”고 김 위원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여야 당대표 중재회동에 대해서도 “의장은 만나자고 자꾸 하지만 그래도 절차가 있기 때문에 자기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유감을 표명해야 만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김 위원장의 사과 없이는 협상을 진행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김 대표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원 원내대표는 “양당 원내대표의 합의를 휴지조각 취급해 처리하기로 법안도 처리하지 않는 야당의 행태가 국회와 정책 투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며 “민생보다 선거에 더불어 가고 있는 민주당은 청년과 서민들의 밥그릇은 내팽개치고 자신들의 선거 밥그릇만 챙기고 있다”며 더민주를 비난했다.

그는 “경제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대내외 악재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상황에서 야당은 입법의 문을 꼭꼭 닫아 입법 마비 상태를 만들고 있다”며 “국민들은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원샷법-선거구획정 일관타결을 이면합의했다는 더민주 주장에 대해 “있지도 않는 이면합의를 운운하며 책임을 새누리당에 넘기고 있는데 아주 나쁘다”라며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를 질타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향해서도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같이 하면 총선에 불리할까봐 29일 본회의를 파기했다”며 “책임을 모면하려고 합의를 파기한 게 아니라고 하는데 이는 앞뒤가 안 맞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렇게 여야간 정쟁이 계속되면서 국가 중요 입법 사항들이 하루 이틀 미뤄지자 박근헤 대통령이 나서 국회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는 대·중소기업 모두가 간절히 호소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지난 1월 29일 통과시키기로 여야가 합의까지 해놓고도 그 약속을 깼다”며 “국민들께서는 여야가 국민 앞에 서약까지 해놓은 입법 사항을 하루아침에 깨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기가 막히실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게는 일하고 싶다는 청년들의 간절한 절규와 일자리 찾기 어려워진 부모세대들의 눈물, 인력을 구하지 못해서 애가 타는 업계의 한숨이 매일 귓가에 커다랗게 울려 퍼져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갈 지경”이라며 “국회가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라면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 운동에까지 이르는 국민들의 간절한 부름에 지금이라도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관련 4법을 열거하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세대 간 상생 고용 생태계를 만들며 양질의 일자리 늘리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일을 왜 의료 민영화와 나쁜 일자리, 쉬운 해고로 둔갑시켜서 가로막는지, 그런 행위가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의료민영화 우려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련해 “과거 참여정부에서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3차례나 발표했고 보건의료 분야의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도 적극 추진해 왔다”며 “보건의료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를 제기하지만 관련 법을 고치지 않고서는 공공성을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인데도 근거 없는 이유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정당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인지 명확한 해답이 없이 비판을 위한 비판은 결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경제가 더 나아지고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할 대안이 있다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연학 기자  dusgkr0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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